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금융 관련 전공자인 이십대 중반 대학생입니다. 막연히 타인을 돕는 일이 보람돼 보여 2년이 넘도록 공무원을 준비했지만, 구체적인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진로를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진로 탐색을 새로 하던 중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제 전공과는 무관하나 이 분야에서도 ‘사용자 맞춤’을 중시한다고 들어, 디자이너가 된다면 실제로 보람찬 업무를 맡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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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자인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모를뿐더러, 현실적으로 늦은 나이에 전공을 바꾸는 게 괜찮은 선택인지 의문이 들어요. 디자인 전공 대학원에 진학해야 한다는 조언도 들었는데, 멘토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현재의 제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 Jeong Han Kang 멘토의 답변
서비스 디자인과 UI/UX 디자인
먼저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서비스 디자인은 일반적인 UI/UX 디자인과 그 정의부터 다릅니다. UI/UX 디자인은 말 그대로 디바이스의 화면 구성 혹은 사용자가 경험하게 될 디자인 전반의 기초를 설계하는 분야를 일컫습니다.
반면, 서비스 디자인은 타겟 고객의 요구 및 특성에 따라 달리 제공되는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분야입니다. 그러므로 기획하는 서비스의 성격, 예컨대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인지 오프라인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인지 등에 따라 서비스 디자이너가 맡게 되는 업무는 차별적이라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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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맞춤’보다는 사용자 '이해'
서비스 디자이너는 대상 고객의 정보를 먼저 알아야 하기에 ‘사용자 맞춤’을 중시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멘티님이 이해하고 계신 ‘사용자 맞춤’의 뜻은 실제 필드에선 조금 다르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사용자 맞춤’은 ‘맞춤’이라는 말보다 사용자에 대한 ‘이해’와 더욱 상통하는 용어입니다. 결국 서비스 디자이너도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선심 쓰듯 모든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는 없어요.
물론 최근 서비스 디자인이 마을이나 시장 살리기, 의료 서비스 등 공적 분야에서도 요구되고 있어, 서비스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멘티님께서 언급한 ‘타인을 돕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몰라요.
하지만 일정 수준의 임금 보장 없이 봉사 정신만으로 디자이너 업무를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용자 맞춤’이 지역사회나 국가에 환원하는 공적인 업무를 담당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꼭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꾸준히 관찰하세요
서비스 디자인은 비전공자에겐 다소 어려운 영역이 맞습니다. 그러므로 학부 전공이 디자인 계열이라면 직무 지원에 도움이 될 순 있어요.
하지만 서비스 디자이너는 디자인 전공자라도 만만하게 생각할 직업이 아닙니다.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는 기본이며, 마케팅과 경영에 대한 감각,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도 탁월해야 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서비스 디자인의 세부 분야가 워낙 방대하기에 단순히 이론적인 지식만 갖췄다 해서 실무에 바로 뛰어들 수도 없습니다. 실제 필드에서의 감은 꽤나 중요하기에, 사람들의 행동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패턴을 찾을 수 있는 능력과 나아가 그것을 분석하여 그들이 선호할 서비스를 미리 구상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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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과 가슴 뛰는 일은 다릅니다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전공을 바꾸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멘티님의 열정과 노력만 뒷받침된다면 지금도 도전하기엔 절대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
짧게나마 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저도 멘티님처럼 디자인 계열 학과 출신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유아교육을 전공해 3년 넘게 교육을 받았고, 실습에 나가 1년 넘게 유치원에서 근무했어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업무에 만족했음에도 가르치는 일이 제 천직이라곤 확신할 수 없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광주 비엔날레에 참석했다가 디자인을 알게 되었고 가슴이 울렸습니다. 내가 꼭 해야 하는 직업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집에 돌아와 관련 서적과 논문을 검색해보고 진로 정보를 알아봤으며, 멘티님과 같은 시기에 전공을 바꿔 학교에 새로 입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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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디자이너의 자질이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여겨, 학교에서는 물론 취업 후 직장에서도 배움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무리해서 야근하면서도 사이버대학 디자인 과정을 수료했고 영국에 워크샵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지역 내 서비스 디자인 모임을 만들어 15명 남짓한 인원으로 자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어요.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대학원에 진학해, 현재는 논문만을 남겨둔 상태입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약 7년 정도가 걸렸어요.
정말 서비스 디자이너가 되고자 한다면 지금 결단을 내리셔도 늦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소 시작이 뒤처진 만큼 필드의 동료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수반하셔야만 해요.
또한, 단순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직업과 정말로 가슴이 뛰고 원하게 되는 직업은 다르답니다. 아직 멘티님의 상황을 볼 때 서비스 디자이너가 정말 본인이 원하는 분야의 직업이 아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진로 탐색을 해보길 바랍니다. 당장 눈에 밟히는 일이나 남들이 추천하는 직업이 아닌, 정말로 본인의 마음이 움직이는 일을 찾아보세요.
그런 뒤에도 서비스 디자인이 정말로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한번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욱 심도 있게 답변을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