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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컨설턴트의 커리어 패스, 현직자 멘토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멘토
교육/상담/컨설팅
약 4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회계법인 리스크 자문본부에 입사를 꿈꾸는 멘티입니다. 최근 빅4 법인에도 ESG 팀(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약칭, 지속가능 경영)이 꾸려진 걸 보고 새로운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질문을 남겨요.


 ©️Dan Dimmock


멘토님. ESG 분야 전문 컨설턴트가 된다면, 커리어 패스가 어떻게 될까요? 대기업들이 경영지속가능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대부분 회계법인 컨설팅을 받는다면, 컨설턴트로서는 3~5년 차가 넘어서도 회계법인에 남아 있는 게 맞는 선택일까요?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현재 멘토님께서 MBA 과정을 밟고 계신 것도 ESG 전문성 향상을 위한 과정인지 궁금합니다!


💬 멘토의 답변


멘티님 안녕하세요? 어느덧 1월 중순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1월이니,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부터 건네도 괜찮겠죠?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 보내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신 질문에 대해서 열심히 답변해 보겠습니다 

 

일단 궁금하신 부분이, ‘ESG 컨설턴트는 커리어를 어떻게 이어가는가’인 것 같고, 그중에서도 특히 현업 이직 빈도에 대해서 조금 더 궁금하신 것 같아요. 질문 말미를 보니 제가 왜 MBA에 진 했는지를 곁들여 드리는 것도 좋을 듯하고요. 이 두 가지 잘 생각해 보면서 답변 시작하겠습니다.


©️Floriane Vita

 

ESG 컨설턴트의 커리어 패스?

멘티님께서 보신 대로, 국내 외를 불문하고 Big 4 회계법인이 ESG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그 역사는 멘티님이 생각하신 것보다는 조금 더 오래됐을 수도 있어요. 해외 기준으로는 적어도 1990년대 후반, 한국 기준으로는 2000년대 초반부터는 이미 Big 4 회계법인들이 지속가능경영 자문 서비스를 운영해 왔으니, 이제 거의 20년 다 되어가는 서비스거든요. 

 

물론, 알려진 바로는 2003년에 국내 최초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발간되었다는데(아마 삼성 SDI였을 거에요), 그 당시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셨던 분들이 제가 커리어를 시작한 시기에도 한참 현역으로 계셨으니, 그런 면에선 비교적 젊은 서비스라고 봐도 되겠죠.

 

제가 굳이 ESG 컨설팅의 역사에 대해 운을 떼면서 시작한 이유는, 본격적으로 찾아보시면 생각보다 ESG 컨설턴트로서 경력을 시작할 수 있는 곳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에요. Big 4라고 불리는 대형 회계법인 외에도, 어느덧 우리나라에도 ESG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중 / 소형 컨설턴사들이 자리를 잡은 데다, ESG는 정부나 공공 차원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는 주제이기 때문에 정부 기관 등을 대상으로 ESG 자문을 실시하는 회사들도 이제는 그 수가 제법 될 거거든요. 아마 멘티님 같은 분들이 계시니 국내에서도 ESG 컨설팅 저변은 당분간은 계속 넓어지지 않을까 싶고요.


 ©️Marten Bjork


정리하자면, ESG 컨설턴트로서 경력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은 적어도 아래 세 가지 분류가 있겠네요.

 

1. 대형 회계법인 (일명 “Big 4”)

어떤 회사들이 포함되는지는 굳이 말씀 안 드려도 이미 알고 계시죠?

아, 회계법인에 속해 있긴 하지만, ESG 자문 서비스 팀에서는, 굳이 CPA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사실 요구하는 자격은 크게 없어요. 

 

2. ESG 전문 중/소형 컨설팅 법인 (속칭 “Boutique”)

제가 본 업체들 중에서는, 에코프론티어, 에코시안, 마크스폰, THE CSR 같은 이름들이 기억에 남네요. 물론 이 업체들이 전부는 절대 아니랍니다!

