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취준생이 되었을 때 후회하지 않는 법
문득 내가 대학생이 아닌 취준생이 된 시기가 언제였을까 궁금해졌다. 나름대로 내린 결과는 3학년 겨울방학부터 4학년 1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왜냐하면 취업 준비 4종세트 같던 토익, 스피킹, 인적성, 자격증 준비를 하던 시기가 바로 이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자격증, 영어, 인적성 공부만 했다.
그런데 지난 취준 시기를 되돌아보니 취업을 위해 필요한 중요한 몇 가지를 잊고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걸 몰랐기에 공채 시즌마다 밤을 새고, 자소서가 밀리는 일이 허다했다. 회사에 대한 이해도 못하고 제출 버튼을 누르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취업 준비에 있어 자격증, 토익, 스피킹, 인적성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1. 산업에 대한 이해
공채 시즌을 겪으면서 가장 많이 필요함을 느꼈고, 취준 기간 중 가장 많이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필자는 직무에 대해서는 해외영업, 물류로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는 편이였지만 구체적인 산업군에 대해서는 특정해보지도 공부해보지도 않았다. 막연하게 인턴십을 통해 쌓아온 철강 지식만 있었지 직접 산업을 파고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원하는 포지션의 직무가 올라와도 이 회사의 업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루는 모 석유화학기업 해외영업 포지션이 떴고, 동남아 지역 경험을 우대하는 곳 이었다. 경험상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자기소개서를 열어보니 회사를 떠나 업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석유화학에 대한 계통도를 공부하는데만 하루를 소비해버렸다. 미리 준비하고 공부했다면 시간을 아꼈을텐데.. 후회가 컸던 순간이었다.
이처럼 많은 취준생들이 직무나 업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특정 산업에 대한 공부를 해본 적이 있는지를 물어보면 대부분 없거나 모른다고 할 것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면접 과정에서 산업에 대한 관심도를 평가하기 위해 역량면접과 PT면접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그리고 면접에 있어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그러면 어떻게 공부를 시작할까? 추천하는 방법은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Top10 안에 드는 산업들에 대해 하나씩 뜯어보는 것이다. 2019년 기준 한국 주요 수출품목 순위는 다음과 같다.
한국 주요 수출품목 순위(2019)
1.반도체
2.자동차
3.석유제품
4.자동차부품
5.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6.합성수지
7.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8.철강판
9.무선통신기기
10.플라스틱제품
취준생들이 흔히 대기업이라 부르는 곳의 제조업종들은 대부분 이 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대표 수출 산업에 대한 공부만 하더라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업에 대한 내용은 관련 책도 좋고 국내 산업 계통도를 찾아보면 국내 전체 산업 구조를 파악하는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2. 직무에 대한 이해
최근 취업 트렌드를 보면 기업의 네임밸류보다는 본인의 커리어 패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재밌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삼성, 현대라는 기업을 선망하고 입사를 희망했다면, 지금은 글로벌 마케터, HR 전문가 등의 직무 중심으로 직무를 정해서 취업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그럴 수록 본인이 희망하는 직무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이 있어야하는데 준비하기가 힘들고 어렵다.
문제는 직무에 대한 막연한 생각으로 취업시장에 뛰어 들었다가는 자기소개서 그리고 면접관에게 호되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령 해외영업 직무를 지원해놓고 영업관리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던가, HR이 '인사'업무만 한다고 아는 경우가 있다. 직무에 대한 이해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그리고 인턴, 대외활동, 현직 종사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만 있다면 빠르게 정립해나갈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 기업처럼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를 쓰는 곳이 많아져 내가 지원하는 직무 기술서를 알아보는 방법도 좋다.
*국가직무능력표준 : www.ncs.go.kr에 들어가면 직무별 직무기술서가 자세히 소개되어있다.
3. 공기업vs사기업 차이에 대한 이해
멘토링을 하면서 많이 받아본 질문 중 하나이다. "직무만 명확하면 공기업과 사기업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요?" 경험상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공기업과 사기업의 채용 프로세스가 상이하다. NCS와 필기시험 기반인 공기업과, 인적성과 면접이 중시되는 사기업 면접을 같은 시기에 준비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필자 역시 무역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무역 관련 공기업과 사기업을 동시에 준비했었지만 공기업의 필기시험과 NCS의 벽은 매우 높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보니 모든 것들이 촉박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취업준비를 시작할 때 본인의 가치관을 근거로 공기업과 사기업을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공기업과 사기업의 조직문화와 근속연수, 근무환경, 복지 등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입사 후의 삶이 명확하게 달라진다. 일부 입사 동기들이 퇴사 후 공기업으로 이직한 이유도 삶에 대한 가치관이 공기업에 맞아서 그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처럼 취업 준비 이전에 명확하게 설정을 한다면 이후 준비 과정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대학생이 취준생이 된다는 것은 스펙에 대한 완성이 아닌 본인의 가치관을 명확히 하고, 앞으로 몸 담을 직무와 산업을 이해하는 시기임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래전부터 대학생때부터 LG드림챌린저, 고등학교 전공 강연 등 유독 진로와 관련된 멘토링을 많이 해왔었습니다. 이제는 직무 경험을 살려 많은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직무 멘토로 거듭나려 합니다.
인스타그램 : johnnny_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