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PD를 꿈꾸는 스물셋입니다. 저는 공채 예능 피디(음악방송)를 꿈꾸는데 학벌이 중요할까요?
©Ugo Mendes Donelli
PD는 학벌이 sky가 많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제 대학이 인서울 하위권 대학이기도 하고 학교에 언론. 미디어 관련 학과가 없기 때문에 재수를 해서 더 높은 대학의 언론학과를 갈 생각 중인데 이미 재수를 한지라 또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까, 시간 낭비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지금의 대학에서 스펙을 쌓는 것이 좋을까요?
덧붙여 대학에서 어떤 활동을 하면 pd가 되는 데 도움이 될까요? 혹 나이가 발목을 잡는지도 궁금합니다.
질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연락 주셔서 감사드려요. 답변드려볼게요.
시간이 되신다면 제 지난 콘텐츠들을 확인해 보셔도 도움 되실 거예요. 핵심 내용을 다시 말씀드리자면, 학벌도, 학과도 거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멘티님의 학벌을 누가 낮다고 하던가요?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애초에 공개채용이란 제도 자체가 능력을 보고 뽑겠다는 취지인데 학벌이 그렇게 중요했으면 서류 심사 조건에서 걸렀겠죠. 그런데 현업에서 만나본 수많은 선후배들의 학벌이 아주아주 천차만별이었던 걸 보면 학벌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지금은 저도 제 회사에서 누군가를 뽑는 입장인데, 그래서 더 잘 알아요. PD의 능력을 학벌이 좌우하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저 스스로가 관련 없는 전공(국어국문학과) 출신이기도 하지만 방송사 입사 때 전공도 그리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없습니다. PD는 자기가 아는 게 아니라 '시청자께 알려드려야 할 것들'을 선별하여 특유의 연출력으로 가공, 제공하는 사람이에요.
언론이나 미디어 쪽 전공에서 배운 내용들을 활용할 일이 많지 않아요. (더군다나 학교 네임밸류가 높을수록 관련 전공에서는 이론 위주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기술력을 배우는 데가 아니에요.) 그러니 전공을 새로 할 필요도 없어요. 오히려 종류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분야를 취재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스토리텔링하는 PD의 업무 특성상, 솔직히 저는 미디어 전공이 아닌 게 더 유리하다고도 생각해요. 4년 동안 뭇 PD들이 해보기 어려운 경험과 지식을 접하는 거잖아요. 하나라도 더 다른 걸 해보는 게 유리했으면 유리했죠.
근데 솔직히 업계 사람들 보면 SKY 출신, 미디어 전공 출신자들 비율이 높긴 높아요. 왜? 학벌의 경우, 원래 SKY는 시험 잘 보는 사람이 들어가는 곳이니까 그 사람들이 언론사 시험도 잘 보는 거지 그 학벌 자체에 가점을 받았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전공의 경우, 원래 PD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으레 미디어 쪽 전공을 먼저 희망하게 마련이고 그 사람들이 졸업 후에도 언론사의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지 그 전공 자체가 미치는 영향은 없어요.
©Thomas William
제일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 중 하나인데, 왜냐면 정답은 '뭐든지요!'거든요. 고작 4년밖에 안 되는 대학 생활 동안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어요. 그런데 막상 PD가 되면 최소 5천만 명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작품을 찍어내야 하거든요? 이건 개인이 할 수 있는 경험의 범위를 아득히 넘어선 일이에요. 그러니 경험의 가짓수로 이걸 커버하려고 하면 안 돼요. PD의 업무 특성을 이해하고 그걸 사전에 준비한다는 취지를 살려야지.
예를 들어 PD가 영상을 다루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영상 공모전 하느라 4년을 보낸다? 아니에요. PD는 스토리텔러인데 영상을 매개체로 쓸 뿐이라서 영상 제작 역량 자체가 핵심일 수 없어요. 그런 건 회사 가서 배우는 거예요.
예들 들어 PD가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뭐 완전 말도 안 되는 경험을 해 봤다? 아니에요. PD의 창의력은 온국민을 상대로도 통하는 공감대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토대로 아주 살짝 변주를 함으로써 감탄을 자아내는 거지 완전 맨땅에 헤딩하는 건 PD가 아니라 그냥 아티스트예요.
예를 들어 PD가 도전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에베레스트를 올랐다 왔다? 아니에요. PD랑 등산이랑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리고 PD의 도전은 육체적 한계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과 책임, 지휘 통제와 기획력에 대한 도전이에요.
이렇듯 '어떤 경험을 하면 유리하겠지!'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하더라도 PD처럼 생각하기!'로 접근하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게임 폐인으로 허송세월 했다? 1) 그 게임의 콘텐츠적 가치를 발견하고 2) 마니아 문화의 일원이 되어 그들의 문화를 직접 체험해 봤고 3)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해당 장르 게임의 산업적 특성과 경제적 관점을 발견해서 투자 심리에 대한 메시지를 도출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취업이 안 돼서 졸업 유예를 몇 년 했다? 1) 졸업유예자와 졸업자 간의 채용 매력도 차이에 대해 연구해 볼 수도 있고 2) 졸업유예 제도에 대한 허점을 체험자로서 고민해 봤을 수도 있고 3) 졸업유예자라는 대중의 한 카테고리의 일반적 관점을 체험한 자로서 그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 이해하고 관련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죠.
예를 들어 패스트 푸드 음식점에서 알바만 하느라 4년을 푹 썩었다? 1) 알바 하면서 경험한 온갖 인간군상 자체가 좋은 경험이자 스토리고 2) 직영점과 가맹점의 차이를 알았을 테니 그 차이에서 경제적 효과를 이해할 수 있고 3) 이 경험을 통해 나중에 PD 된 다음에 알바생이나 패스트푸드 체인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도 있겠죠.
이런 식입니다. PD는 타이틀들의 집합이 아니라 이렇게 늘 깨어 있고 고민하는 두뇌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에요. 경험 그 자체보다는 경험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 주세요.
©Etienne Girardet
나이가 너무 어리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특히 PD는 대개 자기보다 한참 나이 많은 사람들과 협력하거나 그들을 취재하거나 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나이가 지나치게 어리면 오히려 힘들 수도 있고, 적절한 나이가 될 때까지 '입봉' (조연출이 연출로 등극하는 단계를 뜻하는 은어) 을 미뤄야 할 수도 있어 여러 모로 나이와 관련이 없는 직종입니다. 같은 방송계에서도 출연을 중심으로 하는 직업은 나이를 좀 볼 수도 있는데 적어도 PD는 아닙니다. 걱정 마시길.
세상은 기본적으로 자기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자기 뜻대로 안 되는 건 부조리가 아니에요. 불평할 필요가 없어요. 특히 PD는 그러한 불만을 안고 있는 대부분의 일반인들을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렇다면 그러한 책임감과 리더십에 기반해서 남들과는 다른 시선과 통찰을 늘 의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언가를 이루는 부분에 대해서, 자신이 못 가졌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집착하면 아무 것도 못 가지고, 자신이 가진 게 뭐든 활용할 생각을 품으면 뭐든지 가질 수 있어요. 살아 보니 그렇더라고요. 게다가 PD는 카메라 한 대로 최소 5천만 명을, 최대 70억 명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입니다.
함께 하시죠. 찾아오세요. 파이팅!
멘토님 감사합니다! 궁금했던 정보들을 예시를 통해 쉽게 알려주시고 응원도 해주셔서 꿈에 관해 알게된 것들도 많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멘토의 응원
잘 하실 거예요! 응원합니다. 언제든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