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올해 인생 멘토님을 찾는 게 저의 큰 목표 중 하나인데요. 사실 작년에 잇다에서 멘토님의 이력을 봤는데, 제가 너무 이루고 싶은 커리어 패스여서 질문드릴 기회를 찾고 있다가 이제야 용기를 내서 글을 남깁니다.
저는 의류벤더의 해외 영업 직무를 하고 싶어 구직활동 중입니다. 그래서 지금 중소기업에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T 물산도 벤더이기 때문에 멘토님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 제 고민을 나누려고 합니다.
저는 28살에 무경력으로 늦게 취업 준비를 시작한 만큼, 우선 이달 내에 중소기업 벤더에 들어가 1년 정도 경력을 쌓고 중견 기업으로 이직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Fancycrave
경력을 3년 정도 쌓을 생각을 했는데, 그러면 이직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을 것 같아 고민입니다. 또 중견 기업에서 일하다가 기회가 된다면 멘토님처럼 꿈의 직장인 S 사로 이직하고 싶습니다.
물론 중소기업에서 중견으로 이직하는 것, 특히 중견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은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S 사는 학벌이 중요하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요구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노력하여 매력적인 인재가 된다면 이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멘토님께 세부적인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1.중소기업에서 시작해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게 좋을지 알고 싶습니다.
2.니트, 우븐, 아웃도어, 패션잡화 벤더 중에서 수요가 많은 니트 쪽 중소벤더로 가야 중견 벤더로 이직이 수월할지 궁금합니다.
3.의류 벤더 업무와 S 사의 소싱, 해외 영업의 접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4.멘토님께서 T 물산에서 S 사로 이직하실 수 있었던 계기나 업무 경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주 바쁘시겠지만, 여유가 생기시면 꼭 답변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감사합니다.
💬 김누리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그동안 제 경력을 눈여겨 보고 계셨다니 좀 부끄럽네요. 질문 감사합니다. 멘티님이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도록 답변 드릴게요.
의류벤더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물론 나이가 하나의 경쟁력인 것은 맞으나, 최근 취업하는 나이가 늦어지고 있으니 너무 큰 압박을 느끼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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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은 스펙보다 경력이 우선합니다
우선, 멘티님이 중견 벤더가 아니라 중소 벤더에 도전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1년이라는 시간을 경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가장 이직이 쉬운 시기는 만 3년 이상부터 6년 이하로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그 연차 때 벤더에서 배우는 업무가 비슷해서, 어느 정도 업무를 숙지하고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통상 바이어의 한 시즌 오더는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간혹 스팟 오더나 패스트 오더의 경우 3개월 만에 끝나기도 하지만 이건 매우 특별한 경우입니다. 따라서 바이어 오더의 흐름을 어느 정도 숙지하려면 3년 이상의 시이 필요합니다.
