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대생이지만, 디자이너를 꿈꾸는 멘티입니다.
전공과 상관없이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너무 커서 관련 대외활동, 동아리 등의 경험을 쌓고 있어요. 또한, 지금까지는 독학으로 공부했지만,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SADI (삼성디자인스쿨)에 입학할 계획을 세우는 중입니다.
사실 주변 친구들은 제게 이상주의자라고 많이 말하는데요. 다들 취업, 결혼 문제를 고민할 때 저는 항상 제가 하고 싶고, 행복해지는 일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습니다. 입에 풀칠만 할 수 있으면 돈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디자이너를 꿈꾸고 준비하는 과정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 여러 고민 탓에 머리가 복잡합니다. 마음은 확고하지만, 사람인지라 전공을 버리고 아무 기약도 없는 디자인 분야에 뛰어든 게 솔직히 무섭습니다. 디자인을 향한 열정이 영원할지 모르겠고,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제가 경쟁력이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이런 제게 인생 선배이자, 현직자이신 멘토님이 조언을 주신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친구들말처럼 제가 너무 비현실적인 이상만 쫓고 있는 건가요? 현실과 꿈이 부딪힐 때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선배님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진심이 담긴 글,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저도 대학생 때 멘티님처럼 생각이 복잡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성장통이라고 생각하며 치열하게 고민하시고,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원래 목표는 이상적, 원하는 것을 추구하면 됩니다
멘티님께서 ‘이상주의자’라는 단어를 언급하신 것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저 역시 항상 이상주의자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거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그 단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현실적이다’라고 표현하는 것들이 진짜로 현실적인가요?
예를 들어 좋은 직장에 취업해 멋진 차, 넓은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친구들의 보편적인 목표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들에게 그것은 현실적인 목표라고 생각되겠지만, 저는 그게 결코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현실과 다른, 현실보다 나은 모습을 목표로 삼으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세우는 모든 목표와 꿈은 이상적일 수밖에 없어요.
결국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의 문제지 무엇이 현실이고, 이상인지 판가름하며 본인의 선택을 지나치게 검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당장 내일의 미래도 예상하지 못하잖아요. 저도 멘티님처럼 그냥 제가 행복해질 방법을 택할 뿐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지겹게 들어야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제가 선택했던 것들이 저를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겠다고 목표를 잡고 나서 여러 힘든 경험들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틴 결과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러니 멘티님도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나에게 적합한 회사 찾기
멘티님께 용기를 드리기 위해 제 취준 스토리를 자세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인생을 본받으라는 뜻은 절대 아니고, 이렇게 살아온 선배가 있으니 너무 겁내지 않아도 된다는 차원에서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저는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실무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졸업 이후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3년간, 다양한 곳에서 인턴과 아르바이트 일을 했어요.
일단 대학생 때, 원단 디자인회사에서 아르바이트했고, 캐주얼 회사 인턴, G사 (의류업체) 인턴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업체를 거치며 3년을 보냈어요.
사실 제가 정규직이 아닌, 인턴과 아르바이트로만 일한 이유는 어떤 회사와 제가 맞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정규직은 ‘탐색’의 차원에서 일하기에는 무게감이 있으니까요.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경험해보니 결국 제가 회사 생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야근은 디자인에 대한 열정까지 갉아먹을 정도로 저를 힘들게 했고, 삶의 질 역시 갈수록 나빠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물론 야근과 단체생활에 적합한 분도 계시지만, 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또한, 조직 생활에 대한 본인의 적응력을 이해하는 것과 별개로 같은 디자인 업무를 해도 회사와 분야에 따라 천차만별인 업무 내용과 스타일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어떤 분야의 회사가 본인에게 맞는지 결정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저는 단기 알바, 인턴 등 아무것이라도 좋으니 최대한 다양하게 회사에 다녀보기를 권장합니다.
현실과 이상? 핵심은 자아실현!
아까 하던 제 취준 스토리에 돌아가자면, 제가 조직 생활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 저는 아르바이트와 인턴 생활을 그만두고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유럽 여행을 떠났습니다. 홀로 떠난 여행을 통해 나를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제가 원하는 것, 제가 행복을 느끼는 일을 찾아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모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 다들 이런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언제까지 이 직업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좋아하지? 지금 나는 행복한가?” 행복한 인생을 위해 정말 필요한 질문들이지만, 친구들은 30대가 될 때까지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는 거죠.
인간은 본래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존재입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저는 답을 찾기 위해 20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멘티님과 저 같은 사람에게 ‘이상주의자’라고 꼬리표를 달았던 현실적인 사람들은 30, 40대가 돼서야 우리가 20대 때 했던 고민을 하게 되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현실적인 친구들도 결국 우리처럼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됩니다. 다만 시기의 차이일 뿐, 살아가다 보면 당연히 그런 생각들이 찾아오는 거죠. 따라서 이상주의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식으로 본인을 탓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일에 에너지를 쏟아내세요. 그렇게 살다 보면 주변에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모일겁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계속 도전하고, 적극적으로 꿈을 찾아가세요. 그러면 멘티님이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멘티님과 생각이 비슷하다 보니 도와주고 싶은 인생 선배로서 많은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꼭 좋은 디자이너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