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면, 변리사는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하는 업무, 특허심판원에서의 심판대리 업무(특허청이 특허 신청을 기각했을 때, 이를 다투는 행정심판), 심결 취소소송 대리 업무(특허심판원의 결정을 다투는 행정소송)를 할 수 있으나, 특허침해 소송대리 업무(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그 중지 및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및 일반 민형사소송 대리 업무를 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 취득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변리사 등록을 할 수 있는데, 변호사가 변리사 등록을 하면 모든 업무를 다 할 수 있지요. 실무적으로, 변리사는 주로 특허볍률사무소 혹은 특허법인에서 특허 출원 및 특허심판원 심판 대리 관련 업무를 하고, 특허 및 지적재산권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는 주로 법률사무소 혹은 법무법인에서 특허권 관련 자문 및 특허침해소송, 지적재산권 관련 민형사소송을 수행합니다. 이처럼, 실무상으로는 변리사들이 하는 일(특허 출원 및 특허심판원 심판대리)과 변호사들이 하는 일(특허권 관련 자문 및 특허침해소송, 심결취소소송, 지적재산권 관련 민형사소송)이 분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주로 변리사들이 하는 특허 출원 업무를 하는 변호사는 거의 없고, 주로 변호사들이 하는 소송 업무를 하는 변리사도 없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Mari Helin
2. 변호사 VS 변리사 - 역량
특허 출원 업무는 의뢰인이 발명한 기술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특허권이 부여될 수 있는 형태로 잘 설명하는 업무입니다.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중요하지요. 반면, 소송업무는 단지 기술적 이해 뿐만 아니라 법리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특허권의 범위, 특허 침해 여부, 손해의 발생 등을 다루는 업무입니다.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법령과 판례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소송수행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스쿨 도입 이후에 변리사가 처리하던 일을 이공계출신 변호사가 많이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선, 변리사가 주로 하는 특허출원 업무는 변호사시험 과목과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로스쿨 과정은 3년으로 매우 짧고, 로스쿨 수업만으로 변리사만큼 전문성을 쌓을 수 없기 때문에 이공계 출신자가 로스쿨을 졸업했다고 해서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기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공계 출신 로스쿨 변호사를 고용하는 사람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공계 출신 변호사에게 변리사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시키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변리사는 주로 특허출원 단계에서 변호사는 주로 특허출원 이전의 자문, 특허출원 이후의 소송 단계에서 특화된 분야를 갖고 있으며, 로스쿨 도입 이후에도 이러한 구도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변리사는 변리사대로 변호사는 변호사대로 전문분야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aron visuals
이공계 출신 변호사의 비전
과거에는 법률을 전공하지 않은 변호사가 많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전공의 변호사들이 각광 받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공계 출신 변호사는 아주 인기가 높은 편인데요. 특허 및 지적재산권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요긴하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법무법인 T로펌에서도 이공계 출신 변호사님이 많이 계시고, 그분들이 일하시는 분야도 지적재산권, 헬스캐어, 금융소송 등으로 다양한 편입니다. 학부 전공이 이공계라는 점은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서 일하는 데 있어 아주 좋은 커리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로펌 업계에서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10위 권 이내의 대형 로펌이나, 법무법인 등 특허 및 지적재산권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부띠끄 로펌에 취업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열거한 20개 남짓한 로펌 이외에는 특허 및 지적재산권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로펌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허 및 지적재산권 업무는 개인변호사 혹은 규모가 작은 법무법인에서 수행하기 힘든 업무이므로, 처음부터 큰 회사에 취직하지 못한다면 보통 변호사들은 평생 가야 특허 및 지적재산권 관련 업무를 한 건도 해볼 기회가 없는 것이 보통이랍니다.
더불어 사내변호사 시장에서 이공계 출신 변호사가 선호되고 있는지 여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등 특허 수요가 많은 대기업에서는 사내에 특허관련 전문 부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특허 및 지적재산권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부서에서는 이공계 출신 변호사를 선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Kelly Sikkema
정리하자면
우선, 변리사와 변호사는 주로 담당하는 업무가 서로 다르다는 점, 변리사가 되기 위해서 공부해야하는 내용과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공부해야 하는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점, 단순히 로스쿨 과정을 수료했다는 것만으로 변리사가 갖고 있는 전문성을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습득할 수는 없다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 변리사의 전문성을 쌓기 위해서는 변리사 시험 준비를 해야합니다. 이공계 학부 출신 학생이 단지 로스쿨을 졸업했다고 해서 바로 변리사와 같은 전문성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공계 출신 변호사가 곧바로 변리사의 능력을 갖고 있는 변호사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공계 학부 전공자가 로스쿨에 진학해서 변호사가 된다면, 학부 때 공부했던 지식을 이용해서 특허 및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나가는데 유리합니다. 다만, 단지 학부 졸업생 정도의 실력으로는 기계, 화학, 전자공학 등등의 분야에서 결코 전문가로 볼 수 없으며, 로스쿨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사항을 가르쳐 주지도 않습니다.
즉, 로스쿨을 졸업하자마자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로펌 관계자들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로스쿨만 졸업했다고 해서 이공계 출신 변호사를 모셔가지는 않습니다.
이공계 출신 변호사도 다른 분야 출신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취업 경쟁을 해야 하며, 경쟁을 뚫고 10대 로펌이나 지적재산권 전문 로펌에 취업한 변호사만이 특허 및 지적재산권 관련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1년에 약 20~30명 정도가 위와 같은 행운을 누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kelly sikkema
제가 멘티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공계 출신 변호사는 비전이 있다. 그러나, 단지 로스쿨을 졸업하는 것만으로는 전문성을 쌓을 수 없다. 특히 변리사로서의 전문성은 로스쿨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로스쿨 졸업 후 10대 로펌 혹은 지적재산권 전문 로펌에 취업하거나,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사내변호사로 취업하지 않으면 특허 및 지적재산권 전문가로서 성장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결국, 이공계 출신 지적재산권 전문변호사는 비전 있는 커리어이지만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운도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 결론이 되겠습니다.
만약, 일반적인 변호사로서의 미래도 받아들이실 용의가 있다면,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이 좋겠지만, 나는 꼭 지적재산권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하신다면 로스쿨 진학보다는 변리사시험 준비를 하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질문 있으시면 주저 없이 글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