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교 4학년입니다. 마지막 학기라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던 중 '잇다' 서비스를 발견하고, 관심 있는 직업에 보다 현실적이고, 생생한 경험과 조언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현직자 멘토님께 질문을 드려요.
궁금한 것이 많아 질문이 다소 많을 수 있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질문 중에 혹시라도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 있다면 과감히 패스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Austin Distel
1. 직업 선택 및 준비
-멘토님은 왜 마케터라는 직업을 선택하셨나요?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마케팅'이라는 직무를 바탕으로 취업을 준비할 때 꼭 알려주고 싶은 꿀팁이 있을까요?
2. 직무
-마케터라는 직업의 장점과 단점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나요?
-업무의 보람이나 워라벨 또 복지는 만족하고 계시나요?
3. 직장 생활
-추후에 이직 생각도 있으신가요? 현직자는 어떤 목표를 갖고 일을 마주하고 인생을 그리는지도 궁금합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B2B 제조기업에서 마케터로 근무하고 있는 멘토입니다. 저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하고 있어요. 기업과 기업의 가치를 대내외로 알리는 역할이지요.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퍼포먼스 마케팅과는 업무가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해 주세요.
들어가기 전에 멘티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좋은 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요. 그런데 살며 경험해 보니 직업이란 건 나의 일부일 뿐이고 직장에서 겪는 모든 일들 역시 내 삶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 주세요. 모든 것을 걸어 성과를 얻어내는 것도 의미 있지만 직업이 나의 모든 것은 아님을 알아주세요.
©Domenico Loia
저는 기업의 인재개발을 담당하는 HRD 컨설팅 회사에서 영업교육과 마케팅 교육을 개발하는 컨설턴트였는데요. 현업 경험이 있는 강사나 개발자를 만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현업을 경험하자는 니즈가 생겨 이렇게 마케터가 된 것이지 처음부터 ‘마케터가 되자!’는 꿈이나 결심을 하고 일을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마케터 꿀팁을 부탁하셨죠? 마케팅은 전략과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된 업무에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논리를 개발하고 그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달해야 하는 직종입니다. 그러려면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방식과 창의적인 감수성 모두를 가져야 하지요. 하나에 집중하고 설계해나가는 역량과 동시에 주변과 세상에 대한 넒은 관심을 동시에 가져야 합니다. 한 가지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지, 반대로 타인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동시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요약하자면 나 자신을 얼마나 연구하고, 어필할 수 있는지를 준비해두면 그 자체가 포트폴리오도 되고 레퍼런스도 되는 것 같아요.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콘텐츠가 있으면 역량을 파악하고 증빙하는 데 도움이 되죠. 단순한 호소가 아닌 과정과 결과가 있는 기록으로 설득해야 하는 걸 기억해 두세요.
마케터의 성격도 궁금해 하셨죠? 밖에 나가면 엄청 잘 노는데,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들 있죠? 친구들하고 3시간 놀고 나면 내 시간 3시간이 필요한 사람들. 위 질문에서 답했던 것처럼 하나에 집중하고 몰두하면서 동시에 세상에 관심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외향적이거나 일방적으로 내향적인 것보다 그 두 가지를 오묘하게 갖고 있는 사람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멘티님은 어떠신가요?
마지막으로 비전공자의 시선에 관해서도 말씀드려 볼게요. 저는 '굶는 과'로 알려진 '국문과'출신입니다. 국문과여서 HRD 컨설팅 회사에 교재 개발자로 들어갔다가, 컨설턴트로 과정 개발을 하다가 마케터로 전향한 케이스죠. 컨설턴트로 일할 때도 새로운 회사를 공부하고, 그 회사가 필요로 한 역량을 공부하고 그 역량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게 하는 계획을 짜는 게 일이었습니다. 그 도우가 '교육'이었고요.
마케터도 똑같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나 제품을 공부하고 장점을 발굴하고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일이죠. 실제로 전공보다는 그 전공을 어떻게 직무에서 활용할 것인지 스토리를 구상하고 그게 듣기에 그럴싸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 아웃소싱 기업이 아니라면 공모전 같은 건 크게 의미 없는 것 같아요. 인하우스라면 더더욱 공모전보다도 기업의 취업 스펙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다음으로 자체적인 마케팅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경험했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개인 블로그 같은 거요. 돌고 돌아 기록해야 한다는 뜻이죠.