 

3. 국가기관 산하 ESG 자문 서비스 제공 기관 (일단 ‘공공’이라고 할게요)

대표적으로는 한국생산성본부(KPC), 한국표준협회(KSA), 한국능률협회(KMAC) 등이 있고, 그 외에도 제가 알기론 산업정책연구원(IPS)도 관련 서비스가 있어요.

 

 멘티님께서 예측하고 계신 대로, 국내에서 발간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들은 대부분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발간하기보단 상기한 컨설팅 법인 / 기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서 발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 기업들도 명칭은 다양하지만 ESG를 담당하는 팀들을 두고 있으니, 현업으로의 이직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답니다.

 

제가 실제로 본 사례만 하더라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자문을 위해 인터뷰했던 환경 팀 담당자분께서 알고 보니 Boutique나 Big 4 출신이기도 했고, 제가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인턴으로 저를 한참 열심히 도와줬던 친구가 인턴쉽 종료 후 몇 달 있다가 대기업 IR팀에 취직했다고 연락이 오기도 하고,  아, 같은 팀에 있던 선배 중에도 기업으로 이직하신 분들이 벌써 둘이나 있네요! 

 

아 참, 물론 Boutique나 공공기관에서 Big 4로, 혹은 기업에서 컨설팅 펌으로 오시는 경우도 왕왕 있답니다. 단, Big 4에서 Boutique나 공공으로는 원래 거기서 오신 경우가 아니면 찾기 힘들었어요. 

 

그러니 간략하게 최대한 일반화를 해 보자면 아마.. ESG 컨설턴트의 경력 경로는

 

1. 컨설팅 법인 / 기관에 머무르는 경우

이 경우에도 공공이나 Boutique로붙터 대형 법인으로의 이직은 자주 일어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마 이런 분들의 최종 목표는, 각자 몸담고 있는 ESG 서비스 부문의 장, 혹은 법인 파트너가 되거나, 아니면 Boutique로 독립해서 자기 사업을 하시는 게 될 수 있겠네요.

 

2. 현업으로 이직하는 경우

이 경우도 말씀드린 것처럼 꽤 흔하게 볼 수 있어요. 현업 내의 주요 이직처로는, 보유하신 경력에 따라 CSR팀이나 지속가능경영팀, CSV팀 이외에도 환경팀, 대외협력(PR이나 대관)팀, 인사 / 노무팀, 재무(IR)팀 등이 있을 수 있어요.

 

이직 시기는, 말씀하신 3~5년 차보다 좀 더 지나서였던 것 같아요. 저만 해도 이미 경력이 7년 차였고 직급상으로는 시니어 컨설턴트였는데, 제가 기업에서 만나 뵈었던 컨설턴트 출신분들은 대부분 저 정도 연차 아니면 그것보다 약간 더 뒤에 이직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리고 아마 연차가 좀 쌓인 뒤 이직했기 때문인지, 대부분은 새로 자리 잡은 곳에서 다시 이직을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저도 제가 보고 겪은 것을 위주로 말씀드리다 보니, 저게 정답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요새 올라오는 공고들을 보더라도, 대부분의 조직에서 Entry 직급을 제외하고는 약 5~7년 정도의 경력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자, 그럼 이제 두 번째 답변도 살짝 해 볼까요?


 ©️Alex Knight


멘토가 MBA 진학을 한 이유는?

예상하신 게 맞아요. 제가 MBA에 진학한 이유는 크게

 

1.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로서 보다 양질의, 더 많은 기회를 노려보고 싶어서 

2.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로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싶어서

3.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로서의 경력 개발에 선례를 남기고 싶어서 랍니다. 하나씩 설명하자면 이렇게 될 것 같아요.

 

1) 더 좋으면서도 많은 기회를 위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 시장에서, ESG 컨설팅은 아직 다양한 컨설팅 분야 가운데 중요성이 높은 축에 들지는 않습니다. 수익성이 아직 낮기 때문이죠. 다만, 그 와중에도 시장 규모가 더 큰 곳에서는, 규모가 작은 시장에서보다는 더 비싼 프로젝트가 더 자주 발생합니다.

