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티님. 질문 잘 보았습니다. 의류 업계의 커리어 패스에 대해 주로 관심이 있으시네요. 그럼 질문에 답변드릴 텐데요, 주신 질문 외에도 필요한 내용을 조금씩 덧붙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상품 기획 PM이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직무를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상품을 기획하는 MD가 되고 싶으신 건지, 아니면 기획 상품을 검수하는 PM이 되고 싶으신 건지 결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사실 패션 업계에서는 동명의 직군도 회사별로 전혀 다른 직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당장은 경험이 적어서 포괄적일 수밖에 없지만, 점차로 스스로 원하는 방향성은 정해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것이 먼저 정해져야 스스로를 위한 커리어 패스가 보일 듯합니다.

 

그리고 기획, 소싱, 유통, 마케팅, 브랜드 마케팅 업무까지 모두 하고 싶으시다면, 우선적으로는 작은 회사에 입사해야 합니다. 규모가 큰 회사에서는 각 담당이 맡고 있는 업무 범위가 제한적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그 업무만 처리하기에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말씀하신 모든 분야를 경험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직무나 직군 이동이 그리 유동적인 기업도 많이 없는 편이죠.

 

멘티님은 아마도 여러 분야를 경험한 후에 원하는 방향을 찾고 싶으신 듯한데요. 맡은 직무 범위가 작은데 단기간에 여러 직무를 경험하고 싶다면, 간접 경험을 넓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간접 경험을 넓힌다는 것은 결국 여러 직무의 사람을 사내에서 만나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여러 사람과 만나며 이뤄지는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때로는 답답한 앞날에 한 줄기 빛이 되기도 하죠. 어떨 때는 직무 이동의 도화선이 되기도 하고요.

ⒸMike Enerio

다음으로는 벤더의 해외 영업에 대해서 말씀드려 볼게요. 벤더의 해외 영업은 다른 어떠한 회사보다 직무의 폭이 넓은 편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MR(소싱과 동일한 의미)이나 생산 관리 외에도 샘플러 역할, 바이어 응대, 현지 공장 및 원부자재 스케줄링, 그리고 추가적으로 물류와 재무 및 회계 업무도 엿볼 수 있죠.

 

다만 벤더가 담당하는 바이어의 크기나 사내 업무 세분화 여부에 따라 이 폭은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합니다. 벤더 경력이 서로 동일하게 일 년이라도 각자가 담당하는 업무 폭은 천차만별이에요.

 

그 때문에 커리어 패스도 매우 다양해집니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영업(바이어 응대)만 전담할 수도 있고요. 원부자재를 해외에서 소싱하는 직군으로 빠질 수도 있으며, 공장 관리를 하는 MR이 될 수도 있죠. 또는 공장 심사 혹은 완제품 검품 등의 부분을 담당하는 QA 직무를 맡을 수도 있고요.

 

또는 전문적인 직군으로 빠져, 트렌드를 분석하고 바이어 맞춤 샘플을 만들어 내는 R&D 디자이너가 되거나 의류업에서 필수적인 포지션인 패턴사 또는 캐드사 등의 업무를 담당할 수도 있습니다.

 ⒸGoodMood Photo

또 영업을 하면서 벤더에서 브랜드로 이직하는 경우가 있는지도 질문해 주셨는데요.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다수의 경우에는 MR 또는 생산 관리직으로 가게 됩니다. 기획 MD의 경우 실제 완제품이 생산되는 정확한 과정에 대한 이해보다는 트렌드 또는 상품의 판매 수치에 대한 데이터 분석 능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기획 MD로 빠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에요.

 

브랜드 영업은 보통 매장 관리가 주요 업무이기 때문에, 각 매장의 판매 추이 분석 능력이 필요하고요. 각 매장 매니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합니다.

 

벤더에서의 업무가 멘티님이 원하시는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업무이기에 매력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업무를 하시면서 또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질문해 주세요. 건투를 빌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