©visuals
마케터가 되서 그런 걸까요? 돈을 엄청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평소의 성향이기도 할 텐데 새로운 게 있으면 구매해 만져보고 체험을 해보고 싶어요. 단순 제품만 관심이 있다면 정보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과정을 체험해 보고 싶은 욕구 때문에 일단 자꾸 소비가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물론 회사에서 지원받으면 좋겠지만요. 즉흥적으로 구매하게 되는 것도 너무 많아요.
반대로 내부고객을 만족시켰을 때는 참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저는 B2B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가까운 일을 합니다. 우리 기업 자체를 홍보하고 소통하는 역할이지요. 이 일은 물론 외부에 회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데요. 반대로 내부 직원들이 박람회나, 행사, 언론을 통해 '우리 회사 멋지잖아!'하는 느낌을 받을 때 정말 만족스러워요. 내부자들이 만족한다는 사실만큼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게 사실 없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회사와 집이 멀다는 것 빼고는 지금의 상황이 만족스러워요. 회사의 특징상 대부분 '우리 팀이 하고 싶은 업무'를 발굴해 내고 경영진이 OK만 하면 시도해 볼 수 있거든요. 연봉은 현재 만족은 아니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있어서 연봉도 계속 조정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불만이 없습니다. 근무 분위기 역시 회사, 사람에 따라 다른데 역시 실무자 위주로 의사결정이 되는 편이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마케터의 워라벨은 직무 특성상 늘 일정치 않아요. 행사나 이벤트를 중심으로 일이 몰려서 집에도 못 가다가 한가할 때는 '시계만 보고 있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이 없기도 하거든요.
©Melanie Deziel
워라벨은 개인이 어떤 의미를 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 같아요. 매일 규칙적인 삶에 중심을 둔다면 알맞은 직군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박람회나 회사 홍보영상, 회사 세미나 등이 있다면 한 달 정도 빡세게 야근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그 일정을 내가 조절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다만 팀원이 많아서 바쁜 날을 조정할 순 있어요. 역시 진리의 케바케라고 볼 수 있겠네요.
또한 일반 소비재 마케팅이라면 이벤트의 주기가 더 짧고 판매나 노출지수 등 수치로 증명해 내야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일이 더 많고 복잡할 거라 생각합니다. 워라벨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연봉 만족도는.. 마케팅 직군이 어떻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연봉으로 만족감을 얻고 싶으시다면 큰 기업으로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기업이 크면 연봉이 높습니다. 같은 기업 내에서 마케터가 더 높고 낮고 하는 정도의 차이는 의사결정을 할 만큼 크지 않거든요.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이제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슷한 기술의 수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과 제품력에서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마케터는 그런 제품들 가운데 자사 제품을 돋보이게끔 윤을 내지요. 앞으로 제품에 스토리를 입히고,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출에 더욱 큰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합니다.
이직에 관해도 질문 주셨는데, 저는 평생직장이란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회사가 아니니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요. 미사여구 같지만, 실제로 회사의 성장과 함께 내가 성장하고, 내가 성장함으로써 회사가 성장하는 것입니다. 현재에 충실하면서 내 가치를 높이고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고 성장이 필요하면 과감히 이직할 거예요. OO 기업의 '나'보다 나 자체가 더 중요해야 합니다.
연장선 상에서 저는 제 자신이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나를 제대로 팔아 보고 싶어요. 강의를 하거나 책을 쓰거나 컨설팅을 해서 돈을 버는 것으로 경제독립도 이루고, 나 자신이 돈을 지불할만한 브랜드가 되는 거예요. 나 자신을 제대로 팔아보는 것이 (나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마케터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꿈꾸는 끝왕판 아닐까요?
답변이 충분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저를 돌아볼 기회가 됐네요. 또 궁금한 점 있으면 글 남겨 주세요. 모든 경험과 성장을 응원합니다!
멘토님. 답변 잘 읽었습니다. 질문 하나하나 자세하게 답변해 주셔서 '마케터'라는 직업이 현장에서는 어떤 느낌일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본인이 발전하고, 회사가 발전하는 멋진 목표까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알려주신 내용들 바탕으로 제가 가고 싶은 회사를 정해보려고요. 덕분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