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멘티입니다. 학부는 모두 마쳤고, 졸업만 남았습니다. 취준을 하다가 항공 산업에 흥미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다 항공 교통 관제사, 운항관리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1순위로 항공 교통 관제사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아본 바에 따르면 저 같은 일반인의 경우, 한국공항공사의 항공 기술 훈련원에서 관제사 교육 과정을 수료해야만 관제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2013년에 8기를 뽑고, 4년 후인 2017년에 9기를 뽑았더군요.
©️pexels
1. 항공 기술 훈련원 말고 일반인이 관제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2. 일반인으로 관제사가 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보시나요? 저는 여성이라 장교나 부사관은 될 수 없습니다.
3. 만약 다른 곳에 취업하였다가 운이 좋아 관제사가 되었을 경우, 나이가 많아지는데 관제사로 취업 시 나이가 얼마나 중요한가요? (저는 20대 중반입니다)
항공 관련 학과를 나오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멘토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시간 되실 때 답변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관제사 되신 게 정말 멋있고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반갑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항기원은 최근 교육생 선발실적은 2013년 2017년 이렇게 밖에 없네요. 공고도 정기적이지 않고, 담당자에게 문의해도 시원한 답이 나오질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은 국토부 관제사 채용 수요가 있을 때 정부 정책과 연계해서 모집계획을 준비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들만 있네요.
일단 일반인이 관제사가 될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말하신대로 항공 교통 관제사 자격 증명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항공 관련 대학이나 기관에서 전문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요.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으며, 사실 어느 하나도 절대 쉬운 길이 아닐 것입니다.
©️Brian A Jackson
1. 대학 입학(or 편입학)을 통해 전공 이수 후 지원
항공대학교/한서대학교를 준비 - 편입 시험 준비 - 편입학 - 전공과목 이수를 하게 되는 루트인데요. 금전적인 부분은 등록금, 기숙사, 생활비가 들겠죠. 그리고 방학 동안 학교에서 항공 교통 관제 실습 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하지만 편입학도 정원이 정해져 있는 데다가 관제사를 하고 싶어 하는 타대학 출신 지원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2.항공 기술 훈련원 교육 이수 후 지원
한국공항공사에서 운영하는 전문 교육기관인 '항공 기술 훈련원(충북 청주 소재)'에 입과 하여 교육 이수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항공 기술 훈련원(이하 항기원)에서 부정기적으로 교육생을 모집합니다. 일반인 중에서 일정한 시험을 거쳐 선발하여 관제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과정을 제공합니다.
2013년 1월에 8기, 2017년 3월에 9기를 모집한 이력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도 지원할 수 있고 비전공자도 이 과정을 통해 관제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항공대나 한서대학교를 가지 않고도 관제사가 되려는 사람이 꽤 있다 보니 생각보다 경쟁률이 치열합니다. 항기원 선발 시 일반 상식과 토익 점수로 선발하고 있으며 토익 고득점자라고 해도 일반상식에서 낙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육 기간 18주 동안 약 600만 원 정도 비용이 소요됩니다.
©️nikitabuida
3. 공군 장교, 부사관으로 전문 교육과정 이수 후 지원
공군 장교 또는 부사관으로 진주 교육사령부 관제 전문 교육과정(16주)을 이수한 후 입관하여 실무 경력을 쌓아서 지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지원하시려면 우선 군대에 다시 가셔야 합니다. 최소 장교 3년 부사관 4년입니다. 군인으로서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면 사실 무리입니다.
그래서 역으로 관제 특기 군인들이 전역할 때쯤 관제사 자격증을 가지고 국토교통부나 인천 공항 공사 관제사에 지원해서 이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컴퓨터나 두드리거나 총만 쏘는 군대에서 관제사라는 자격증은 매우 귀하면서도 희소가치가 있죠. 전역해서도 써먹을 곳이 있으니까요.
멘티님께서 여자임을 고려하면 군인은 별로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 아직도 일부 여군에 대한 성희롱이나 신체 접촉을 하는 상관들이 있습니다. 진급이나 근무 평가를 당하는 입장에서 여군은 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이겨내시고 당당히 군 관제사로서 복무를 마치고 나오실 수 있다면 이 또한 길이 될 수는 있습니다.
