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가 시사 교양 쪽 방송 일만 했기 때문에 다분히 지엽적인 의견일 수 있으니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방송사 내 가장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 부서가 드라마 부서일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신년 특집 다큐멘터리 3부작의 조연출로 일했을 때, 가상 스튜디오 촬영이나 재연 드라마 장면을 촬영해야 해서 인력관리를 했었습니다. 고용된 스태프가 많을 땐 50명이 넘어가는 바람에 스태프 한 끼 식사 준비에도 많은 공을 들인 기억이 있었죠. 말로만 힘들다고 들었지, 실제로 드라마 일이 그렇게 힘든지는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드라마는 픽션이기 때문에 모든 걸 카메라 앞에 만들어 놓고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동원되고 많은 예산이 투자됩니다. 그래서 투입한 예산 대비 매출도 많아야 합니다. 일종의 종합 예술이죠.

그런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므로 드라마 PD도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드라마에서 거둔 이익으로 저희 같은 시사 교양 PD들이나 지역 방송사 PD들이 먹고산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만큼 드라마 PD 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지요. 

 

SBS의 경우 예능국과 교양국을 합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MBC의 경우 둘이 나뉘어있죠. 교양이나 예능이나 다 현장의 있는 그대로를 가공한다면 드라마는 영상을 완전히 새로 만드는 개념이기에, 드라마 PD 하다가 힘들어서 다른 분야, 이를테면 예능이나 교양으로 가는 경우는 있어도 다른 분야에서 드라마 PD로 전직하는 경우는 개인적으로 본 적이 없습니다. tvN의 이명한 PD가 유일한 예외가 될까요? 

길게 말했습니다만 드라마 PD 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당연히 공부해야 합니다. 단순히 스펙을 쌓으란 말이 아닙니다. 누구나 다 아는 점수를 쌓으려면 완벽하게, 만점 수준으로 쌓으세요. 그런 점수가 있어도 들어가기 힘든 곳이 공중파 방송사입니다.

그래도 이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지금부터 작품을 만드세요. 드라마 PD라고 해서 꼭 방송사 소속 드라마 PD만 PD가 아니죠. 드라마라고 해서 TV에 나오는 것만 드라마가 아닙니다. 드라마, 극 형식의 영상물. TV에 나오면 드라마고 영상제에 출품하면 단편 영화고. 그저 장르를 지칭하는 이름만 다를 뿐입니다. 

제일 중요한 조언입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왜 드라마 PD가 되고 싶은지 자문해 보세요. ‘PD보다는 편성 쪽 일을 하거나’라고 하셨는데, 편성 PD도 머리를 많이 쓰는 고된 직업입니다. 여러모로 확인하시고 한발씩 꿈에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