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저는 변리사 시험 준비 3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저의 전공과는 많이 다른 법 과목을 공부하다 보니 나의 적성에 맞는 일인지, 합격 후에는 어떤 목표와 자세를 가져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생깁니다.
©Tim Gouw
멘토님의 경험이나 생각을 듣고 앞으로 수험 생활의 마음가짐을 다잡아 보고자 질문드립니다.
저는 부끄럽지만 변리사라는 전문직의 경제적 안정성 때문에 변리사를 꿈꾸는데요. 멘토님은 왜 변리사라는 전문직을 선택하게 되셨는지, 어떠한 이유로 해당 직업을 유지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또한 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리사라는 직업의 전망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주신 질문을 보고 저의 과거 수험생 때를 회상해보니, 수험 기간은 그야말로 불안함과의 하루하루 싸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량도 물론 많았지만, 사실 학원에서 다 강의가 잡혀있기에 철길을 따라가는 기차같이 공부만 하면 되는 것이었죠.
하지만, 마음의 불안은 어디서 답을 얻어야 할지, 과연 내가 이렇게 공부하는 게 맞는지 의심과 믿음의 외줄타기를 하다가 시험을 보러 갔던 게 생각이 납니다.
1. 경제적 안정성을 보고 변리사에 도전하는 게 잘못된 것일까?
경제적 안정성을 보고 변리사를 선택한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점 자체에서 저는 멘티님이 변리사가 되시면 누구보다 충실하고 성실하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통계로 엄밀하게 내 본 것은 아니나, 경험적으로 꽤나 많은 사람이 경제적인 이유로 전문직에 도전합니다. 돈을 동기부여 삼아 변리사를 도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돈 '만' 보고 변리사를 도전하는 것이 문제이죠.
이것이 왜 문제냐면, 첫째는 향후 변리사가 되더라도 변리사를 오래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건 마찬가지인데 돈 '만' 보고 일을 하면 일 자체, 나의 능력 향상에 보람을 느끼거나 나의 고객(기업)에게 내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돈의 액수에 나의 가치가 정의되기에 돈을 벌면 기쁘고, 돈을 못 벌면 슬퍼집니다. 그리고 기대했던 변리사의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다른 일을 찾아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동기 중에서도 음식점을 차린다든지 다른 일을 하는 변리사도 있습니다.
둘째는 위험한 일까지 손을 댈 가능성이 있습니다. 변리사도 큰 틀에서 컨설팅업에 속합니다.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컨설팅하죠. 돈만 쫓아서 일을 하다 보면 불법적인 일도 특별한 죄책감이나 거리낌 없이 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즉, 들키지 않으면 괜찮다, '다른 변리사들도 이렇게 하더라'라는 식으로 합리화하며 일을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에 대한 자부심은 줄어들고 '자본주의에서 돈이 최고 아니냐? 어차피 돈 때문에 변리사했잖아, 빨리 벌고 빠지자'라는 사고로 스스로를 대합니다.
문제가 되는 건 정말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위 두 가지만 말씀드립니다. 돈 '만' 보고 인생을 살 경우 스스로를 아끼지 않고 외부의 평가(수임료)에 눈치를 보며 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변리사라는 자격증이 족쇄가 되어 포기할 수도 없는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돈 '만' 보고 살 경우고 멘티님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이미 질문에서 느껴집니다. 봉사활동 같이 기업을 도와주기 위해서, 또는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서 변리사 시험에 자기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사람이 몇 명일까요. 단언컨대 0명입니다.
나의 가치관 1순위에 "돈"이 아니면 됩니다.
©Mathieu Stern
2. 제가 변리사 시험에 도전하게 된 계기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특수한 사례일 수 있기에 두 번째 목차로 잡았습니다. 첫 번째 내용이 훨씬 중요하기도 하고요.
저는 원래 우주를 좋아하여 우주와 관련된 대학교에 입학했고, 학교 다니면서도 우주를 생각하며 우주와 관련된 과목을 찾아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우주 덕후였고, 석사와 박사 그리고 정부출연연구소에 취직하여 우주를 보면서 행복하게 살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당시 대학교 3학년에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었는데, 여자친구 집안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전문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여자친구는 전문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우주의 꿈을 접고 변호사가 되어보자라는 정말 우직한 생각을 했습니다.
로스쿨을 알아봤어야 했는데, 얼마나 멍청한지 사법고시를 보려 했습니다. 그때 로스쿨을 알아보고 도전했다면 지금 인생이 또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사법고시 과목을 보니 전부 문과였고, 평생을 이과로 살아온 저에게는 너무 벽이 높았습니다. 그러다가 반반 섞어놓은 자격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자격증을 따는 과정에서 사법고시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잠시(?) 스쳐가는(??) 용도로 변리사 시험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일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당시 변리사 시험에 뛰어들게 동기가 되어 준 여자친구와는 이별을 했습니다. 갈 길을 잃은 상태에서 의욕도 안 나고 시험을 포기할까 하는 찰나에 당시 저와 썸을 타던 다른 여성분이 '시험에 떨어져도 괜찮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저는 이런 말에 감동을 받아 이분을 바라보며 더욱 변리사 시험에 붙어야겠다는 의지를 다잡았습니다. 다행히 변리사 시험에 붙었고 이 여성분과 결혼해 살고 있습니다.
제가 변리사에 도전하게 된 시작은 '홧김'에 했고,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건 '고마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일을 계속하는 건 저를 믿고 만나는 고객(보통 기업)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며 저 역시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Scott Graham
3. AI 전망에 따른 변리사 업무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변리사 업무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업계에 있습니다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AI의 발전 속도와 가능성을 보면 분명 변리사 업무 전체는 아닐지라도 일부 대체할 것이라 봅니다. 오히려 지금 변리사들은 AI 사용법을 익혀야 할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 사무소는 GPT-4부터 유료로 구매하여 사용법을 익히고 업무에 일부 보조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순 업무 보조를 넘어 이것을 유료화라는 가치로 업그레이드하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과거 전통적인 업무,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일들에 변리사의 일을 정의 내려버리면 정말 큰 위기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멘티님도 변리사가 되시면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인공지능과 친해져 업무 능률이나 창의력을 올리시는 데 힘쓰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제가 준비한 글은 여기까지이며, 도전에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