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있는 27살 학생입니다. 이렇게 질문을 올리는 이유는 사실 직무나 직업이라고 볼 순 없지만, 저의 작은 소원을 이루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진 촬영과 글을 쓰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찍는 것을 좋아하여 틈틈이 찍어둔 사진으로 서울의 작은 카페를 빌려 개인 사진전을 두 번 하였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여 틈틈이 그 사진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써, 인스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찍은 사진과 이야기들을 모아 사진 에세이 책을 쓰고 있습니다.
글은 완성이 되어가지만 막상 책으로 만들려니 출판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전혀 알 수 없네요. 인터넷에 검색을 해도 광고성 글만 나오고요. 독립 출판사를 알아보니 비용은 둘째 치더라도 제대로 책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 듯합니다. 그냥 인터넷 사이트에 출판 정보만 업로드되고 주문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인쇄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멘토님께 출판에 관해 질문을 드립니다.
1. 저 같은 이름 없는 아마추어 작가가 책을 출판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 만약 출판을 하게 된다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취업이나 직무에 관해 멘토링 하시다가 조금 가벼워 보이는 질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요, 저에겐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니 멘토님의 답변 간절히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권기우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출판은 분야마다 특성이 있어서 운영하시는 인스타를 알려주시면 출판 기획에 대해서도 조금 더 구체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단은 일반적인 설명을 먼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저자분과 계약에 대해 논의하는 부분이라 제 직무상 익숙한 내용이기도 한데요. 프로세스상 위 두 가지 질문을 함께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집필 – SNS로 미리 원고 반응을 살피세요
책 출판은 아래처럼 원고를 어떻게 만드느냐로 나뉩니다.
1) 저자가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
2) 편집자가 주제를 기획하고 저자를 섭외해 저술
지금 멘티님의 경우는 1)번에 해당합니다. 이미 원고는 집필이 완료된 경우로 상정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저는 SNS를 운영하며 원고를 미리 공개하는 걸 저자분들께 추천하는 편입니다. 선홍보가 되어 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팔로워 수를 통해 잠재 독자들이 공감을 할 수 있는 내용인지를 검증하는 방편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출판사에서도 출간 여부를 검토할 때 SNS 팔로워를 고려합니다. 인스타 같은 SNS에서 원고를 집필하며 미리 팬을 만들어두면 책을 내는 것이 더욱 쉬워집니다. 아주 잘 하고 계신 걸로 생각합니다.
2. 원고 정리 & 출간 기획
원고를 한글이나 워드 파일로 모으면 편집자가 검토하기 좋습니다. 일러스트나 사진 등의 이미지가 중요한 원고의 경우 그냥 인스타 링크를 보낼 수도 있겠습니다만, 가벼워 보여서 권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책을 출간하게 되면 한글이나 워드 파일로 모아야 하니, 투고 전에 준비를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원고를 모아 다시 읽어보면서 출간 기획서를 정리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 내용이 왜 책으로 나와야 하는지를 알리는 내용입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한 저자분이 아주 정리를 잘해주셔서 이분의 출간 기획서 링크를 첨부해드리니 한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출간 기획서를 정리하셨다면 이제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시면 됩니다. 어디에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출판사라면 원고를 출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 원고가 책으로 만들어진다면 서점 어느 분야에 속하게 될지 미리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 해당 분야에 어떤 책이 나와 있는지 알아보시고, 그 책들을 낸 출판사를 조사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투고할 출판사의 리스트가 나옵니다.
책의 판권면을 보시면 원고를 투고하는 이메일 주소나 홈페이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판사는 투고 원고를 다 출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좋은 원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투고 원고를 받다 보면 좋은 원고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4. 피드백 – 편집자의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출판사 연락이 오는 걸 기다리는 일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언제 어느 때 전화가 올지 이메일이 올지 문자가 올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조바심이 날지도 모르지만, 되도록이면 차분하게 기다리시는 게 좋습니다. 출판사 절차상, 담당자 성격상, 답장이 올 수도 안 올 수도 있고, 1주에서 1개월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책임감 있는 편집자들은 되도록 모든 원고에 피드백을 드리려 합니다. 그 출판사에서 책을 내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저자분들을 응원하는 일이 편집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편집자는 원고에 대한 첫 독자이자, 상품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마케터이자, 원고의 방향을 정하는 기획자이기도 합니다.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무겁게 받아들이시면 좋은 결과가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5. 미팅 & 출간 계약
사실 질문을 하셨을 때는 이 부분부터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다. 앞 과정이 많았지만, 이제부터 본론입니다. 원고의 완성도와 방향이 출판사와 맞다고 판단하면 저자분과 만나 출간을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빠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하기도 합니다.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세와 계약금, 이 두 가지입니다.
인세는 책 정가(계약 당시에는 정가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기준 최고 10%로 정해집니다. 처음 책을 내는 저자의 경우 저자 인지도가 책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므로 5~7%로 계약하기도 합니다.
계약금은 인세를 미리 지급하는 선인세 개념입니다.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30~50만 원, 100만 원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15,000원짜리 책을 1,000부 팔면 인세는 15,000원(정가)*10%(인세)*1,000부(판매)=1,500,000원입니다. 그런데 계약금(선인세)으로 100만 원을 받았다면, 인세로 50만 원만 받게 됩니다.
6. 편집, 디자인, 제작
여기는 출판사의 영역입니다. 편집은 기본적인 문장의 교정교열부터 원고 기획과 구성 수정까지이므로 저자의 영역까지도 일부 포함합니다. 기획과 주제에 맞춰 원고를 일부 재집필하거나 삭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고를 편집하면 2~3회 정도 저자분께 원고를 보내 확인하시도록 합니다. 편집자는 더 좋은 문장과 깔끔한 편집을 하려고 하지만, 원고를 잘못 생각해서 오류가 나기도 하니 이런 부분 확인을 하시면 됩니다.
표지 디자인과 제목은 저자분의 의견을 많이 수용합니다만, 출판사의 권한인 부분입니다. 저자분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출판 전문가를 신뢰하시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습니다. 책마다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제작은 1주일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7. 책 출간 이벤트, 마케팅은 출판사가 담당
역시 책마다 다르지만, 홍보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저자 강연회, 북콘서트 등이 있으며, 책의 특성과 저자분의 프로필에 따라 출간 이전에 출판사가 마케팅 회의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저자분들은 보통 마케팅에 대해 물어보지 않으시지만, 편집자에게 요청하시면 마케팅 계획에 대해 설명해 드릴 겁니다.
8. 인세 정산 – 정산 주기를 확인하세요
계약서를 확인하시면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인세를 정산하게 되어 있거나 한번에 책을 찍는 쇄 단위로 인세를 정산합니다. 확인하셔서 판매 보고가 원래 계획에서 늦는다면 반드시 출판사에 연락해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출판 유통 구조상 정확한 판매 부수를 파악하기 힘들긴 합니다만, 출판사가 판매 보고를 해주기로 했다면 꼭 연락해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여기까지 아주 일반적인 경우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명확한 답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더 세부적인 질문이 있으시다면 추가로 질문해 주셔도 좋습니다. 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원고의 분야나 주제를 안다면 거기 맞춰서 더 구체적인 답변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