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티님. 제가 정확하게 멘티님의 상황(군 제대 여부, 휴학 못 하는 이유 등등)을 알기 어렵다 보니 답변도 사실 세밀하게 드리기는 어려움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편의 기준에 맞춰 답변 드려볼게요. 

5급 또는 7급? 어떤 시험을 선택해야 할까요

이건 전적으로 멘티님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5급이 어렵고, 7급은 쉽고 이런 문제는 아닙니다. 양 시험의 출제 방식이나 유형이 완전 다르니까요. 논술형 주관식 시험인 5급과 객관식 선택형인 7급은 공부 방식과 문제 접근에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5급 시험이 어렵다고 하시는데, 그렇다고 7급 준비가 정말 쉽다거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도 많은 분이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시험 합격을 못 해서 괴로워하시지요.

제가 7급 시험은 준비하지 않아서 정확히 말씀은 드리지 못하겠지만, 7급 시험 합격하여 입직하신 분들도 다들 뛰어난 인재이시고, 많은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채찍질하여 합격하신 분들이라서 쉬운 시험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또 실제 합격생들 수험기간 보면 5급 합격과 7급 합격이 많은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경쟁률과 난이도를 생각하면 둘 다 어려운 시험입니다. 다만,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한 7급 시험과 답만큼 과정을 풀어가는 것이 중요한 5급 시험의 차이를 아시고 본인에게 맞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Nick Morrison

수험 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질문을 읽고, 멘티님께서는 아직 공무원을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신 건 아닐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먼저 수험기간을 물으셨는데, 전 정말 빨리 합격한 사람이고 수험기간도 짧은 편이었습니다.  학교다니면서 1년 6개월 공부했고, 휴학하고 신림동에서 1년 3개월 준비했습니다. 3년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학업과 병행할 때 공부량을 돌이켜보면 휴학했을 때의 10분의 1도 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7급 입직하시는 분들도 최소 평균적으로  2년 이상입니다. 특히,  멘티님께서는 공무원 시험과 관계없는 학과(행정, 정치, 법학)에 미시, 거시, 경제 수학만 수강하신 상태면 솔직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과목을 처음부터 공부하셔야 하는 상황이라서 몇 개월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5급의 경우 출제 수준이 학부 3~4학년(가끔은 이상) 수준의 문제들이라서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학부 3~4학년 수준의 문제를 2시간 동안 10페이지를 빽빽하게 서술해서 제출해야 합니다. 5과목 모두 기본 이론은 다 알고 있어야 하고, 실제 현상들을 각 이론으로 풀어서 설명해야 합니다. 행정법은 중요한 판례와 대립학설도 알아야 하고 경제학은 수학과 그래프로 실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7급의 경우 제가 공부하거나, 시험을 쳐보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대학교 교양과목 이상 수준이지만, 학부 교양의 수준은 출제 교수님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또 문제가 지엽적으로 나온다는 측면에서 공부량이 작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학교 교양과목 이상 수준의 문제를 1분에 1문제씩 풀어서 140분 동안 140문제를 풀어서 80점을 받아야 합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Sharon McCutcheon

휴학을 해야 할까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휴학을 합니다. 많은 공부량을 소화하려면 지속적인 공부와 공부의 습관과 공부의 리듬이 필요합니다. 온전히 집중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학교를 다니면, 수업과 시험, 과제와 교우관계 등등 나의 의지와 선택과는 관계없이 다른 것에 시간과 리듬을 뺏기게 됩니다. 공부의 리듬이 끊기면 그것을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학원을 다니는 것도 좋지만,  인강도 나쁜 방법은 아닙니다. 저도 초반에는 인강을 중심으로 공부했고, 마지막에도 학원 시간 때문에 직강보다는 학원 영상 수업을 택했습니다. 다만, 인강을 하더라도 휴학이 필요합니다. 예습, 복습, 일정한 강의 주기 등등 공부 리듬을 위해서는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학교를 다니면서 합격한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만, 희귀 케이스입니다. 앞서 언급한 시험의 수준을 참고하시면 될듯합니다.

학점관리는 출구전략!

휴학하고 준비하라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학점 관리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준비해봐야 어정쩡하게 둘 다 제대로 못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학교에서는 최대한 학점관리를 하면서 시험 준비는 기본적인 과목이해 중심으로 했고, 본격적인 공부는 휴학하면서 했습니다. 

학점관리의 이유는 출구전략입니다.  스스로 3년 기한을 정했고, 안되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기업취직을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2차 시험 끝나고 웬만한 기업에 다 원서 내고, 시험을 치고, 면접을 보러 다녔습니다. PSAT 준비한 사람은 기업 시험도 금방 적응합니다. 학점만 관리되고, 영어 성적만 잘 받고, 인적성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으면 면접까지 갈 기회가 많습니다.

그리  전 시험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최대 4년. 그 안에 친구, 연애, 인간관계, 여가 등등 다 포기하고 올인하고  2년 차에 한번 어느 수준인지 확인해보고 될 것 같으면 미친 듯이 1년 더 올인하고 끝이 봐야 하고, 정말 아쉬우면 4년까지만 하고 안되면 미련 없이 털고 나와!"라고 했습니다.

계속 말하지만, 5급과 7급 둘 다 쉬운 시험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시험은 무작정 오래 한다고 유리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2, 3년 공부하면 어느 정도 다 안다고 생각하고 긴장도와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실력이 올라가지 않기 쉽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아슬아슬하게 떨어지고 한 번 더 하면 된다는 생각에 다시 도전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면 다 아는 내용 같아서 집중하지 못하고 이런 습관이 반복됩니다.

2년~3년 딱 집중해서 몰아쳐서 성과를 봐야 합니다. 그리고 남성의 경우 대학과 군대 4년 준비하면 30세 정도가 됩니다. 취업 시장에서 30 미만과 30 이상은 체감상 차이가 크게 납니다. 2년 정도 공부하다 포기하면 뭐 어학연수와 워홀 다녀왔다고 생각하면 그 시간이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2년까지도 뭐 대학 재수하고 군입대 시기 꼬여서 휴학 조금 길게 했다 생각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3, 4년 안에 결과를 보고 안 되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Angelina Litvin

마치며

5급, 7급 어떤 것을 해도 쉬운 길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이 두 시험에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실패의 아픔과 눈물을 흘리는 과정입니다. 제가 멘티님께 드리고 싶은 말은,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시고, 왜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다들 공무원이 좋다고 하니까 그냥 해볼까? 쉬워 보이는데 한번 해볼까? 한 1년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라도 정말 난 공무원을 해야겠다! (연금이 나오잖아! 정년이 보장되잖아! 라도 괜찮습니다) 라는 생각이 있으면 어떤 시험을 볼지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또 국가고시 센터 온라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기출 문제 나오니 한번 풀어보시고,

정말 해야겠다는 생각과 해볼 만 하다는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되었다면. 어떤 시험에 도전하고,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입하고, 어떤 방식으로 생활하고, 그 이후 출구전략까지 생각하시고, 공부를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공부 방법이나, 생활에 대한 것은 그다음 문제인 것 같습니다. 면접은 더 뒷얘기이구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생각하면서 뜬구름을 잡는 것 같아 불안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