멘토님 낮은 학점을 커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Kenny Eliason
번뜩 떠오르는 거는 오픽 AL로 올리기랑 K-nibrt 백신 특화 공정 교육을 듣는 것, gmp 국비지원 교육을 듣는 것 정도인데. gmp 국비지원 교육은 시간 내에 커버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자소서는 또 얼마나 잘 써야 할까요? 저는 자소서 1번으로 좌절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가진 어마어마한 성공 자원과 영향력을 언급했고, 그 분량의 반 정도를 제가 가진 역량으로 어필하려고 합니다. 근데 채울 내용이 없네요.
Plasmid 설계를 제가 잘 못했고, 해결 방법도 멋지지 않아서 쓸 소재가 아닌 것 같고, 바이오 관련 소재가 아니어서 꺼려집니다.
멘토님은 어떻게 자소서를 작성했었나요?
문의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소서 1번 문항을 답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군요.
©Thomas Franke
제가 기억하기로, 자소서 1번 문항이 지원 동기 및 자신만의 미래 청사진 제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지요?) 400자 정도로 회사의 영향력과, 그에 따른 지원 동기를 제시하신 것은 좋은 방향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바로 내 역량 어필이죠. '다른 지원자가 아닌 나를 뽑아라'라고 설득해야 하는데 이게 설득력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멘티님과 별다를 것 없던 스펙이었음을 밝힙니다. 오픽은 AL이었지만, 백신 공정이네 GMP 교육이네 하나도 들은 적 없었고, 실험실에서의 연구 활동도 유기화학 분야여서 사실 회사랑은 궤를 달리했고요.
그러나 다행히도, 회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대졸 신입사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전문적이거나 높지 않습니다. 그냥 '열심히, 자기주도적으로, 회사를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다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아요.
그러한 관점에서 한번 스펙을 살펴보자면, 1) 학부 연구생으로 plasmid를 다루면서, 설계 상 오류로 문제를 경험해 보았고, 완벽하진 않지만 해결 방법을 탐색하여 문제를 극복하셨습니다. 또한 2) 화학공학과 전공으로, pipeline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어, 배관·공정·안전 등에 대한 경험도 가지고 계실 것 같고요.
그렇다면 (물론 제가 잘못 추측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걸로 어떻게 바이오 회사를 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든 끼워 맞추는' 게 이제부터 미션입니다. 어쨌든 다른 회사가 아닌 바이오 회사로 들어갈 거라면, 어쨌든 내가 가진 특징을 회사에 연결 지어 어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죠?
제 예시를 들어보자면, 유기촉매 비대칭합성 연구실에서 1년여 경험을 했고, 자전거 국토종주를 완주했으며 카투사 출신이고 학과 동아리를 6~7년 정도 회장까지 하며 몸 바쳤었는데요. 해당 특징을 다음과 같이 연결 지었습니다.
©Kelly Sikkema
“비대칭합성 연구 경험을 토대로, 조금만 실험 조건이 달라지거나 미숙했을 때 실험이 망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이오 분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며, 정교하고 미세한 공정을 진행하는 데 이러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극기의 경험을 위해 자전거 국토종주라는 큰 목표를 5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이루었다. 나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며, 이러한 장점은 긴 시간동안 sterility·efficacy·quickness를 고객사에게 보장해줘야 하는 CDMO 산업에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카투사 출신이기에, 외국인과의 교류를 정말 많이 했다. 외국 고객사가 많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영어회화 (AL을 따서 다행이었죠..)도 가능하고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음을 보증할 수 있다.”
“학과 동아리의 주인으로서, 팀원들을 이끌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경험이 풍부하다. 이제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회사에서, 주인 의식을 가지고 다시 한번 성공 스토리를 만들 자신과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멘티님의 특징을 한번 끼워 맞춰 봅시다! 중요한 건, 어차피 '대졸자들의 스펙은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졸지 말고 최대한 자기 자신을 팔아 보는 거예요!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지레 겁먹고 '나는 저 회사랑 안 맞을 테니 떨어질 거야' 하는 마인드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소서는 잘 써야 하겠습니다. 당연히 중요하죠! 하지만, '잘 쓰인 자소서'는 화려한 스펙과 경력을 나열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내 강점이, 그 회사에 얼마나 잘 쓰일 수 있는지, 소위 '내가, 알고 보면 너네가 연봉 4~5천 주고 쓸 만큼 괜찮은 사람이니 한번 믿어 보라'고 연결 짓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느 정도 감이 잡히셨나요? 최대한 많은 예시를 남겼는데, 그래도 모호하다면 추가 질문 주세요. 좋은 밤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