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관세사 1차 공부 중인 25살 여대생입니다. 저는 안정성만 바라보고 공기업을 준비하다 적성과 성향에 대한 고민 끝에 관세사로 방향을 튼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평소 미래의 이상향을 그리며 동기 부여를 하는 편인데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보다 현직자 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질문 드립니다.
1. 저는 개업을 목표로 하고 있진 않은데, 강사분께선 개업을 꿈꾸지 않으면 꿈이 너무 작은 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정말로 개업 외에는 별 메리트가 없나요? 법인이나 기타 기업에서는 전문성을 키우고 인정받기 힘든 건지 궁금합니다.
ⒸSUPREEYA-ANON
2. 대기업이나 공기업으로 이직이 활발하다고 들었는데 그 경우에도 관세사로서의 특화된 업무를 맡아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건가요? 열심히 공부해서 자격증을 땄는데, 일반 회사원과 같은 업무를 한다면 회의감이 들지 않을까 해서요.관세 법인에서 일반 기업으로 이직하는 보통의 이유가 뭔지도 궁금합니다.
짧은 제 생각으로는 법인에 있는 게 관세사로서 실력을 더 펼칠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이들 이직한다고 들어서요. 연봉이나 업무 강도 때문인가요? 반대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있다가 법인 쪽으로 이직도 활발한지 알고 싶습니다.
3. 여성 관세사의 출산 휴가 등은 잘 지켜지나요? 경력 단절이 일어났을 때, 다시 일을 시작하는 데 현실적 제약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4. 관세사의 연봉은 어떤가요? 초반에 많은 돈을 받는 걸 바라진 않지만 그때의 노력과 힘듦이 내 실력과 전문성이 되고 몸값이 되어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5. 멘토님을 포함한 관세사분들이 관세사라는 직업에서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 부분과 불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긴 질문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 최재현 멘토의 답변
반갑습니다 멘티님. 답변이 좀 늦었지요? 애타게 기다렸을 멘티님을 생각하면, 정신없이 바쁘고 여력이 없어도 답변을 빨리했어야 했는데 송구합니다. 최선을 다해 답할게요. 다만 제 답변은 사견이 반영된 것으로, 전체를 대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Dragan
관세사 개업이 성장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멘티님은 적성과 성향을 고려해 관세사를 결정했다고 했는데, 안정성보다 성취감과 도전정신이 남다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선 개업 회의 메리트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관세사지만 월급쟁이보다는 개업해서 사주가 되는 것이 자격사의 최종목표이기도 하고 연봉에도 차이가 있을 거란 의미에서 강사가 그런 말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업여부가 전문성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대형관세법인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경험할 수 있고, 본인이 원하면 특정분야에 매진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관세사 자격증이 개업자격증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업이 반드시 성장과 성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즉, 개업과 전문성 보장은 무관합니다, 어디에 있든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멘티님도 알겠지만, 관세사의 꽃은 통관입니다. 물론 최근 FTA/*AEO등의 컨설팅업무 비중이 높아지긴 했습니다.
한 가지 권유하고 싶은 것은 합격하고 일을 배울 때 통관부터 시작하길 바랍니다. 관세사는 통관 실무 및 지식부터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밟고 컨설팅을 하면 일취월장할 겁니다.
이직시 실무 능력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관세사로 경력을 쌓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그분들의 입장이 된 적이 없어서 이직 후의 삶이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렇게 이직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거기서는 관세사로 대우받기보다는 그냥 직원으로서 회사의 시스템에 맞춰 살아간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초기연봉이나 복지가 관세사 업계에 비하면 차이가 크게 나서 진로를 바꾸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아는 분들 중 절반 이상이 다시 관세사로 돌아오고 싶어 하거나, 돌아왔습니다.
다만 몸담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돌아오기 힘듭니다. 관세법인에서는 경력 관세사를 채용할 때 능력을 우선시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다녀오면 그만큼의 실무 능력에 공백이 생기는데, 따라오기가 쉽지 않지요. 이런 부분은 글로 전하기 곤란한 부분도 있어 멘티님이 추후 합격하면 오프라인으로 더 설명할게요.
ⒸDean Drobot
역량을 충분히 쌓고 출산을 준비하세요
솔직히 관세사 업계도 아직은 여성관세사의 대외활동이나 출산 관련 복지에 매우 보수적인 편입니다. 복귀는 어렵지 않습니다만 출산휴가가 보통 3개월로 짧지요. 아예 퇴사해 육아에 집중하고 다시 복직하는 분이 많습니다.
물론 자신에 능력에 따라 복직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그러니 역량을 충분히 쌓고 출산을 준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 잘한다고 소문나면 어디서든 환영합니다.
여성 관세사는 컨설팅 업무를 많이들 담당합니다. 여기서 컨설팅은 FTA 같은 제도에 대한 설명이나 인증취득을 위한 자문활동을 의미하는데, 외근이 많고 업체를 많이 만나고 상대합니다.
반면 통관분야를 담당하는 여성관세사도 있습니다. 내근직이 대부분이고, 경력이 쌓이면 관세사무원을 관리해 주어진 화주를 관리합니다. 통관은 세관과 화주 중간에서 매일 발생하는 통관서비스 및 이슈를 다뤄야 하니 순발력과 다양한 통관경험이 필요합니다.
통관 일이 신속한 처리를 필요로 하고 다양한 화주들을 상대하다 보니 컨설팅업무보다 터프한 업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통관을 어느 정도 숙지하면 다른 업무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 참고하세요.ᅠ
Ⓒfreepik
처음 3년 연봉은 낮은 편입니다
연봉은 정말 예민한 문제라 여기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멘티님이 말한 것처럼 초기 3년까지는 연봉이 생각보다 낮습니다. 법인에서도 이 기간 동안은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본인의 역량을 강화해 인정받는데 초점 맞추기를 권합니다.
사견이지만 후배 관세사들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좀 더 월급을 많이 주는 곳,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장인으로 연봉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 때문에 이직하거나 불평하면 업계에서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불편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개인마다 기준도 다르고 그래서 만족도를 딱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네요. 동료와 어느 부분이 만족스러운지 대화를 나눈 적도 없어요.
그동안 만난 관세사분들이 자신의 현 상황에 불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는 일에 비해 회사에서 인정을 안 해준다거나, 회사 내부 및 고객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또는 낮은 급여나 복지를 원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한편 관세사를 평생직업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능동적이고 진취적으로 사는 것 같습니다. 불편보다는 불편의 요인을 찾아서 개선하려 하고, 영업도 열심히,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일이든 어느 조직이든 장단점은 다 있고, 장점과 단점 중 무엇을 더 크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어느 관세 법인을 가느냐보다는 멘티님을 이끌어 줄 만한 그리고 멘티님이 닮고 싶은 선배 관세사를 잘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더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준비 잘하고 끝까지 힘내시고요. 현업에서 만날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AEO: 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세관에서 수출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통관절차 등을 간소화시켜 주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