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티님. 보내 주신 질문에서 고민이 느껴지네요. 그럼 최대한 답변드려 볼게요.

 

먼저 전공자가 아닌 대학생으로 관제사가 되는 길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항공교통관제사는 사실 진입 장벽이 있는 편이에요. 이 직업 자체를 알고 계신 것이 이례적일 정도인데요. 일반인들에게는 '들어는 보았으나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미지의 직업'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이 직업에는 자격증이 필요한데, 아마 검색해 봐도 감이 잘 오지 않으실 거예요. 관제사 시험이 어렵지는 않아요. 문제는 그 관제사 자격증명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그 기회를 만드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힘들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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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교통관제사 자격증명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항공 관련 대학이나 기관에서 전문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요. 아래 세 가지 방법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어느 하나라도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에요.

 

 

1번의 경우에는 편입 시험 준비를 해서 편입학을 해야 하고요. 그 후엔 전공과목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때 등록금과 기숙사비, 생활비가 필요하죠. 그리고 방학 동안에 학교에서 항공교통관제실습 시간을 채워야 해요. 하지만 편입학도 정원이 정해져 있는 데다가 관제사를 하고 싶어 하는 타대학 출신 지원자들도 많은 편이에요.

 

2번의 경우에는 항공기술훈련원(이하 항기원)에서 부정기적으로 교육생을 모집하는데요. 관제사 양성과정으로 일반인 중에서 일정한 시험을 거쳐 선발하여 관제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과정을 제공합니다. 2013년 1월에 8기, 2017년 3월에 9기를 모집한 이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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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도 지원할 수 있고, 비전공자도 이 과정을 통해 관제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경쟁률이 치열합니다. 항기원 교육생은 일반 상식과 토익 점수로 선발하고 있으며, 토익 고득점자라고 해도 일반 상식에서 낙방하는 경우도 있어요. 교육 기간 18주 동안에는 약 600만 원 정도 비용이 소요됩니다.

 

만약 3번을 선택하신다면 군대에 다시 가셔야 해요. 최소 장교 3년 부사관 4년 복무가 필요합니다. 진짜 군인으로서 뭔가를 하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하기 힘든 선택이죠. 그래서 관제 특기 군인들이 전역할 때쯤 관제사 자격증을 가지고 국토교통부나 인천공항공사 관제사에 지원해 이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외에 관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EPTA; 항공안전법 제45조 참고) level 4 이상(level 6가 원어민 수준의 능력)이 필요하고요. 항공신체검사증명 제3종(white card; 항공안전법 제40조 참고)이 있어야 해요.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EPTA)은 G-telp Korea(http://www.gtelp.co.kr)에서 항공영어구술능력시험 응시를 통해 취득할 수 있고, 항공신체검사증명(white card)은 국토부 지정 병원에서 검사해 받을 수 있어요. 이와 관련된 링크를 아래에 첨부해 드리니 참고해 주세요.

 

국토교통부 지정 항공신체검사 실시 의료기관 및 전문의사 지정현황 : https://bit.ly/2N1DSmW

 

참고로 말씀드리면, 다른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도 항공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도루묵’이니 사전에 문제가 없는지 잘 확인하셔야 해요. 청력/색약 등 관제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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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이 세 가지 자격(관제사 자격증, EPTA, 항공신체검사증명)을 모두 취득하셨다면 이제 관제사가 될 ‘기초 준비’가 끝나신 거예요. 안타깝게도 관제사 자격증은 관제사 채용 공고가 났을 때 지원하기 위한 최소 자격이거든요.

 

관제사 자격증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곳에는 대표적으로 두 곳이 있습니다. 하나는 국토교통부 기술직 공무원(국가직) 8급 경력경쟁 채용 시험이고요. 다른 하나는 인천공항공사 계류장 관제팀(정규직) 5급 공개경쟁 채용 시험이에요.

 

하지만 이 두 곳 모두 또 시험을 봐야 해요. 심지어 이마저도 매년 채용하는 것도 아니고, 두 기관 모두 부정기적으로 공고가 납니다. 국토부는 선발 인원이 많아야 10명 내외이고요. 인천공항공사는 한 자릿수로 선발하는데, 인천공항 제3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대규모로 한번 채용한 이후에는 기약이 없습니다. 물론 퇴직자 티오 정도는 있겠으나 관제사는 비수익 부서라 채용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에요.

 

제가 보기에 지금 멘티님 상황에서 관제사 자격증 취득을 하려면 항공대/한서대 편입보다는 항공기술훈련원 코스를 이용하시는 게 좀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항기원은 관제사 채용 수요가 있을 때 부정기적으로 교육생을 모집하므로, 언제 모집 공고가 날지 알 수 없어 지속적으로 확인을 해야 해요.

제 입사 동기 중에서 LG 그룹에 다니던 사람도 있고, 공대 졸업하고 IT 회사 다니다가 항기원에 들어가서 국토부 관제사가 된 분도 있는데요. 다들 주변에서 말렸고 힘든 결정이었다고 해요. 지금은 합격해서 잘살고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누가 봐도 무모한 도전이었으니까요. 또 관제사라는 한 길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이루었던 것들을 포기하고 항기원으로 떠났을 때는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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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답변에서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받으셨을 수도 있는데요. 현실을 말씀드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관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다리시면 매년 1회 또는 최소 2년에 1회는 관제사 채용 공고가 날 거예요. 퇴직자나 육아 휴직자도 있고요. 매년 증가하는 교통량 등으로 인한 수요가 있거든요.

 

혹시라도 제 답변을 보시고 ‘될 확률이 거의 없다’라거나 ‘난 틀렸다’라는 생각은 하지 마시길 바라요. 대신 그냥 실력으로 합격하시면 됩니다. 내가 준비된 관제사라면 ‘낮은 확률’ 같은 것은 아무런 영향이 없어요.

 

끝으로 참고 말씀 하나 드릴게요. 국토부에 지원하실 가능성이 높아 미리 말씀드리는데요. 관제사가 된 이후에 이 직업이 나와 안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안 맞으면 부서를 옮기면 됩니다. 엄밀히 말하면 관제사는 공무원이거든요. 세종시 본부로 갈 수도 있고, 관제기획계나 품질계로 갈 수도 있어요. 그 밖에 관제운영계, 공역과, 비행정보실, 항공정보실 등 관제사가 된 이후에 일할 수 있는 분야는 아주 많습니다.

 

잘 고민해서 결정하시고, 결정하셨으면 끝까지 뚫고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