©️unsplash
관제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
1. 항공 영어 구술능력증명 (EPTA ; 항공 안전법 제45조 참고)
: level 4 이상을 요구합니다. level 6가 원어민 수준입니다. 아래 사이트에서 항공 영어 구술능력시험 응시를 통해 취득 가능합니다.
* G-telp Korea
2. 항공 신체검사증명 제3종(white card; 항공 안전법 제40조 참고)
: 국토부 지정 병원에서 검사 가능합니다.
* 국토교통부 지정 항공 신체검사 실시 의료기관 및 전문 의사 지정현황
©️Pincasso
일반인으로 관제사가 되는 것, 쉬운 길은 아닙니다
관제사 시험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그 관제사 자격 증명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힘들다는 것이죠.
편입이든 운 좋게 공고나 나서 항기원을 가든, 공군을 가든 어느 하나 쉬운 길이 없습니다. 저도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인생이 항상 확률과 객관적 판단으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분명 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무너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가족과 친척들이 말리는 상황에서도 소신과 근거를 가지고 하니 또 길이 열렸습니다.
입사 동기 중에서 LG그룹에 다니던 사람도 있고 공대 졸업하고 IT 회사를 다니다가 항기원에 들어가서 국토부 관제사가 된 분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합격해서 잘 살고 있지만, 누가봐도 무모한 도전이라며 말렸었다고 하네요. 관제사라는 한 길만 바라보고 이루온 것들을 포기하고 항기원으로 떠났을 때는 마음 고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정말 가능성이 zero가 아닌 이상 분명 그 소수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해냅니다. 남들이 아니다, 힘들다, 말도 안된다, 부정적인 의견을 내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생각입니다. 결국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됩니다. 플랜 B를 만들어서 충격을 완화시킬 수도 있고 그 경험들이 또 다른 길로 나를 이끌 수 있습니다.
소신과 근거, 플랜 B를 만들어 도전하세요
©️Roobcio
나이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멘티님께서 인천공항 공사를 생각하셨는지 국토교통부를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이 부분은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확실히 말씀드립니다.
인천공항 공사에서 계류장 관제사 채용 공고를 할 때 응시 자격에 학력, 연령, 성별, 경력에 관계없이 지원 가능하다고 확실하게 밝혔습니다. 따라서 그에 따른 차별은 없을 것입니다. 최근에 국토교통부에서 인천 공항 공사로 이직하신 선배분들도 있었는데 나이가 34~35 정도 되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경력이 있어서 그 부분도 고려가 되었겠지만 어쨌든 가능합니다.
국토교통부의 경우도 기술직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나이에 상관없이 지원 가능합니다. 올해 임용되신 후배 관제사님 중에도
나이가 38, 42인 여자분들도 있었습니다. 두 분 다 남편과 아이가 있는 분이시고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Andrey_Popov
다만 지인의 말에 따르면, 인천공항 공사는 인천공항 개발 제3단계 (제2터미널 확장공사) 완료에 따라 이미 2016~2017년 동안 두 자릿수 인원을 채용한 바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수년 동안 1명 남짓 뽑을 정도로 정말 뽑지 않았던 인천공항 공사였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퇴직자 수요 정도만 있을 것으로 예측이 되지만, 국토부에 임용되신 후에 또 시험을 보셔서 이직하셔도 됩니다.
인생의 목표가 있다고 해서 꼭 모두가 지름길로만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 주어진 환경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제 옆에 앉아있는 관제사들도 정답을 알려주진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그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며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부족하더라도 제 답변이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토님!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자세한 답변 잘 보았습니다. 꿈을 위한 선택이라지만, 비용부터 시간까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멘토님의 상세한 답변에 정말 힘이 나네요. 특히 38, 42세 여성분이 신규 관제사로 임용되었다는 소식은 미래의 희망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운항관리사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자격 사항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요. 덕분에 먼 미래에도 관제사라는 꿈을 포기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멋진 조언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