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평소 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출판 업계에 관심이 생겼고, 출판 편집자에 관해 궁금한 점들이 몇 가지 생겨 현직자인 멘토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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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멘토님은 출판 편집자가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2. 출판 편집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도 궁금합니다.
3.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나 즐거움, 원동력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반대로 일을 하면서 힘든 점도 있으실까요?
4. 최근 e-book과 같은 전자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은데요. 전자책의 확산이 출판업계에 가져온 변화가 있는지, 출판 산업의 전망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향후 디지털 콘텐츠가 종이책을 대체하게 될 수도 있을까요?
출판업계의 전망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이러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에 대한 멘토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출판 업계에 관심을 가지신 분과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나름대로의 답을 정리해봤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출판편집자가 되신 이유나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린 시절부터 비교적 책과 가까운 환경에 있었습니다. 중학생 시절에는 만화책을 좋아했는데, 이야기를 좋아하는 성향이라 만화에서 소설로 옮겨간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에선 독서토론부 서클 활동을 하며 서클 부장 활동을 했습니다. 대학교는 문예창작과에 진학했습니다.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기도 했지만, 쓰는 것보다는 읽는 걸 더 좋아한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현직 편집자셨던 교수님의 편집론 강의를 듣고 편집자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와 잘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흥미가 생겨 수업을 열심히 듣다 보니 교수님의 눈에 띄었나 봅니다. 어느 날 그 교수님께서 서울출판예비학교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이 교육과정에 지원해서 합격해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출판사에 취업했습니다. 이 과정은 지금도 운영되고 있으며, 이제는 편집자가 되고자 하는 분들에게 출판계 입문 교육으로 잘 알려진 것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 그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았고, 직업과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출판편집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도 궁금합니다.
편집자에게는 두 가지 역량이 필요합니다. 기획과 편집입니다.
기획: 새로운 출판물을 기획하기 위해 시장 동향, 독자 요구사항, 시장 상황 등을 조사하고 분석합니다. 이후 출판사의 특성, 시장성, 경쟁력, 최근 트렌드 등을 고려하여 세부적인 기획안을 작성합니다.
편집: 완성된 원고를 편집하여 가독성을 높이고,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합니다.
기획은 실무를 알아야 할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에게 기획부터 맡기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편집을 진행하며 기획회의에 참여하고 기획안부터 작성해보며 어깨너머로 사수들의 기획 마인드를 배우다가 기획력이 늘게 됩니다. 그러니 빠른 적응력이 큰 도움이 됩니다.
기획에 대한 감각을 기르려면 콘텐츠 수용자, 독자가 아닌 기획자의 눈으로 책을 봐야 합니다. 책을 볼 때 내 눈이 책 자체를 향하는 게 아니라, 그 책을 보는 독자들의 시선을 봐야 합니다. 독자들의 시선이 어떤 책, 어떤 소재, 어떤 이슈로 향하는가를 보는 연습을 하는 게 좋습니다.
©Bartosz Kwitkowski
3.업무의 보람 또 고충은 무엇이 있나요?
좋은 점부터 말씀드려 볼게요. 책 한 권을 만드는 과정을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한다면, 프로젝트 진행 일정이 2~3개월 정도로 적당하고(물론 엄청나게 빠르게 돌아가는 곳도 많습니다), 마감 일정에 촉박하게 일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이것도 잡지사나 언론사보다는 낫다는 정도입니다).
또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책 한 권의 지식을 계속 얻어가며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출판 분야는 시장이 작고 문턱이 낮아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뒤 독립해서 창업을 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반대로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너무 절망적인 표현이겠지만, 지금은 그렇습니다. 산업 전반의 성장세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디지털화 기술 도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당히 빠른 편이지만, 잘 변화하지 않아서 보편화는 다른 산업에 비해 놀랄 정도로 느린 편입니다. 그래서 다소 답답한 아날로그 방식 업무가 많습니다. 유통 시스템이나 관련 제도가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편입니다(물론 그 제도 덕분에 작은 규모의 출판이 활성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4.전자책의 등장, 위기가 될까요? 기회가 될까요?
위에서 출판 산업은 디지털화가 놀랄 정도로 느리다고 말씀드렸지요. 전기차의 등장으로 자동차는 내연기관 차와 전기모터 차로 나뉘었습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된 스마트폰, 태블릿으로의 콘텐츠 이동이 출판계의 화두라면, 다소 민망할 지경이겠지요.
내년부터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고 합니다. 종이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습관이 전자책으로 바뀐다고 효율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입시 준비나 대학 공부, 연구는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종이책으로 전달되던 콘텐츠를 디지털화한 것이 말씀하신 디지털 콘텐츠이고, 이미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현재 종이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어느 매체로 먼저 생산되느냐, 어느 매체에서 많이 소비되느냐의 차이일 뿐, 콘텐츠가 기존 책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종이책 대비 비중이 작을 뿐입니다.
큰 변화의 흐름은 명확하고,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콘텐츠 기획자이자 판매자인 출판사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