벤더업계의 매력은 이직이 잘 된다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 기업으로, 중견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기 생각보다 수월합니다. 그러니 멘티님도 본인의 커리어 패스를 장기적으로 본다면 너무 초조해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S 사 경력직의 경우, 학벌이나 영어 능력을 요구하기보다는, 경력을 더 중요시합니다. 영어 능력의 경우 지원 조건에만 부합하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경력직 지원 시 어디서 일했는지, 어간떤 아이템을 다뤄보았는지, 어느 바이어와 얼마만큼 일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커리어 패스에 장점이 있다면 이직하는 데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질문해주신 것에 답변해볼게요. 먼저 중소기업부터 어떤 커리어를 쌓아 나가야 할지 질문 주셨는데, 중소기업에서 시작하시려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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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학벌이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직전 직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중견급 벤더 출신이 아닌 이상 서류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기업 → 중견기업 → 중소기업의 순을 우위로 놓고 지원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에서도 중견기업으로의 이직도 물론 가능합니다. 이 경우도 어느 바이어와 일했는지, 그리고 어느 아이템을 다루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만약 빅 벤더에서 취급하는 바이어를 담당한 경험이 있으면 승산이 있습니다. 바이어 별로 업무 프로세스가 약간씩 달라서 채용하고자 하는 자리의 바이어와 일한 경험이 큰 이점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입사하자마자 업무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바이어와 아이템이라는 것은 신입이 입사했을 때 본인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회사로부터 할당받는 것이기 때문에, 확률 싸움입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작은 바이어를 담당할 수도 있고, 아니면 원하던 빅 바이어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직을 앞둔 상태에서 작은 바이어를 담당한다면 최대한 본인의 연차보다 더 많은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본인의 역량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빅 바이어를 담당한다면 바이어 측에 방문할 때, 빅 벤더 사원들을 자주 마주치면서 좋은 인상을 남겨두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경력사원의 이직이 인맥으로 성사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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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수요보다 바이어 경험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 질문도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템보다 바이어가 더 중요하다고 답변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니트의 수요가 많지만, 니트 쪽 빅 벤더가 많은 것처럼 니트를 다루는 중소기업도 많습니다. 반면 T 물산에서 취급하는 아우터 우븐의 경우, 시장의 수요가 적으나 우븐을 다루는 중소기업도 적습니다.
패션잡화의 경우 빅 벤더에서 취급하는 곳이 없으며, 잡화는 패션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으니, 니트나 우븐을 다루는 벤더로 취업하시는 편이 이직하기에는 좋을 거예요. 다만 본인의 흥미가 잡화에 있다고 하면, 그 분야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의류벤더 업무와 S 사의 소싱 혹은 해외 영업의 접점은 무엇인지 질문하셨는데요. 저는 아이템에 관한 숙지도라고 생각합니다.
소싱 업무는 브랜드에서 원하는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벤더나 공장을 찾는 것입니다. 따라서 벤더보다는 다양한 상품을 취급합니다.
그러나 의류의 본질적인 부분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흐름으로 완제품이 생산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하고, 어떻게 가격이 책정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벤더 영업 경험자가 아니면 알기가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S 사 소싱팀은 신입을 채용하지 않고 있으며, 100% 벤더 출신인 경력자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벤더에서 담당하는 해외 영업은 '바이어에게 물건을 판다'는 개념이 포함되지만, 바이어에게 물건을 '만들어서' 팔기 때문에 여타의 영업과 아주 다릅니다. 생산관리의 개념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벤더가 업무량이 많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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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원부자재 업체, 공장, 샘플실 등 많은 사람을 만나며 스케줄 관리를 해야 하는데, 해외 생산이 많은 요즘에는 해외 공장이나 해외 원부자재 업체와도 업무를 진행해야 하므로 기본적인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는 기본적으로 바이어가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어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지 등을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소싱팀에서는 절대적으로 벤더 출신자가 필요합니다.
이직은 타이밍
이제 마지막 질문에 답변을 드릴게요. 제가 T 물산에서 S 사로 이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력과 외국어 능력 덕분입니다.
S 사와 오더를 진행한 경력이 가장 주효했습니다. 해외 바이어와 내수 바이어의 업무 흐름은 상당히 다른데, 저는 양쪽의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제가 담당했던 바이어 중에 G 사 계열이 있었습니다. 현재 S 사 소싱팀의 업무 흐름을 G 사에서 많이 차용해왔기 때문에, G 오더 유경험자를 선호했지요.
그리고 저는 대학에서 복수전공을 해서 중국어와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데요. 이직 당시에 일어 가능자를 선호했기 때문에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장점에 아마 제 밝은 성격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제 경험을 나누긴 하지만, 이게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점 꼭 상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내수 바이어 경험이 없었고, GAP 미 경험자도 있으며, 제2외국어가 가능한 사람은 사업부 전체에서 제가 거의 유일합니다. 성격도 당연히 조용한 사람도 있습니다.
경력은 사실 신입과 좀 다르게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신입은 회사 전체의 분위기와 맞는 사람이 채용되나, 경력은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