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영상을 통해 사람들이 친구가 되게끔 하고 싶은 PD 지망생입니다. 저는 전파력이 강한 방송 미디어를 매체로 공감과 응원, 재미와 감동이라는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멘토님께 여러 질문을 드립니다.
PD를 꿈꾸고는 있지만 어떻게 언론사 공채를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언론사는 서류 전형, 필기시험, 면접으로 전형이 이루어지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자기소개서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필기시험과 면접 전형은 정보가 많지 않더라고요. 작문은 어떤 형태로 나오는지, 어떤 형식의 답을 써야 하는지, 분량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필기시험 이후의 과정도 궁금합니다.
멘토님은 왜 PD를 꿈꾸시게 됐나요? 그리고 입사하기 위해 어떻게 무엇을 준비하셨나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셨고 작문은 또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추가로 멘토님이 PD로서 채용을 담당하게 된다면 어떤 사람을 뽑고 싶으신가요? 현직자로서 어떤 관점에서 사람을 보는지 궁금합니다.
반갑습니다, 멘티님. 차례로 답변 드려볼게요.
언론고시 뚫기 A to Z - ① 방송국 PD는 어떻게 뽑나요?
PD 채용의 모든 과정은 직무에 대한 애정을 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른 직업도 그렇겠지만, PD는 특히나 창의적이면서 책임감이 커야 하는 자리입니다.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방송이라는 큰 무게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죠. 성장 환경이 되었든, 지원 동기가 되었든, 직무에 대한 애정을 보여줄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정리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자기소개는 그렇게 준비하면 되겠지만, 문제는 멘티님이 말씀하셨듯 필기시험이죠. 저도 필기시험 때문에 3년을 준비했거든요.
PD의 채용 과정은 1차 서류(주로 자기소개서), 2차 필기(논술, 작문, 상식, 드물게 기획안 및 인ㆍ적성), 3차 실무면접(가끔 실무평가), 4차 이후(최종면접, 가끔 합숙면접)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3차 이후의 과정은 필기 합격 후에 걱정하면 되고 가장 큰 난관은 아무래도 가장 많은 인원이 떨어지는 필기시험입니다.
언론고시 뚫기 A to Z - ② 작문은 어떻게 써야 하나요?
제가 경험한 작문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하하하', '일요일 오후 2시', '스시와 스테이크'. 이런 해괴한 키워드를 주고 이를 바탕으로 1,600자 쓰기. 그 외에도 제가 공채 준비하던 시기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연임을 저울질하던 시기였는데 '반 총장이 연임을 수락한다고 가정하고 그 수락 연설을 써 봐라'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즉, 애초에 예상하기 어려운 제시어를 줍니다.
그런데 어떻게든 공채를 뚫고 현업에도 있어 보니 왜 그런 제시어를 냈는지 알겠습니다. PD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아이템이 주어져도, 혹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도 그 속의 가치를 뽑아내고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야 하거든요. 가치 매김이 바로 기획이고 스토리텔링이 바로 연출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스토리텔링은 소설이나 시놉시스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이 되도록 구성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따라서 작문은 지원자의 그런 순발력, 통찰력, 사고의 깊이, 재치 등을 보려고 출제하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PD 지망생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의 하나가 “작문은 창의성이다”라는 생각입니다. 저도 잘 모를 땐 시도 쓰고 영어로도 쓰고 별별 시도를 다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작문을 시험 보는 목적은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이유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작성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가치를 뽑아내는 능력, 스토리텔링, 통찰력 등에 초점을 두며 글을 써야 합니다.
특이한 형식으로 써도 내용만 탁월하다면 상관없겠지만 확신이 없으시다면, 수필, 논평 등 기본적인 산문 형태로 연습해 보세요. 꾸준히 자주 써봐야 합니다. 자주 쓸수록 실전에서 글감이 빨리 떠오르고 그만큼 빠르게 글을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 시험은 제한 시간이 있으니까요. 보통 1시간 30분 이내에 1,200~1,600자의 분량을 써야 합니다. 물론 회사마다 다르지만요.
언론고시 뚫기 A to Z - ③ 당신은 왜 PD가 되었나요?
제 개인적인 얘기로 PD라는 직업을 조금 더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가 PD가 되기로 한 건 중2 때였습니다. 그땐 음악, 미술, 문학 등 두루 관심이 있었고 그걸 종합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방송을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땐, 현실에 대한 반발로 언론의 힘을 빌려 세상을 바꾸고 싶었고 대학생 땐 직업이라는 인식까지 추가됐습니다. 하여튼 16년 동안 PD만 꿈꿨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류나 면접에선 큰 걱정이 없었습니다. 워낙 오랜 시간 꿈꿨기 때문에 PD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은 끝나 있었거든요.