 

제가 많은 MBA 과정 중에서도 미국에 있는 과정을 선택한 데에는, “미국 시장이 가장 큰데, 미국에 있는 기회를 잡기에는 미국 학교 출신인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었지요.

 

2) 더 확실한 경쟁력을 갖고 싶어서

ESG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높은 관심과는 별개로, 아직까지 기업에 종사하는 분들 대부분은 ‘지속가능경영 분야 종사자들은 실제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는 인식을 알게 모르게 바탕에 두고 계셔요. 그런 분들이 이해하고 있는 ‘실제 기업 경영’은 단순히 말하면 ‘수익을 더 많이 남기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기업 경영의 다른 분야와는 조금 달리, ESG 전문가들의 배경이 조금 더 다양하다는 것도 괜히 그런 인식이 형성되는 데 영향이 좀 주더라고요. 예를 들어 전략기획이나 재무 분야의 경우, 그들은 다양하게 뽑는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경영학과 출신이거든요. 그런데 ESG 분야 종사자들은 환경, 정치 / 외교, 행정, 국제학, 심지어는 디자인 등등 배경이 더 다양해요.

 

그렇다고 해서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가 더 낮을 이유는 없는데, 인식이 괜히 그래서 ESG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기업 경영에 반영되기까진 약간 시간이 더 걸립니다. 특히 요즘처럼 위기가 찾아왔을 때, 오히려 우리들 목소리가 더 커야 하는데 기업들은 대체로 ESG 관련 예산부터 줄이거든요.

 

저는 ESG 분야에 종사하지만, 경영학과 출신입니다. 기업이 뭘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인지, 기업인들이 말하는 ‘실제 기업 경영’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요. 그럼에도 ESG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이 분야에 있는 거고요. 그러니, ESG 전문가로서 다른 분야 종사자들로부터 “저 사람은 기업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라는 인식을 걷어 내기 위해서, 제 명함만 보더라도 그런 소리 못하게 하려고 MBA 과정에 진학한 면도 있어요.

 

3) 이 분야 경력 개발의 선례를 남기고 싶어서

이것도 무시 못 할 이유인데요, 멘티님이 그러신 것처럼, ESG 전문가로서 경력을 개발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을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고 막막하다는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아직 커리어를 시작하지 않은 분들일수록 더 그렇더라고요.

 

일단 뛰어들어 보기엔, 아직까진 “이렇게 하면 이 분야에서 잘 자리 잡을 수 있다” 하는 왕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도 이 분야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엔, 여기가 과연 블루오션일지, 아니면 레드오션을 넘어서 이제 물까지 다 말라버린 사막일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요.


그래서, 이곳에서 멋지게 살아남아서, 나중에 ‘2013년의 나’와 같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는 이런 길을 걸어서 여기서 살아남았습니다” 라고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가급적이면 좋은 경력을 갖춰서 더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싶은 거고요.

 

많고 많은 MBA들 중에서 하필이면 지금 제가 진학한 이곳을 선택한 것은, 물론 여기가 날 선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이들이 지속가능경영 전문가 육성에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해요. 제가 겪어보고 괜찮으면 나중에 널리 알리려고요.,


한참 신나서 적다 보니, 제법 긴 답변이 된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제가 꼭 답변하고픈 질문이었는데, 비록 제가 아직 훌륭하게 답변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르진 못한 것 같지만…그래도 제게 이런 질문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는 답변이었길 바랄게요. 새해 기운차게 잘 시작하시고, 앞으로 건승하시길 기원할게요! 감사합니다.



 

멘토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막연한 질문에 이렇게 세세하게 정리된 답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대로, ESG팀은 경력이 있는 분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 같더라고요. MBA도 '언젠가는 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반성하게 되고, 동기부여도 받아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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