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비전공자로써 새로 시작하는 디자인 도전은.. 쉽지 않아요. 게다가 현재 멘티님은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있고, 졸업을 앞두고 있는 4학년이잖아요. 오히려 제가 몇 가지 역으로 질문을 하고 싶은데요.

©Spacejoy

우선 분야를 선정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패션, 인테리어, 가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그 또한 각각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비전공자로써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어요. 그중에서 어떤 '분야'를 정할 것인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요. 한 분야라도 제대로 배우고 익히는 것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전공을 바꾸면서 진로를 다시 선택할 거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할 거예요.

미래는 상상이 아니라 마주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정말 해보고 싶은 분야를 정했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미래에 대한 계획이 필요해요. 디자인 관련 학과를 편입해서 졸업장을 갖고 취업을 할 것인지, 학업 외 인테리어 관련 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는 학원에 다니면서 기본적인 툴을 익히는 정도로 취업을 바로 할 것인지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지거든요. 시간적으로도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는지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Jason Wang

현실을 먼저 확인해 보세요

세 번째로 정말 진로를 바꾸더라도 선택할 만큼 간절히 원하는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필요해요. 제 경우를 예로 들면, 저는 고등학교는 인문계열이었지만, 대학 학과를 정할 때, 해보고 싶었던 걸 해보자는 단순한? 마인드로 덜컥 인테리어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거든요. 학교 수업은 디자인 학과의 특성상 과제도 정말 많고, 빡세긴 하지만 그런대로 졸업도, 취업도 일사천리였어요.

그러나 현실이 녹록지 않았어요. 첫 직장에서부터 제가 생각한 현실과 이상은 너무도 달랐기 때문에 이직도 해보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디자이너'로 갈 것인가? '기획자'가 될 것인가? 등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디자인 중에서도 어떤 분야가 내게 더 잘 맞는지.. 등 일을 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방향을 다시 세우게 되었거든요.

또한, 디자인을 전공하더라도 현업에서 본인의 디자인을 펼치기까지 최소 3~5년 정도는 경력이 있어야 어디서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그저 멋지게 연출된 인테리어 공간, 가구만 놓고 보면, 그 자체로 선망의 직업처럼 보이겠지만, 그러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과 공이 정말 많이 들어갑니다.

게다가 공간/인테리어 디자인 분야는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인체 공학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고, 공간의 기획부터 디자인(가구, 조명, 컬러, 패턴, 배치 등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설계, 시공에 대한 안목을 키우려면 그만큼 다양한 현장을 많이 접해야 공간감이 자연스레 형성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새로운 분야로 도전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을 거예요. 단순히 관심 정도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어떻게 되고 싶은지도 구체적으로 그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디자인 전공자에 대한 질문보다 멘티님과 같은 비전공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네요. 위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할 거라면, 그때 다시 질문을 올려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