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변리사 멘토님께 질문을 드리고 있기는 하지만, 제가 변리사를 준비하려는 건 아니고요. 사적인 고민 상담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졸업 후 무역 회사에서 화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회사 내에서 텃세와 관련한 안 좋은 일을 겪고 나서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 충격이 너무 심해 한동안은 집에서 쉬었어요. 하지만 매일 너무나 정신없이 일하다가 집에 가만히 있으려니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변리사 사무실에서 알바를 하며 지내고 있어요.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6개월도 안 됐고, 알바 시작한 지는 이제 2개월쯤 됐네요. 저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고, 평생 알바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Photographee.eu
하지만 회사에 들어가자니 전에 다니던 무역 회사에서 심한 일을 겪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정말 사람이 너무 무섭고 믿을 수도 없게 되었어요.
저는 대학생 때 알바의 여왕이라고 할 정도로 일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능력이 괜찮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첫 회사 첫 직장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고 나니, 회사를 쳐다보기도 싫은 지경이 됐어요.
하지만 또 전공이나 자격증같이 지금까지 준비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만둘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지금처럼 알바할 때는 마음이 편해요. 대신 월급이 적긴 하지만요. 회사 다니면 마음이 안 편하지만, 월급은 괜찮고요. 요즘은 하루 종일 이 두 가지로 고민을 합니다.
만약 멘토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요? 멘토님의 조언이 듣고 싶습니다. 고민 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박세일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첫 사회생활에서 험한 일을 당하셨군요. 써주신 내용을 토대로 약간의 추정을 더 해 한번 고민해보았습니다. 제 일이 변리사라 그런지 약간은 분석적일 수 있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몇 자 적습니다.
먼저 질문 글을 토대로 현재 멘티님의 상황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첫째, 무역 회사에서 첫 직장을 시작하였지만, 회사 내부의 텃세 등 인간관계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둘째, 첫 직장에서의 안 좋은 기억이 강하여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셋째, 무역 회사 퇴사 후 알바를 하지만 적은 소득으로 인해 진로가 고민된다.
ⒸHannah Olinger
겪었던 일이 업계의 일반적인 일인지 고민해 보세요
그러면 이제 각 내용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먼저 무역 회사에서 겪은 일의 일반성에 관해 이야기를 드려 볼게요. 일단은 무역 회사에서 겪으신 일이 흔한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멘티님께서는 아마도 텃세를 경험하시고, 좋지 않은 상사나 회사 동료를 만나신 듯합니다. 어떠한 집단이든 그들만의 룰이 있고 그 룰은 쉽게 변하지 않죠. 그것이 기존 구성원들에게 편한 방향으로 만들어져 있고 이해관계까지 얽혀있다면, 그것은 더욱 견고하게 됩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배척(퇴사, 고립)하는 거죠.
그런 일이 일반적으로 모든 무역 회사에서 흔한 문화라면 다시 무역 회사에 취직하시기는 곤란하겠지만, 그 무역 회사만 이상하거나 그 구성원들만 특별히 이상했던 것이라면 무역 업계의 다른 회사로 가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멘티님이 겪으신 일이 무역 업계에서 비일비재한 일인지, 아니면 유독 그곳만 그랬던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사람과 직장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배웠다고 생각하세요
두 번째로 과거의 안 좋은 경험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말씀드려 볼게요. 만약 연인이 이별을 했다면, 그 이후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뉠 것 같아요. 사랑에 데여 ‘이제 다시는 연애 안 한다’라고 생각하는 A와, ‘이제 저런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지. 내가 눈이 어떻게 됐었네’라고 생각하는 B의 경우가 있을 수 있겠죠.
멘티님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저는 A보다 B가 앞으로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A와 B의 차이는 명확해요. A는 아직도 과거 속에서 살고 있고, B는 현재를 살고 있다는 거죠.
사람이 너무 무섭고 믿을 수도 없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런 생각으로 살아가실 필요는 없다고 보입니다. 세상엔 좋은 사람과 좋지 않은 사람이 있고, 그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어요.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잘 지내려고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죠.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태도 앞에서는 좋은 사람이 생길 여지도 없게 되니까요. 사람이나 직장, 무역 업계 전체에 대해서 불신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저 앞으로 이상한 사람, 이상한 직장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배웠다고 생각하시길 바라요.
Ⓒjcomp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쉬어가는 시기
다음 세 번째로는 진로에 대한 고민에 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일단 멘티님의 질문 글을 보면 무역 업무 자체에 대해 고충을 가졌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업무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던 거죠.
멘티님은 전공이 무역이시고 자격증이 몇 개 있으며, 과거 알바를 많이 했던 경험으로 인해 사회생활을 잘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무역 업계를 모두 경험해 본 것이 아니니, 포기하기에는 이르지 않은지를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사실 무역 쪽으로 잘할 수 있는데, 나쁜 기억이 발목을 잡는 건 아닌지 말이죠.
현실적으로 보면 알바만 해서 평생을 살 수는 없습니다. 일단 소득이 매달 생활하는 정도라 목돈을 만들기가 어려워요. 또 지금은 젊음이나 열정, 패기로 알바를 한다지만, 30대 중반 지나면서까지 계속 유지하기는 생물학적으로도 어렵습니다. 알바를 하면서 한 템포 쉬어간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멘티님은 다른 분야보다 무역 쪽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있기에 유리한 점이 있어요. 무역 업계에서 다시 일하시더라도 반드시 무역 회사에 가지 않을 수도 있고요. 무역과 관련된 다른 분야일 수 있습니다.
ⒸNick Fewings
결국 멘티님에게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지금 알바를 하며 잠깐 쉬어가는 시기라고 생각하시고 잘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가치를 위해 떠나세요
이제 제가 드렸던 말씀들을 정리해 볼게요. 1)내가 겪은 일을 다시 겪을 가능성이 낮다면, 다른 곳으로 충분히 이직할 수 있고, 2)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나를 붙잡아 앞으로 올 기회를 막게 두지 않는 것이 좋으며, 3)알바는 잠깐 쉬어가는 것일 뿐이니 결국 나의 가치를 위해 떠나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의 돈을 번다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때로는 괴로움과 고민의 값이다 생각하며 넘길 때도 있고요.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돈을 주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그러면 답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건승하시길 바라고, 또 힘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