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초반 멘티입니다. SKY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고 있으며, 로스쿨 졸업 후에는 검사가 되거나 변호사로 3대 로펌에 취직하고 싶습니다.
©Tingey Injury Law Firm
제 학부 학벌이 낮은 학벌이 아님은 알고 있지만, 검사나 3대로펌 변호사 중에서는 낮고 희귀한 학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승진, 취직이나 사건 분배 등에서 동문이 아니라는 이유로, 혹은 학부 학벌이 낮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되어 수능을 다시 보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은퇴할 때까지 불이익 받는 것보다는 지금 수능을 다시 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학벌에 불이익이 없다면 괜히 1년을 낭비하는 거라 쉽사리 결정이 서지 않습니다.
검사 혹은 3대 로펌에 진출 시 제 학부 학벌로 인해 승진, 사건 분배, 업무 배정 등에서 불이익을 얻게 될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멘티님. 멘티님이 주신 질문과 같은 질문을 하신 분들이 여러분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어떻게 답변 드릴지 고민되었던 적이 없었네요.
만약, 나이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이 질문하셨으면 ‘로스쿨 입시에서는 출신 학부보다 나이가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학부 재입학을 만류했을 것 같고, 재학중인 학교가 진학 실적이 떨어지는 학교였다면 학부 재입학을 권해 드렸을 것 같습니다.
멘티님께서는 다만 재학 중이고, 나이도 어려 재수를 하는 것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있고, 재학중인 학교가 충분히 명문학교라서 굳이 2년(재수에 1년, 다시 두 학기를 다니는데 1년)의 시간을 투자해서 출신 학부를 바꾸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고민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의견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명확한 답을 드리기보다는 제가 실무에서 겪은 경험을 기초로 진솔하게 말씀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로펌에 들어오면 출신 학부, 출신 로스쿨은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로펌에 입사하는 데에는 출신 학부, 출신 로스쿨이 크게 작용합니다.
저는 사법시험을 통해서 변호사가 되었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곧바로 로펌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14년째 재직 중입니다. 로스쿨 도입 이후 제가 근무하고 있는 법무법인 A사에 입사하신 후배님들의 출신 학교를 보면, 대부분이 서울대, 고대, 연대 로스쿨 출신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로펌 변호사들이 동료가 어느 로스쿨 출신인지 어느 학부 출신인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로펌에서는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평가될 뿐, 누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관심도 별로 없습니다.
고객들이 담당 변호사의 출신학교를 신경 쓸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로펌 내에서 팀을 편성하거나, 함께 일한 변호사를 고를 때에는 출신학교를 거의 신경 쓰지 않습니다. 서울대 법대, 서울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도 일을 못하면 선택 받지 못하고 좋은 커리어를 이어갈 수 없습니다.
다만, 로펌에 입사할 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실력을 파악할 방법이 없어서인지 소위 좋은 로스쿨, 좋은 학부 출신 변호사가 대다수입니다. 2023년 10대 로펌 입사자 현황을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2023년 10대 로펌에 입성한 신입변호사의 277명 가운데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출신은 213명으로 76.9%를 차지했으며, 성균관대 로스쿨 출신은 21명(7.6%)이라고 합니다.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전체 278명 중 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부 출신은 총 213명(76.6%)이고, 성균관대 출신은 14명(5%)이라고 합니다.
조금 더 범위를 좁혀서 3대 로펌으로 추리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출신의 비율이 더 올라갈 것입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경우, 그나마 출신 로스쿨이 다양한 편인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로스쿨 출신이 7~80% 정도 되고, 그 외 로스쿨 출신이 20% 가량, 지방대 로스쿨 출신은 매년 1~2명 정도 선발됩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은 경찰대 출신이거나, 의사, 약사 등 다른 전문직 출신이거나 지방대 전형으로 입사하신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검사가 되는 과정에서 출신 학부, 출신 로스쿨은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검찰의 상황은 사뭇 다릅니다. 검사가 되는 과정에서는 출신 학부, 로스쿨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검찰은 매년 7월경 로스쿨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원서를 받아, 서류전형, 실무기록평가, 인성평가 및 역량평가를 거쳐서 11월 하순경 임용후보자를 결정하고, 임용후보자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검사로 임용됩니다.
로펌과 달리 시험을 보기 때문에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출신 비율이 그렇게 압도적이지 않고, 매년 로스쿨 별 합격자 순위도 자주 바뀝니다. 2023년 로스쿨 출신 신규 검사를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서울대 로스쿨 출신이 가장 많았으나(15.8%),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출신 합계는 34.6%로 로펌에 비해서 점유율이 훨씬 떨어집니다.
반면, 일단 검사가 된 이후에는 부서 배치나 업무 배분에 있어서 아직도 은연중에 인맥, 학맥이 작용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제가 검찰에서 일해 보지 않아서 걸러 들으셨으면 합니다.
로펌이나 검찰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는 하나, 너무 먼 미래의 일로 생각됩니다. 그보다 현실적인 과제는 좋은 로펌에 입사하는 것, 검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로펌은 출신 로스쿨을 보는 편인 것 같고, 검찰은 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호도가 떨어지는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이 검사가 되기에 더 유리한 것도 아니므로, 일단은 좋은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유리할지 고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2023년 10대 로펌 입사자 현황을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멘티님 학교인 A 로스쿨 출신 로펌 입사자가 연세대나 고려대의 1/2~1/3 수준에 불과합니다. 로스쿨 순위로는 한 끝 차이이지만 로펌에서의 선호도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3대 로펌 입사를 위해서는 적어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중 한 곳에는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겠습니다.
2023년 로스쿨 입시 결과를 분석한 기사를 보면, 서울대 로스쿨 입학자 중 A대 출신의 비율은 2.6%(4명), 고려대 로스쿨 입학자 중 A 출신의 비율은 2.4%(3명), 연세대 로스쿨 입학자 중 A대 출신의 비율은 1.6%(2명)입니다. 꼭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에 진학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학부를 다시 다니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 A대 로스쿨 출신 10대 로펌 입사자도 2023년에 21명(7.6%)이 있었으니, A대 로스쿨에 진학하더라도 로펌 입성이 마냥 어려워진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2023년 A대 로스쿨의 자교 출신 비율은 31%(41명/132명)이라고 하니, A대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 학부에 남더라도 불리한 것은 없겠습니다.
대학 입학 이후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가 로스쿨 입시를 직접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출신 학부만큼이나 학점이나 수상 경력 등도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멘티님이 A대에서 보낸 1년 동안 높은 학점을 받고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셨다면 재수를 하기보다는 그대로 경력을 관리하고 남들보다 일찍 로스쿨 준비를 시작해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또는 A대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지난 1년의 학점이 그리 높지 않고, 별다른 경력을 쌓지도 않으셨다면 딱 1년만 투자해서 재수를 해 보는 것도 방법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느 쪽으로 선택하더라도 좋은 결정이 될 수 있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짧게 고민하고 빨리 실천에 옮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