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저는 출판업, 그중에서도 기획과 편집 업무에 종사하고 싶은 멘티입니다.
군 제대 후 출판업계에 취업하겠다고 결정 내렸지만, 준비가 쉽지 않네요. 제 주변에 비슷한 진로를 고려하고 있는 친구도 없고, 직무가 전공인 국제관계학과도 크게 연관이 없어 자연스레 혼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선 독서와 글쓰기라도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한 학기를 보냈지만, 부끄럽게도 제대로 해낸 것은 많이 없는 상황이에요. 방학 때는 기본적인 어학 및 컴퓨터 자격증과 한국어능력시험 자격증 취득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제가 잘 준비하고 있는 건지 자신이 없어지고 위축되기만 하는 요즘입니다.
그러던 중 학교 일자리 센터 담당 선생님께서 ‘잇다’를 알려주셔서 이렇게 멘토님께 도움을 요청하게 됐어요. 출판업계로 취직하기 위해서 이번 방학과 앞으로 남은 학기들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현직자 멘토님의 답변이 막막한 제 취업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답변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출판업계에 지원하려는 분을 만나 정말 반가워요. 고민이 많으실 것 같은데 제 답변이 멘티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장과 직업을 명확히 구분하고 접근하자!
질문에 본격적으로 답변하기에 앞서, 일단 지금 하고 계신 고민을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멘티님의 목표는 출판계 취업, 그러니까 직장을 구하는 것인데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은 직업을 구하는 방향에 가까워요. 직장과 직업은 조금 다른 개념이거든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직장과 직업을 각각 이렇게 정의합니다. (편집자이다 보니, 국어사전을 끼고 사는 게 일이네요!) 직장은 사람들이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곳,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입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고 싶은 일(직업)을 정했다면, 갈 수 있는 출판사와 가고 싶은 출판사(직장)에 대한 정보를 알아본 뒤에 그곳이 나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능력)를 만들어 보는 게 좋아요.
만약 멘티님이 생각하시기에 갈 수 있는 출판사, 가고 싶은 출판사가 딱히 없다면 답은 나의 책장에 있을 거예요. 특정 출판사의 책이 여러 권 있다면, 그곳이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내는 출판사일 확률이 높거든요.
본인이 어떤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지, 그런 책을 내는 출판사는 어느 곳인지 서점에서 여러 책을 훑어보며 고민해 보길 추천 드려요. 이 부분에 대해서 추가로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질문해 주세요.
취업을 위한 투 스텝, 구직 활동과 자기 계발
서론이 조금 길어졌네요. 편집자가 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이번 방학과 남은 학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질문해 주셨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본격적으로 답변 드려 볼게요. 간단히 말하면, 아래 세 가지 단계를 따라 준비하시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 취업하고 싶은 출판사를 찾아보세요.
2) 그곳이 신입 사원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세요.
3) 그 능력을 키워보세요.
이를 위해선 두 가지에 집중하셔야 하는데요. 바로 ‘구직 활동’과 ‘자기 계발’입니다.
이직률 높은 출판업계, 나만의 ‘출판 의지’를 보여주세요
먼저, 구직 활동을 위한 요령을 알려 드릴게요. 출판업계는 이직률이 높습니다. 열악한 근무조건과 영세한 회사 규모 때문이죠. 무엇보다, 출판 시장 자체가 매년 축소되고 있어 근로자 또한 많은 압박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입사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출판하고자 하는 의지예요. 출판사는 쉽게 퇴사하지 않을 사람을 선호합니다. 스펙을 잘 쌓은 사람은 쉽게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재 가진 능력이 많지 않더라도 꾸준히 능력을 키워가며 제대로 자기 밥값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회사에 있을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니 출판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출판 편집자가 되기 위해서 나 이런 것까지 해봤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시는 게 가장 효과적일 거예요. 도서 기획안을 작성해보거나, 실제로 책을 만들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입사하고 싶은 출판사가 있다면 해당 출판사에서 출간한 도서의 보도자료(온라인 서점 출판사 서평 등)를 작성하거나, 출간도서 평가서를 작성해 자기소개서에 첨부해 보내는 것도 좋아요.
편집자의 필수 역량, 교정/교열 능력을 어필하세요
두 번째로 자기 계발에 집중해야 하는데요. 이때 말하는 자기 계발은 편집 능력과 관련 있습니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회사는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을 원해요. 구직자 입장에서는 정말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안타깝게도 실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상황입니다.
편집자의 역할은 크게 텍스트를 편집(교정/교열)과 도서 기획인데요. 신입 편집자에게 기획을 맡기는 출판사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구직 기간 동안 교정/교열 능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시는 것이 좋아요.
교정/교열의 기본은 국어 정서법입니다. 그렇다 보니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과 출신 지원자를 많이 채용하는 편이에요. 다음으로 영어영문, 일어일문, 중어중문 등의 어학 계열 전공자를 선호합니다.
이외의 전공은 출판사가 주로 출간하는 도서의 분야에 따라 채용 유불리가 가려져요. 예를 들어, 멘티님께선 국제관계학을 전공하셨으니 사회과학 분야 출판사에서 선호할 수 있겠죠?
국어 정서법과 출판 편집을 가르쳐 주는 곳은 SBI(서울북인스티튜트),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두 곳이며 모두 서울에 있습니다. 관련 수업을 듣고 싶으시다면 참고해주세요.
국어 정서법과 관련된 자격증은 ‘KBS 한국어 능력시험’이 대표적인데요. 1~2등급이라면 서류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3등급부터는 서류 심사에서 크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아요. 4등급이라면 일반인 수준이니 이력서에 표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멘티님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 답변이었는지 모르겠네요. 추가로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