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메카트로닉스 공학과를 졸업한 31살 취준생입니다. 여러 가지 일로 방황하면서 나름의 길을 찾다 보니 졸업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어찌어찌 졸업은 했지만 저는 다른 방향으로 취업을 준비 중인데요. 현재 국비 지원 학원에서 추가적인 직업 교육을 받으려 하고 있고, 어떤 공부를 할지 찾는 단계에 있습니다.
저는 제 전공을 살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게임 기획 쪽을 진지하게 알아보고 있습니다. 학보사 기자 생활을 1년간 하였고,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학교와 도 지역을 대표해 본선에 오른 경력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제가 기획에서는 어느 정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몇 가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1. 하나는 게임 업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게임 기획을 지원하는 데 있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또 제가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업무에 쓸 만한 사람인지, 회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사람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업계에서는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며, 현재 제가 그런 인재가 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2. 두 번째는 게임 기획을 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가입니다. 게임 기획을 가르치는 학원은 있습니다. 그러나 기획은 단순히 기획에서 그치지 않고 실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게임 개발 역량도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만약 학원에서 공부를 한다면 기획을 공부하는 게 좋을까요, 유니티 엔진과 같은 툴을 공부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차라리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야 하는 걸까요? 멘토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3.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 업계에 들어간다고 하면, 이 업종에서 오래 머물 수 있을까요? 이 업계의 특징과 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특성을 종합해 보셨을 때 냉정하게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업계에서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혹은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이미 30대인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다른 일을 해야 맞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긴 글이라 죄송합니다. 답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민석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진심 어린 글이기에 저 또한 읽으면서 좋은 답변을 해드리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일단 글쓰기부터 자신을 파악하는 관점, 질문의 정리된 방식만 보아도 글을 정리하는 힘이 느껴집니다. 자질은 충분하다고 생각되고 이를 게임 기획에 맞게 변환하는 일이 남을 것 같네요. 먼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자신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판단해 보세요
맨 처음으로는 멘티님께서 게임 기획자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질문해 주셨는데요. 게임 기획자는 글을 쓰는 작업 이전에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게임 만드는 것을 얼마나 원하는지일 거예요. 그런 관점에서 자신을 분석해 보고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 기획은 게임을 만드는 방향성부터 시작해 세세한 수치와 조작까지 결정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게임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규 또는 기존 게임을 어떠한 방식으로 만들고 수정할지 결정해야 하죠. 그리고 그것을 프로그래머와 아트 디자이너에게 넘긴 후 완성하여 테스트까지 하는 일련의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자신이 얼마나 게임을 깊게 파고들 수 있을지, 또 그것을 자신만의 글로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표현한 글을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에게 어떻게 전달하며 설득할 수 있을지, 또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신입 기획자라면 기획 자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두 번째 질문은 앞으로 어떤 방향의 공부를 해야 하는가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게임 기획 역시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데 일원으로 참가하는 것이죠. 대신 큰 틀을 그리고 방향성을 잡아가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프로그래밍과 아트 관련 지식을 쌓으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신입 게임 기획자가 되려고 하신다면 게임 기획과 관련된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실무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망생의 입장에서 기획에만 집중하여도 그 실력을 늘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신입 기획자를 뽑을 때는 기획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으로 하고 그 외에 가지고 있는 다방면의 능력은 보너스와 같은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기획적으로 더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그를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기획 실력이 같을 경우에만 추가 능력이 유용한 것이니, 지금처럼 기획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는 것은 오히려 시간 낭비입니다. 기획을 공부하는 데 치중하시고 프로그래밍과 아트, 툴과 같은 쪽은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임 기획,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멘티님의 결정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신 것 같은데요. 일련의 교육이나 학습 과정을 통해 업계에 입문하고 그 이후 차근차근 실력을 쌓고 성취를 내며 좋은 게임을 런칭하거나 진행하고 있다면 이 업종에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분들은 오래 살아남을 뿐 아니라 다른 업체에서 스카우트를 해가기 때문에 임금 또한 상당히 높습니다.
그리고 멘티님과 비슷한 처지의 특성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나이가 조금 많고 관련 학과나 지식이 전무할 때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물으신 것 같은데요.
위에 말씀드린 대로 따라가신다면 어떠한 처지이든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실제 저의 후배 두 명이 32살에 게임 기획자로 입문했고 현재도 좋은 성과를 내며 이직도 하고 관리직도 맡고 있습니다. 또 언론사에 재직하다가 31살에 게임 기획자로 전향하고 9년간 일하고 있는 선배도 좋은 대우를 받으며 현재도 일하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는 전반적으로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경우도 많고, 나이 학벌 지역 인맥 등을 보지 않고 실력으로 평가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멘티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부분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게임 업계가 아직 오래되지 않은 관계로, 최대 근속 년 수를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1세대 1.5세대 게임 업계 종사자들도 대부분 40대이고 현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실력만 있다면 50대에도 충분히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이런 부분은 여느 IT와 다르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혼자 공부해서 취업하는 방법도 고려해 보세요
질문해 주신 것 외에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일단 졸업한 학과와 게임 기획은 많이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앞서기도 할 것 같고, 잘 안 될 것 같은 경우 빠르게 다른 노선을 정해야만 하는 그런 기분이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다만 학원을 다니신다면 그 코스가 꽤나 길고, 기초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취업이 급한 멘티님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습니다. 1년의 과정을 끝낸다고 해도 바로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게임 업계도 나름의 전문직이기 때문에 이런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나 혼자 서적을 보며 공부를 하고 정보를 찾고 실습하면서 실력을 늘려가고, 그 이후에 포트폴리오 반을 통하거나 과외 등을 하여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이가 조금 있어 조급해하던 경우를 종종 만났기 때문에 말씀드립니다. 사실 저 또한 혼자 공부해서 취업한 케이스이기도 하고요. 그 때문에 기간과 마음이 촉박하다면 이쪽으로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시간이 있고 기초부터 탄탄히 하며 게임 기획에 천천히 흥미를 붙이고 싶다면 학원이 좋겠지요.
원하시는 정보를 드리기 위해 고민하면서 글을 써봤는데요. 만약 이해가 안 가거나 더 세부적으로 궁금한 점 있으시면 질문해주세요. 저의 경험과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너무 불안한 마음이시겠지만 힘내시고요. 지금 이런 과정이 앞으로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