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건축학과를 갓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멘티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첫 회사를 선택하는 데 고민이 있어서 이렇게 질문드립니다.
먼저, 저는 공간의 가치를 발견하거나 컨셉에 맞게 공간을 변형하여 가치를 창출해내는 작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회사를 예로 들자면, 앨리웨이라는 골목길 형태의 상권을 만든 '네오밸류', 특색 있는 건축에서 숙박할 수 있는 스테이폴리오를 운영하는 '지랩', 한남사운즈의 상업공간 설계부터 브랜딩까지 진행한 'JOH'등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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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위와 같은 회사로의 이직을 염두에 두고 건축사 사무소를 통해 경력을 쌓고자 합니다. (원하는 회사들이 채용 인원이 적거나 경력직 위주로 뽑아 우선 전공인 건축으로 시작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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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 사무소를 선택한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Daniel McCullough
1. 인원 300명 이상의 대형 사무소/ 대형 사무소에서만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합니다. (대규모 공공사업, 기업 대상 프로젝트 등) 또한 업무 체계가 잘 잡혀있고, 정기적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 프로젝트의 규모가 큰 만큼 직원 개개인이 맡는 업무는 프로젝트의 일부로 제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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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원 5명 이하의 소규모 사무소(아뜰리에)/ 주로 주택, 상업시설 등 작은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합니다. 연차가 조금 쌓이면 주도적으로 한 프로젝트를 계획부터 실시설계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단, 채용이 불규칙적이며 회사의 정보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브랜딩이라는 게 여러 분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건축 외에도 뛰어난 디자인 실력이라든지 아니면 건축에 대해 꽤 많은 실무경험을 갖추어야 하는 건 아닌지 부담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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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브랜딩을 하기 위한 능력을 갖추려면, 건축으로 커리어를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괜찮다면, 작은 회사에서 개인의 역량을 길러야 할지 아니면 그래도 큰 회사에 지원하여 이직의 기회를 노리는 것 중 어느 것을 더 추천하시나요?
그리고 앞으로 좋은 공간 브랜딩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계속해야 할까요? 어떤 실력을 키워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취업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에 멘티 님은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되어있는 분이라 생각되네요.
먼저, 건축사 사무소의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말씀드리자면,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멘티 님의 성향상 2번과 같은 소규모 회사에서 더욱 흥미 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첫발을 떼는 사회초년생은 그 시기에 배우고 갖춰야 하는 기본기를 익히려면 5인 이하 규모의 회사 보다는 적어도 최소 10인 정도 규모가 되는 곳에서 일하기를 권장합니다. 그리고 건축에 포커스를 두고 제한을 두는 것보다는, 공간 브랜딩을 중점적으로 하는 디자인 회사도 포함해서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멘티 님의 관심이 단지 건축보다는 '브랜딩' 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디자인 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최소 3개월 정도 쌓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이 또한 아시는 것처럼 채용이 불규칙적이고 회사의 정보를 얻기가 어렵고,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신입을 채용해서 가르치는 것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죠. 하지만, 단지 거쳐 가는 회사로 가볍게 바라보지 말고, 그래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관련 있는 회사를 꾸준히 리스트업하면서, 채용 시즌이 아니어도 포트폴리오를 보내는 등 어필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회사에 관심이 있고, 방향성이 명확한 구직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누구나 같은 마음일 거예요.
©️Kara Eads
공교롭게도 제가 1, 2번과 유사한 환경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조언을 드리자면, 저는 실내디자인을 졸업했지만, 1번과 같은 규모의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서 정작 제가 원했던 분야가 아닌, 회사에 필요한 분야의 환경디자인을 먼저 접하게 되었어요.
이러한 회사의 장점은 조직적이기 때문에 사수 체계가 명확하게 설정이 되어있어서 사회초년생 시기에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신입의 역할이나 업무가 제한적이라 그로 인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민간 기업 대상의 프로젝트는 성향상, 마감 시간이나 퀄리티에 대한 압박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도 많고, 여러 사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등 업무의 과중이 생기죠. 또한, 단순 작업의 반복적인 업무가 많아지면서 주도적이기보다는 하나의 부속품처럼 주어진 업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동적인 업무를 하게 되고, 결국 일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됩니다.
제 경우에는 이후 2번과 비슷한 규모의 회사로 이직하였고, 이전 경력을 바탕으로 일에 대한 기본기가 갖춰진 상태에서 2번 회사의 자율성과 다양한 포지션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업무 환경이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2번과 같은 회사는 신입이 성장하기에는 다소 불리한 조직이기는 해요. 사수가 없고, 규모가 작을수록 대표와 같이 일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1번과 2번의 차이가 단지 규모만 놓고 비교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고민해야하는 부분이 많지요.
조직이 작을수록 개인에게 맡겨지는 업무의 범위가 불분명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맡아서 해야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무래도 경험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창 일을 더 배우고 내면을 채워야 하는 시기에 과도한 책임감이 먼저 주어지는 건, 오히려 중압감이나 부담감으로 돌아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 전문성을 갖추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는 '누구라도 해야 하니까 이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마인드로 바뀌게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애초부터 하나의 답을 정해놓고 준비하기보다는, 선택지를 넓게 보고 최종 결정을 앞둔 상태에서 고민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Toa Heftiba
공간을 다루는 일은, 사람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공간도 많이 다녀보고 요즘 이슈가 되는 공간, 브랜딩에 대한 스터디도 하면서 어떤 관점에서 이 공간을 바라보고 브랜딩 체계를 만들었는지, 프로세스 측면에서 업무의 단계를 간접적으로 지식화하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어떤 공간이나 프로젝트를 보고 나였으면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할지 새롭게 구성해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네요. 코로나도 그렇고, 취업이 힘든 시기라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겠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첫 단추를 신중하게 잘 결정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