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저는 UX 리서처를 앞으로 업으로 삼고자 하는 멘티입니다. 재학 중에 우연히 서비스 디자인에서 에스노그라피 리서처1)로 인턴 근무를 할 기회를 얻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디자인적 사고와 에스노그라피, FGI2) 등 다양한 서비스 디자인 리서치 기법을 접했습니다.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함으로써 서비스 그리고 개선의 통찰력을 제공하는 ‘리서처’라는 직무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마케팅 리서치사에서 인턴을 하고, 정작 하고 싶은 일인 ‘UX 리서처’ 일은 하지 못했습니다.
꿈을 이루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에는 일단 취직을 하고, 기회가 되면 하고 싶은 분야에 다시 도전하자고 마음 먹었는데요. 어느 날, 어차피 나중에 하고 싶은 일로 돌아올 거라면 시간낭비하지 말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멘토님, 전 정말 UX 리서처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그동안 인터넷 검색을 많이 했었는데, 서비스 디자인과 UX 리서처 직무가 국내에 거의 없다는 나름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사실일까요? 제가 제대로 조사한 것이 맞을까요? 아울러 저는 서비스와 UX 디자인 분야 비전공자인데요. 현업에 있는 디자이너들의 타고난 감각을 어떻게 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멘토님의 조언 기다리겠습니다.
1) 에스노그라피 리서처 : 실험실 안이 아니라 실험실 밖에서, 즉 사람들이 생활하고, 먹고, 쇼핑하고, 일하고, 노는 장소인 가정, 사무실, 매장,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리서치를 하는 사람
2) FGI: 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면접법. 소수의 응답자와 집중적인 대화를 통하여 정보를 찾아내는 소비자 면접조사
안녕하세요, ‘잇다’에 훌륭한 분들이 많으신데 저에게 이렇게 질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멘티님의 글에 많은 고민을 한 점이 느껴지내요.
100%는 아니더라도, 꿈의 일을 일단 해보세요
우선 희망하는 업무와 관련된 일을 최대한 빨리해보셨으면 합니다. 세상에 100% 딱 맞는 일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내 꿈과 연관된 일이라면, 일단 해보셨으면 해요. 그 일을 하면서 100% 만족스럽지는 않으시겠지만, 안 하는 것과 조금이라도 해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예상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경험하면서 얻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100%의 일은 아니지만, 꿈과 관련된 회사에서 연관된 업무를 하다가 나중에 희망하는 일과 회사에서 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조금이라도 관련된 일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UX 및 서비스 디자인과 관련된 흔한 오해
UX나 서비스 디자인을 준비하는 분 중에서 많이들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흔히들 “디자인은 툴(도구)만 잘 다루면 된다”, “서비스 디자인은 UX 디자인과 같다”, “서비스 디자인은 앱을 만드는 거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특히, 일반 학원에서 속성으로 가르쳐주는 내용은 단순히 툴(도구)만 잘 다룰 수 있도록 하므로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역량을 제대로 키워주지 못합니다. 저는 디자인 툴(도구)을 능숙히 다루는 사람은 디자이너라고 부르지 않고, '오퍼레이터'라고 부릅니다. .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툴(도구)이 아니라 기획능력이며,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관찰력과 통찰력입니다. 이런 마인드셋을 기본으로 해야 비로소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완성되죠. 끝으로 서비스 디자인은 비즈니스 개발의 동의어입니다. 앱이나 웹을 디자인 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이해’와 ‘공감’
멘티님 자신이 원하는 꿈에 몸을 던지셨으면 합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마시고요. 세상의 잣대에 자신을 맞추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셨으면 합니다.
그 일이 지금 당장 밥 먹고 살기 힘들지라도, 본인의 신념에 따라 뚜벅뚜벅 계속 걸어가셨으면 합니다. 멘티님의 질문에서 보이는 고민과 흔적을 고려해 볼 때,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서비스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이해’입니다. 바로, '공감(sympathy)'이죠. 고객의 처지에 서서 고객 상황에 맞추고, 사전에 고객을 충분히 이해해야 공감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왜 그 기분이 들었는지, 무슨 상황이었는지 등의 맥락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힘들지라도, 꿈을 포기하지 마세요
멘티님. 한 번에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돌아가도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목표에 언젠가 도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은, 다른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것을 느끼게 할 거예요.
그러니 일단 시작하세요.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행동하지 마시고요. 본인의 마음에 100% 들지 않더라도 자신의 꿈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실무경험을 조금씩 쌓으세요. 하나, 둘 그렇게 하다 보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경력이 되고,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막상 하다가 보니, 예기치 않게 그 일이 본인의 적성에 맞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멘티님의 질문에 답변해 드렸습니다. 저의 의견이 멘티님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