자기소개서는 묻는 대로 차분하게 답했습니다. 다만 글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 슬로건 같은 걸 만들어 내세웠죠. '창작은 일상, 도전은 습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자기소개서는 물론, 최종 면접에도 쓰였죠. 자소서에서는 특히 지원동기에 이 슬로건을 내세우고 해설하는 방향으로 작성했던 거로 기억합니다. 내가 얼마나 이 직무를 사랑하는지 어필해야 했으니까요.
저는 국문과 출신에 논술 강사도 꽤 오래 했기 때문에 별 준비 없이도 필기시험은 우습게 통과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2년을 줄곧 필기에서 떨어지고 나니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단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카페 '아랑'(언론인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 같은 카페입니다)에 가입해서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주 1~2회 만나서 논술 및 작문(논작) 스터디를 했고 상식은 책을 보며 따로 공부했습니다. 숱한 탈락 경험 이후 스터디를 하며 열심히 준비하니 드디어 필기에 합격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느낀 게, ‘역시 논작 시험은 순전히 글쓰기 실력이 아니라 연습에서 좌우되는구나’였습니다. 글솜씨는 자신 있었지만 방송사가 원하는 메시지를 녹여내는 법은 전혀 몰랐거든요. 스터디에서 정보 교류를 통해 멘티님도 그 감을 익히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론고시 뚫기 A to Z - ④ 어떤 사람이 PD가 되나요?
공채 정규직을 뽑는 거라면 단연 상식과 교양을 갖춘, 자기 관점이 뚜렷하지만, 포용력이 있는 사람을 뽑을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언론인 다운 언론인을 PD로 뽑는 것 같아요. 지망생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PD의 제작 역량을 중시여길 거라는 건데요. 제작 역량은 입사 후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충분히 가르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가르칠 수 없는 상식, 교양, 예의, 열정 등을 가진 인재들이 더 매력적이겠죠.
제가 만약 채용 담당자라면, 방송에 대한 사명감과 세상을 보는 눈을 집중적으로 평가할 것 같습니다. PD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한 열정이 있는 지원자들에게 눈이 갈 것 같아요. 어느 한쪽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적인 사람이면 더 좋고요. 기술적인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술은 각 분야에 전문가가 있으니 지원자의 소프트웨어를 더 볼 거예요. 소프트웨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프리랜서 PD가 된 이유는…
자세한 사정을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으나, 정리하자면 PD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해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 프리랜서로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겠지만, 방송계 밖에서 더 큰 비전을 보았거든요. 이미 세상은 방송사 이름보다 콘텐츠 그 자체를 보니, 방송국 타이틀을 달지 않아도 콘텐츠만 좋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거에는 특정 플랫폼이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소유했지만, 지금은 플랫폼이 많아 N스크린은 기본입니다. 저는 방송국이라는 굴레를 벗고 콘텐츠 단위에서 활약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PD를 준비하고 계신 멘티님이 벌써 이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저 방송국 입사 후에도 이직이나 퇴사 등 다양한 길이 있음을 말씀드리는 거니까요.
학벌보다 중요한 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학벌이 부족한 것 같아 걱정이시군요. 하지만 학력은 절대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PD는 수많은 전문가와 협업하면서 콘텐츠를 만듭니다. 학벌이 중요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식이 많은 것보다도 중요한 건 좋은 태도와 사회성으로 전문가들의 협업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학벌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찬가지로 자격증이나 어학 성적 등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일을 하므로 PD가 직접 기술을 쓰거나 통ㆍ번역을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을 이끌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PD의 업무입니다.
다만 회사마다 지원 자격으로 요구하는 어학 성적이나 자격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격 요건에 맞추는 건 기본이겠죠? 그 정도의 준비는 미리 해두시면 좋습니다. 그 외에 준비할 건 세상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쏟으라는 것입니다. 시사 이슈와 트렌드를 잘 파악하면서 자신만의 관점을 세우는 연습을 계속해야 합니다. 학벌보다 중요한 건 세상에 대한 관심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업계에 들어오면 어떻게든 길은 열린다
이미 멘티님은 진지하게 PD에 대해 고민을 하고 계시니,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하시면 될 것 같아요. 다만 합격은 노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고 운도 종종 필요하니, 떨어지더라도 개의치 말고 다음 시험을 준비하면 됩니다. 다행히 요새는 매체가 많아 지원할 곳이 늘었으니 기회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대형 방송국으로 입사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작은 방송국에 입사하더라도 그만큼 배울 점이 많습니다. 혼자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길게 보면 결국 그 경험이 다 내 역량으로 남거든요. 추후에 이직 시장도 꽤 자유로운 편이니, 업계에 들어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편히 먹고 열심히 준비해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