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PD를 꿈꾸는 취준생입니다. 항상 꿈만 생각해 달려왔는데, 불현듯 걱정스러운 점이 몇 가지 생겨 이렇게 잇다에 멘토님을 찾아 글을 남깁니다.
PD의 경우 고학력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인서울 대학은 기본이던데요. 멘토님 주변에 인서울 출신이 아닌 분들이 있나요? 그분들의 취업 스토리도 듣고 싶어요.
더불어 PD가 되기 전에 따로 영상 편집을 공부하는 것이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될까요? 또 언론고시라 불리는 방송사 공채 말고 다른 루트는 없을지도 궁금합니다.
방송사에 합격한다 하더라도 제가 원하는 분야의 PD를 하지 못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사실 여부를 알고 싶고 만약 사실이라면 예능, 뉴스, 다큐멘터리 PD의 직무 스타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Wahid Khene
PD가 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기간이 매우 힘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기간에 무엇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또, 드라마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에 비해 TV를 통해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앞으로의 PD의 미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궁금한 질문을 모아 전해드리는 바람에 멘토님께 부담을 드린 듯해 죄송합니다. 부족한 질문 시간 내어 읽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Joshua Hanson
안녕하세요. 멘티님. 어려운 고민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답변 드릴게요.
PD는 고학력자가 많나요?
PD는 고학력자가 아주 많습니다. 사실 정규직 한정, 방송국이라는 조직 안에 고학력자가 많지요. 그러나 제가 조연출 시절 모시던 피디님들 중에는 지방대 출신도 꽤 있었습니다. 영남대도 있었고요. 경북대 출신 신입사원 PD도 있었습니다.
지방대 출신 중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PD들 중 제일 유명한 분은 MBC 전 사장님이신 최승호 PD입니다. PD수첩 PD로 아주 유명하신 분이죠. 현재는 MBC를 퇴직하시어 뉴스타파(NEWSTAPA) |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KCIJ) 에서 일하십니다. 이 분은 경북대 상대를 나오셔서 서울로 와서 사법고시 공부를 하다가 포기하고 MBC PD가 된 분입니다.
좀 앞에 말씀드린 영남대 나온 피디님도 제가 알기로 토익을 만점 받는 영어 능력자셔서 공채를 통과한 거로 아는데요. 이분들 다 이미 50~60대 연세가 많은 선배들이시고 이분들이 입사하던 시절의 공채시험과 지금은 많이 다른 것으로 압니다. 저 역시 부산에 있는 한 지방대 출신이고요. 서울에 와서 MBC 본사에 비정규직 생활을 하면서 준비 6년 만에 지방 MBC지만 정규직이 될 수 있었고요.
신문방송학 전공이 유리한가요?
저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방송 관련 기술은 타 과 출신 공채입사자들에 비해서 빨리 배울 수 있었는데요. PD가 되기 위해 인생을 다시 살라고 한다면 신문방송학과를 가진 않을 거 같네요.
PD들은 현업에선 어차피 장르화, 분업화돼 있기 때문에 미리 방송 기술을 배운다 해서 딱히 유리하지 않습니다. 방송 스킬을 미리 안 다는 게 손해 볼 일은 아니지만, 더 중요한 건 공채 과정의 심사자들이 그 기술의 수준을 보는 게 아니라 그 기술로 뭘 만들었던 이력, 혹은 경력을 보기 때문에 꼭 영상 편집을 미리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은 워낙 누구나 다 찍고 편집하는 세상이죠?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획이 중요합니다. 결국 면접관에 이력이나 능력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활용해 만든 콘텐츠를 내세워야 하기 때문에 기술을 미리 배워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공채 외에 다른 루트로 PD가 되는 방법은 없나요?
PD가 되기 위해 방송사 공채 시험 말고 외주제작사에 입사해 PD가 될 수도 있고요. 말씀하는 게 방송국 PD만 지칭하는 것 같은데 영화판에도 PD가 있고요. 뮤지컬, 연극, 이벤트 등 뭔가 다수의 사람에게 영상이든 공연이든 물건이든 뭐든 공감하게끔 보여주는 직업을 통틀어서 프로듀서, 그걸 줄여서 PD라고 합니다.
방송국 PD만 지칭하신다면 외주제작사 PD가 되거나 방송사 자체 계약직 PD도 있고요. 인력회사 소속의 파견 계약직 PD도 있습니다. 본인이 회사를 차려서 PD가 되는 경우도 있군요.
