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멘토님처럼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현실의 치열한 스펙 싸움에 뛰어들어 고민하고 있는 취준생입니다.
저는 식품 중에서 특히 건강한 음식에 관심이 많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튀긴 과자보다 구운 과자, 일반 식빵보다 호밀빵을 선택하곤 합니다. 저 스스로 이렇게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음식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강하면서 간편한 음식을 기획, 개발하거나 소비자에게 홍보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사범대를 졸업하고 보니 일반 회사에 취업하기 위한 자격증이나 경험이 전혀 없어 고민입니다. 공모전 수상 경력이나 인턴 경험도 없고요.
식품 분야에 취직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이나 도움이 될 만한 스펙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외국어 시험을 보면 도움이 되는지, 컴활 자격증이 필요한지, 아니면 제과제빵 자격증이 필요한지 등 구체적으로 조언해 주시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경험에 관한 것인데요. 이 경험이란 것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감을 잡기가 힘듭니다. 프랜차이즈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알바로 일을 해보는 것이 식품 분야의 회사에 취직할 때 큰 도움이 될까요? 제가 식품 쪽 전공이 아니다 보니 기획, 개발, 홍보 중에서 어느 분야가 진입 장벽이 낮은지 궁금합니다.
마지막 고민은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는 건데요. 무슨 일이든 먼저 시작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천천히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준비하면서 찾아봐야 알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멘토님께서 겪고 일하셨던 경험을 들려주신다면 제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답변 기다릴게요.
💬 정지윤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제가 했었던 고민보다 좀 더 심도 있는 고민을 하고 계시네요. 본격적인 답변을 드리기 전에 우선 짚어드리고 싶은 건 '기획, 개발, 홍보 중에서 어느 분야가 진입 장벽이 낮은지'라는 부분인데요.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건 어떤 직무를 하실지 정확히 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직업이란 것이 뭉뚱그려서 '건강한 식품을 사람들이 먹게 하는 어떤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를 직업으로 정한다는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커리어는 첫 이삼 년간만 변경이 가능하고 그 이후에는 다른 분야로 전환하기 어려우니, 초반에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좋아요.
그럼 이제 답변을 드릴 텐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 답변의 순서는 1)좋아하는 것 찾기, 2)스펙 준비하기, 3)경험해 보기 순으로 드리도록 할게요.
실무자들의 강연을 들으며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세요
첫 번째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잘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볼게요. 제 경우를 예시로 말씀드리면, 저 또한 꿈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고 목표도 없이 그냥저냥 대학/학과를 선택한 케이스였어요. 취미 생활은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처럼 '무엇이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었죠.
그나마 외국어 습득 능력이 빠른 편이라 통역관이 되어볼까, 글 잘 쓴다는 소리를 들어봤으니 작가가 되어볼까, 말을 재미있게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으니 아나운서나 개그우먼이 되어볼까 등등의 생각은 해본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정말 그곳으로 가기 위한 의지나 진심은 없었죠.
대학 3학년 때까지 대충 지내다가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구들은 인턴과 공모전에 지원하느라 바쁜데 저 혼자 덩그러니 놀고 있었으니까요. 직업을 뭐로 삼아야 할지 몰랐고, 회사라는 게 어떤 곳이고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막막하고 무서운 상태였어요.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대학교 타 학과 수업 듣기였어요. 저는 약 일 년 동안 전공보다 다른 수업에 더 치중했었는데요. 제가 조금이라도 좋아한다고 생각이 드는 수업을 들으며 그 세계를 학문으로나마 맛보기로 한 거죠. 이렇게 수업을 들으면서 '이건 아닌 것 같다'와 '흥미로운데?'로 나누어 자신에게 소소한 확신을 주기로 했어요.
제가 들었던 수업들을 잠깐 말씀드리면, 경영학과의 개론, 회계, 인사 / 신방과의 출판 수업 / 미디어과의 영상 만들기 / 영화 평론(교양) / 스페인어, 중국어(교양) / 프랑스어(전공) / 의류학과의 교양 수업 / 불어 교육학(교생부터 2급 정교사 자격증까지 획득) / 미디어과의 홈페이지 코딩 수업 등이에요.
이렇게 많은 수업을 들으며 제가 정말 관심이 있어서 직업으로 삼아 돈을 벌어보고 싶은 것과 남이 해서 좋아 보이는 것을 과감히 구분하는 작업을 했어요. 그렇게 추려낸 분야는 신방과 / 미디어 영상제작 / 홈페이지 코딩이었어요.
전반적으로 저는 뭔가 제작하고 창조하는 미디어나 IT 쪽 분야를 잘한다고 판단했어요. 실제로 성적도 좋았고,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면서도 너무 행복했죠. 이러한 성향 파악과 평소 제가 하던 취미를 바탕으로 선택한 첫 직무는 SNS 마케팅이었어요.
저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활발하게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사진 찍고 글 쓰는 것을 너무 좋아해 10년 넘게 운영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포트폴리오가 쌓여 있더라고요. 제가 마케팅 직무를 선택한 계기는 바로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결합한 데서 온 것 같아요.
