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네이버 카페 댓글에서 우연히 링크를 발견하고 잇다에 찾아와 질문을 드립니다.
저는 뒤늦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일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책과 관련된 업무, 출판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졸업하기 전(2021년 2월 졸업 예정입니다) 출판사 취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 수 있고 무엇이 도움이 될까 알아보고 있습니다.
©️Sincerely Media
일단 생각해 둔 것은 KBS한국어능력시험, 한국실용글쓰기, 국어능력인증시험, 한국독서능력검정, 컴퓨터활용능력, 토익, 인디자인 숙지 등으로 생각 중입니다. 그러나 모든것을 다 준비하는 것이 과연 실질적인 출판사 취업에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멘토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더불어 SBIN 모집공고가 내년 3월에 있을 예정인데, 그곳에 지원하려고 합니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일과 혹은 그곳을 준비하며 다른 출판사에 지원할 때 해두면 좋을 일이 궁금합니다.
두서없는 질문 글 죄송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질문 글을 올립니다. 멘토님의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이렇게 연락주셔서 반갑습니다.
민간자격증
기업은 입사지원자의 자격증으로 해당 분야 능력을 가늠하기도 하고, 지원자가 얼마나 성실한지를 짐작하기도 합니다. 전공이 아닐 때의 이야기입니다.
출판사는 멘티님의 이력서에서 출판 관련한 능력에 대해 판단할 때, 전공과 학점을 볼 거라 생각됩니다.
한국실용글쓰기, 국어능력인증시험, 한국독서능력검정...저는 지금 처음 들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자격증은 공기업 입사에 가산점이 부여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출판 아닌 다른 업계에서도 국가자격증이 아닌 민간자격증은 대부분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만, 전공자에게는 자소서가 훨씬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KBS한국어능력시험 또한 방송 아나운서나 PD를 위한 것이라서, 출판사에서 참고는 하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원자의 성실함과 출판사 입사를 위해 준비한 절실함을 평가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2-급 이상은 되어야겠지요.
©️Jaredd Craig
컴퓨터 활용능력
MS 오피스가 간단하게나마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다만 MS 워드를 실무에서 활용하는 출판사는 잘 보지 못했습니다. 보통 아래아한글을 사용합니다. 질문에서 미루어 짐작하기에 편집자 아닌 다른 포지션을 지망하지는 않으신 것 같은데, 편집자가 액셀을 쓸 일이 있을지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PPT는... 가끔 기획안 발표를 공개 프레젠테이션으로 하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만, 보통 쓸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 오피스 프로그램 중에 쓸 게 뭐가 남을까요? MS 퍼블리셔? 출판용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실무 전반에 중요하게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잡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는 하겠지요. 컴활 자격증 취득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인디자인
인디자인은 출판디자인 실무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또한 편집자가 능숙하게 다룰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이 프로그램을 다루는 디자이너와 소통하려면 아는 게 좋습니다. 세세한 기능을 공부하기보다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책을 만들어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인디자인은 단독으로 쓰지 않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함께 쓰는데, 포토샵이 특히 중요합니다.
SBIN
출판사 취업이 목표라면 이곳에 들어가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단점이라면, 정원이 너무 적어서 경쟁률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겠지요. 내년에 졸업한다면, 꼭 이곳에 지원하세요. 저 역시 이 과정 1기 수료자이기도 합니다.
채용예정자 과정에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모집요강에 잘 나와 있습니다. 필기시험이 한국어능력과 문해능력이니, 관련 전공 교재를 복습하는 것 외에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고민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독서이력서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겠고요.
©️Jonas Jacobsson
전략적인 출판사 취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1) 책 만들기
출판사 입사가 지금 당장 급한 게 아니라면, 먼저 책을 한번 만들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본인의 독서 이력서를 리플렛으로 만들거나, 소설 분야 지원자라면 저작권 문제가 없는 원고 텍스트를 찾아서 인디자인으로 샘플북 PDF 파일을 만들어 보는 거지요.
절대 출판 가능한 퀄리티로 나올 수가 없습니다. 완성도가 높으면 좋겠지만, ‘나는 이만큼 책을 만들고 싶어 하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3번에서 말씀드린 인디자인, 포토샵을 다룰 수 있다면 가능합니다.
신입사원 모집에 포트폴리오를 기대하는 출판사는 없습니다. 출판사가 원하는 서류 외에 추가로 나름대로의 포트폴리오라고 제출한다면 확실히 눈에 띄고, 면접으로 이어지기 쉽겠지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관련 자격증 취득하기보다는 공력이 훨씬 덜 들고 좀 더 실용적일 거라 생각합니다.
2) 책 관련 콘텐츠 제작
출판사에서는 최근 콘텐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원래 마케팅의 영역이라 비교적 대형 출판사에서는 담당자가 따로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출판사에서는 편집자가 떠안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올린 글을 네이버가 선별해 책문화판에 노출하는데, 네이버 메인이다 보니 유입이 엄청나고 판매에도 연결이 됩니다.
포털 사이트에 어떤 콘텐츠가 올라오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입사하고자 하는 출판사의 책으로 만들어 보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나중에 실제로 입사지원할 때는 그 출판사의 책으로 하는 게 좋겠지요.
위에 적은 두 가지는 제가 서류심사를 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3) 자기소개서
다른 업계나 출판사의 다른 포지션에서는 으레 필수적인 지원서류일 뿐이지만, 편집자 자기소개서는 편집자가 읽습니다. 문장력, 어휘력, 교정교열 능력을 모두 평가합니다. 그러면서도 취지에 맞게 자기소개를 해야 합니다. 며칠 소설 쓴다 생각하고 쓸 만한 게 아닙니다. 길면 장황하다, 짧으면 긴 글을 쓰지 못한다... 좋은 편집자일수록 평가가 깐깐합니다.
그러면서도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출판계가 어렵다는 말은 항상 있어왔습니다. 보통은 근로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근속연수도 짧습니다. 오래 일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출판사는 책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나는 책에 대한 애정이 있다’가 아니라 ‘나는 책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이렇게까지 해봤다’가 좋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책을 만들었다면, 그 과정에 대해 쓰는 것도 좋겠습니다.
책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마지막으로 책을 추천합니다. 최근에 같은 고민을 하고 지금은 취업하신 분들의 이야기가 가장 잘 와닿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특별시 취업안되구 무슨수로 82>라는 책입니다. 실제 출판계 취준생들이 모여 출간한 독립출판물입니다. 그리고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라는 책이 있습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도전하다 막히면 또 질문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sbin 모집까지 남은 기간동안 책에 조금 더 집중해보겠습니다. 멘토님의 도움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