©️Kushagra Kevat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PD가 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PD는 자기가 원하는 분야의 PD가 되지 못합니다. 방송사도 이익을 내야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특정 PD가 본인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회사는 그 피디의 역량, 시청률, 그 결과로 생길 광고수익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에 PD로 입사해 정답이 없는 긴 수련 과정을 거쳐야 피디가 될 수 있는데요. 드라마 피디를 하다가 다큐멘터리 피디로 오는 경우는 봤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못 봤습니다. 예능 피디와 다큐 피디는 상호 인적 교류가 있는데요. 중요한 건 결국 그렇게 피디들의 업무가 원하는 대로 쉽게 정해지는 게 아니라 회사의 이익과 관련돼 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
PD들의 직무 스타일? 그런 거 따로 없습니다. 다 비슷하고요. 강도의 차이이죠.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순으로 업무의 강도가 낮아진다고 보는데요. 다큐멘터리도 다루는 소재에 따라 얼마든지 고생이 될 수 있습니다.
멘토의 How To PD
제 개인적인 경험을 들자면 대학을 졸업해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방송사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신촌에 있는 한겨레문화센터 언론고시반 들어가서 공부를 했고요. 어학은 따로 공부하지 않고 외주제작사 중 해외나가서 촬영해 오는, 이를테면 EBS 세계 테마기행 같은, 그런 장르의 비슷한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에 들어가 1년간 18개 나라를 다니면서 취재했습니다. 그게 어학 점수를 대체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우리나라 3대 공중파나 대기업 소속 방송사, 종편사 등에 바로 입사를 하기 위해선 정말 공부 잘해야 합니다. 어학 점수도 요즘은 토익 정도는 만점을 받아 지원해 오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저는 지방대라 출발부터 부족해 전부 실제 경험이나 경력으로 대체 했습니다. 제 능력이 증명되도록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그걸 영상으로도 만들었고요. 그래서 비슷한 연차의 입사자들보다 나이가 많은 편입니다.
중요한 점은 검증되는 공부 실력과 꼭 뽑아 쎠야 하는 인재라는 인상을 줘야하는다는 건데요. 단순하게 말하기 참 어렵지요. 입사해서 좋은 방송을 만들 거라는, 돈 되는 방송을 만들 끼가 있다는 걸 어필해야 합니다. 그런 실력은 쉽게 안 나오죠. 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가 방송을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는지 어필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항상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로 적은 월급이지만 일을 하고 있었고. 지원하는 회사에 떨어져도 계속 좋은 방송을 만드는 꿈을 이어갈 거라는 인상을 주도록 면접에서 노력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일했고, 또 일하고 있고요.
경험을 쌓기 싫고 곧바로 입사하려면 삼성이나 SK같이 대기업 입사 준비하듯 열심히 이것저것 공부하고 딸딸 외우는 공부를 해야 하지요. 쉬운 길은 없습니다. 결국 본인이 피디가 되겠다는 꿈보다는 어떤 콘텐츠, 사람들이 많이 보는 돈 되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꿈을 구체화 하다 보면 피디가 된다고 봅니다.
드라마가 시작되기까지
드라마는 잘 모릅니다만 PD는 우선 스토리를 기획해서 가기획안, 섭외할 연예인 리스트가 들어간 내용으로 펀딩을 받으러 다닙니다. 회사에서 자체 제작비를 주면 그걸로 실제 출연할 연기자를 섭외하고요. 요즘 드라마는 전부 공동제작이거나 외주제작이니 돈 따라 은행이나, 대기업, 중소기업 막 찔러봅니다.
그렇게 펀딩으로 몸집을 키운 후 거기에 걸맞은 연예인을 섭외하고 마찬가지로 대본을 쓸 작가를 섭외하지요. 그리고 그 캐릭터에 맞게 대본을 작가가 쓰고요. 그 대본과 남은 제작비 규모에 맞게 실제 제작을 하지요. 그걸 편집해서 방송하면 광고가 붙고 붙은 광고액과 제작비를 계산해보고 흑자인지 적자인지 알게 되는 구조입니다. 적자가 나면 오래 못 하지요.
©️Caspar Camille Rubin
멘토가 생각하는 PD의 미래
공중파 방송사는 이미 사양산업이고요. 절대로 예전의 영화를 누릴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유튜브 시대의 도래로 이제는 누구나 PD가 될 수 있습니다. 유튜브로 대박 내면 방송사에서 스카우트 하려고 할 겁니다. 근데 본인 계정으로 본인이 이미 대박을 내서 수익을 다 가지고 간다면 굳이 방송사에 입사하려고 할까요?
대기업 같은 큰 회사의 피디가 돼서 월급을 많이 받으며 일하고 싶겠지만 방송사 공채과정에선 그런 사람보다 끼가 있고 보여주기 좋아하고, 꿈이 있으면서도 실력도 좋은, 그래서 좋은 방송을 만들 사람을 뽑으려 하지요.
우선 지금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을 직접 만들어보세요. 목표를 가지고 그런 작업을 하다 보면 본인이 부족한 게 보입니다. 그 부족한 부분들을 다른 거로 채워가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곳에 다다르게 될겁니다. 제겐 긴 싸움이었어요. 길게 보고 차근차근히 하시길 바랍니다.
쓰다 보니 너무 정보만 요구하는 듯한 글을 썼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꼭 신입 PD로 들어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