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좋은 기회로 멘토님께 질문을 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저는 미술사를 전공하고, 경영학을 복수전공 했어요. 사실 대학원을 진학할 계획으로 커리어를 가꿔왔던 탓에, 음반 매장 매니저 등 문화예술 분야 관련 경력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에요. 진학을 준비하던 중 관심 분야에서 커리어를 좀 더 빨리 쌓고 싶다는 생각에 취업 준비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저는 ‘공간’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미술사 전공인지라 수많은 전시회를 다니면서 작품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관람 환경이 실제 관객들의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 관심사를 반영해 일할 수 있는 것에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다가 크게는 리빙/라이프스타일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중에서도 가구 회사에서 상품 기획자로 일하고 싶어 유통 분야 관련 강의를 수강하는 등 취업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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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비전공자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걸 더 준비해야 할지 어려움이 있어 이렇게 질문을 드리게 됐어요. 질문은 총 3가지입니다.
1. 제가 가진 경험들은 가구 쪽과 연결을 짓기 어려워 보여서요. 상품기획 직무로 가장 일해보고 싶은데 제품디자인 전공자를 우대하는 곳이 정말 많더라고요. 디자인 비전공자로서 제 전공과 경험으로도 상품기획 직무에 도전하는데 승산이 있을지 냉정한 의견을 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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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혹시 상품기획 직무에 지원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면, 취업 준비를 하는 지금 어떠한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 궁금합니다. 가구 매장에서 영업을 해보는 등의 실무 경험, 혹은 짧게라도 디자인 학원을 다니면서 제품 설계에 대해 공부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이 좋을까요?
3. 최근 채용공고가 뜬 가구 회사들을 살펴보니, 상품기획 직무 지원자에게 포트폴리오를 필수사항으로 요구하는 곳이 많아졌더라고요. 상품기획 직무가 제품 설계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으나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어떠한 것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듭니다. 신입 MD로서 자기 PR을 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어 제출해도 포트폴리오로서 괜찮을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한 답변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재질문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멘티님의 질문을 읽고, 전공과 관심 분야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해 보셨다는 게 느껴졌어요.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글을 다듬던 중이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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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을 드리기에 앞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디자인팀에서 일했었기 때문에 상품기획 직무를 완전히 알지는 못한다는 거예요. 저도 검색을 해보고 약간의 추측을 더해 답변을 작성해봅니다. 먼저 상품기획 업무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본 후, 질문하신 것들에 대해 차례차례 답해 드릴게요.
상품기획 직무와 프로젝트 순서
기획자가 큰 그림을 그리면 디자이너가 이를 바탕으로 제품의 디자인을 세밀하게 시각화합니다. 이때 말한 큰 그림이란 타깃 고객의 연령대, 고객 성향, 타깃 시장, 가격대, 제품의 주요 특징 등을 의미해요. 디자이너가 디자인하는 과정에선 기획자와 엔지니어가 긴밀하게 협업합니다. 엔지니어는 이 과정에서 현실적인 개발 가능성에 대해 조언하죠.
기획자, 디자이너, 엔지니어 이 셋은 함께 움직인다고 보시면 돼요. 디자인이 구체화되면 엔지니어가 디자인을 설계를 하고, 그다음은 생산으로 넘어갑니다. 관련해서 정리가 잘 되어있는 글 링크를 하나 첨부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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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기획과 제품기획은 달라요
설명에 앞서, 상품기획과 제품기획의 차이를 잘 설명한 글 링크를 첨부해 드릴게요. 글에서 설명하듯이 상품기획과 제품기획은 다른 직무예요.
국내의 여러 가구 회사들도 회사마다 직무가 다를 수 있어요. 제가 다녔던 P사는 자체 생산을 해요. 자체 공장을 운영하고 공장에서 모든 생산과 품질관리와 포장까지 하므로 제조회사로서의 성격이 강하죠. P사에서의 상품기획은 사실상 제품기획이에요. 제품을 기획해서 직접 만들기 때문이죠.
반면 H사의 경우엔 자체 상품도 있지만 ‘H 플래그십 스토어’와 같이 자사 제품 외의 브랜드 제품도 입점해서 팔아요. 아웃소싱 제작도 많고요.
이때 상품기획 직무는 기존에 나와 있는 상품을 구매해서 유통하는 것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유통회사의 성격을 갖죠. 회사 내부보다는 외부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편이에요.
실제 상품기획자가 하는 일과 관련해서 참고하면 좋으실 글 하나를 소개해 드려요. 찾아봤던 글 중 제가 많이 공감했던 글이기도 합니다.
기획자는 기획 내용도 중요하지만 각 부서의 담당자 사이에서 설득하고 조율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게 이 글에서 말하는 내용의 핵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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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비전공자, 상품기획 직무에 적합할까요?
말씀하신 것들을 바탕으로 보면, 멘티님의 전공과 경력이 상품기획 직무에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보여요. 실제 상품기획을 하는 데에는 디자인이나 트렌드 감각이 필요하지만, 가격이나 매출, 마케팅에 관련된 지식이 많이 요구됩니다. 멘티님이 경영학 복수전공을 하셨으니 그 부분까지 준비가 되어있을 거란 예상이 되는데요.
디자인만 했던 사람이 상품기획을 할 경우 회사의 브랜드 방향이나 매출목표, 시장분석 등의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을 수 있어요. 문화예술 쪽 경력이 오히려 트렌드를 크게 보고 감각을 익히는데 좋은 경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의 맥락을 읽을 줄 알고 고객을 이해하며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상품기획자가 지녀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채용 담당자였다면 멘티님의 경력이 상품기획 직무에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덧붙여, 가구 회사라 할지라도 요즘은 가구 자체에만 집중하진 않아요. 사회적, 문화적인 트렌드 전반을 읽어내야 하거든요.
예를 들면 'IoT가 일상화된 환경'에서의 가구는 분명히 예전과 다르고, '자신만의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젊은 가족'이 선호하는 가구도 달라질 거고요. 지금까지 나온 테이블이 이러하니 그다음은 '조금 더 나은 테이블' 정도가 아니라, 왜 또 테이블이 만들어져야 하는지부터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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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는 학원에 꼭 다녀야 할까요?
앞서 말했듯 지금까지의 경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디자인 학원까지 다니는 건 너무 과한 준비인 것 같아요. 디자인 학원은 빠른 시간 안에 디자인을 할 수 있게 가르치기 때문에 주로 소프트웨어 스킬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상품기획을 할 거라면 이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지금 하고 계신 유통 물류 강의 수강은 아주 잘하고 계신 거고요. 가구 매장에서의 영업은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지금까지 경험도 충분하다고 생각되기에 취업을 위한 경력을 더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와 채용 담당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어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디자인 비전공자의 포트폴리오 제작법
포트폴리오는 이력서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경험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도구예요. 디자이너가 아니라서 시각 자료가 많지 않을 수 있지만 그건 크게 상관없어요.
멘티님의 경험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세요. 예를 들면 갤러리 도슨트를 할 때 내가 어떤 작품을 어떻게 소개를 했고 그게 당시 트렌드를 어떻게 반영했는지, 고객에게 어떻게 어필했었는지, 공간디자인과 그에 따른 효과는 어떠했는지, 해당 경험으로 무엇을 배웠는지를 정리해 보는 거예요.
매장 매니저 경험도 아주 좋은 포트폴리오 재료가 될 수 있어요. 음반 매장은 최신 트렌드를 읽기 좋은 곳이고 한국인의 섬세한 취향을 읽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상품 진열, 고객 응대 등을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이것이 매출과 고객의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담으면 되겠죠?
미술사학 전공을 하면서 배운 부분들을 담는 것도 좋아요. 과거의 미술과 미래의 미술은 어떻게 다른지, 현재의 트렌드가 과거의 무엇과 연결점이 있는지, 사회적 흐름으로 볼 때 가까운 미래엔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등을 정리해 볼 수 있겠네요. 채용 담당자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술사학은 딱딱하고 어렵다’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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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를 채우는 또 다른 방법은 개인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에 넣는 거예요.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를 타겟으로 해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이 더 필요한지 제안서를 써보는 방식이죠. 제품 분석을 위해선 시장과 트렌드도 함께 조사해야겠죠?
회사 입장에서는 어설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지원자가 상품기획 업무에 관심이 있고 우리 회사에 대해 충분히 연구했으며 시장을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요. 신입이 어설픈 건 당연해요. 업무조차 모르고 지원하는 사람들도 많고,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도 많은걸요! 너무 겁내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포트폴리오는 4~5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면 됩니다. 각 프로젝트 당 5페이지가 넘지 않게 만들기를 추천 드려요. 디자인 전용 프로그램을 쓸 필요도 없고 파워포인트만으로도 충분히 제작할 수 있어요.
각 프로젝트별로 아래의 순서대로 구성하는 것이 좋아요. 참고해주세요!
프로젝트 개요
프로젝트 제목 또는 업무 ('음반 매장 운영관리' 정도로만 적어도 충분해요)
클라이언트 또는 고용주
프로젝트 진행 기간
나의 역할 (매니저, 직원, 큐레이터 등)
프로젝트 과정 (했던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적어주세요)
사진으로 표현하기 (본인이 찍힌 사진이면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공간 사진을 넣어 어디서 어떤 일을 했는지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아요!)
프로젝트 결과 (본인의 업적이 있다면 정리해 보세요)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것
충분한 답변이 됐을까요?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잇다에 또 질문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하여 유일한 멘토님이셔서 꼭 답변을 받고 싶었는데, 제가 질문을 드린 것 이상으로 상품기획 과정에 대해 좋은 예시들을 주셔서 감동했습니다. 비전공자 입장에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요소들로 채워나가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 점도 감사합니다! 좋은 결과 맺은 뒤에 멘토님께 연락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