멘티님께서는 이미 졸업을 하셔서 저와 같은 루트를 밟으실 수는 없지만, 대신 이제부터라도 실제 기업 실무자들의 강연을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저도 얼마 전에 한 배달 앱 마케터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새로운 열정이 생겼거든요. 심지어는 저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관심 기업의 동향을 살펴보며 경험의 방향을 잡으세요
두 번째로는 스펙 준비하기에 관해 말씀드려 볼게요. 사실 경력직이 아닌 신입사원의 경우에는 요구하는 조건이 조금 많아요. 어떨 때는 터무니 없다고 느껴지기도 하죠.
제 경우를 다시 조금 말씀드리자면,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은 이후에는 마침 학교에서 취업 아카데미가 열려 4학년 방학 내내 학교에 나갔었어요. 아카데미에서 웹 퍼블리셔 과정을 습득한 후, 학교 추천을 받아 마케팅 및 웹 코딩 직무로 작은 성형외과 마케팅을 시작했죠.
멘티님께서 혹시 대기업을 목표로 하고 계신다면 조금 더 열심히 준비하셔야 해요. 요즈음은 영어는 기본이고 무수한 인턴 경력에 공모전 입상, 봉사 활동, 별도의 포트폴리오까지 준비하는 게 보통이더라고요.
하지만 실제 회사에서 채용하는 경우를 보면 아직까지는 관련 경험과 진정성이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해요. 멘티님께서 건강한 음식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깊다면 관련 분야를 좀 더 깊이 파보세요.
건강한 음식에도 여러 가지 분류가 있겠죠? 저처럼 유기농 식품 산업에 도전하실 수도 있고요. 관련 산업의 동향이나 미래를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해 보고 인사이트를 내보세요.
만약 마케팅 직무가 재미있을 것 같으면 유기농 식품 회사들의 마케팅 현황을 인터넷 뉴스에서 찾아보시고요. 홈페이지나 SNS도 살펴보세요. 기업들의 동향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그 길로 걸어가는 것과 다름이 없어요.
만약 기본 스펙이 이미 구비되어 있으시거나 별로 어렵지 않게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관련 경험'을 더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안타깝게도 요즘 기업에서 선호하는 인재는 채용하자마자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경험 있는’ 신입이거든요.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경험을 쌓는 것도 방법이에요
마지막으로 경험하기에 관해 말씀드릴게요. 저는 취업 당시 가지고 있던 스펙이 학점, 토익 점수, 아르바이트밖에 없었어요. 제가 스펙이 없는 상태라 남들처럼 공채에 지원하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을 때 세웠던 전략은 소기업 - 중견기업 – 대기업 순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었어요.
위에서 말씀드렸던 학교에서 추천받아 들어간 성형외과는 압구정에서 직원 15명을 데리고 운영하는 아주 작은 회사였는데요. 거기서 1년을 버티며 마케팅을 살짝 경험해 봤어요. 주어지는 대로 페이스북을 운영해보고, 영상을 찍어보고, 성형 전후 스토리를 만들어 보기도 했죠. 홈페이지 배너를 바꾸기도 하고 외부 홍보용 X배너를 만들기도 했죠.
그 후에는 1년이라는 작은 경력을 가지고 채용 사이트에 이력서를 밀어 넣으면서 이직을 시도했었는데요. 이때 외국계 게임 회사에서 파견직 조건으로 연락이 왔어요. 파견직이라는 게 조금 겁이 나긴 했지만, 외국계에서는 파견직이 흔하고 내가 열심히만 일해 얻는 게 생긴다면 그다음 회사에서는 문제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렇게 파견직으로 2년을 일하면서 마치 정규직처럼 마케팅 전반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정식으로 이벤트를 기획하고 구성해 보기도 했고, 오프라인 부스도 열어봤죠. 또 큰 규모의 마케팅 플랜 짜는 데에 일부 참여하기도 했어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중견 기업인 D그룹의 식품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 다음 최종적으로는 지금 회사에 이직하게 되었어요.
이런 루트는 초봉에 대한 기대를 어느 정도 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보통 공채 신입은 초봉이 3천인데, 제 경우엔 초봉이 1800만 원이었거든요. 하지만 비록 출발선은 달랐지만, 지금은 이직을 통해 연봉이 많이 올랐고 업계 평균 연봉을 받고 잘 지내고 있어요.
제 경험을 말씀드린 이유는 우선 작은 회사에 비교적 쉽게 들어가서 경험을 쌓은 후에 더 큰 곳으로의 이직을 꿈꿔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작은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관련 직무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게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행사 알바 등을 해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고요. 제가 있는 SPC 그룹의 경우에는 파리바게뜨나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으면 확실히 우대를 해줘요. 입사 후에는 그 회사의 생리를 알아야 하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매장을 경험했다면 그런 부분을 별도로 설명할 필요가 없거든요.
원하시는 식품 회사의 매장 아르바이트 경험을 한다면 당연히 가산점이 주어지는데요. 이때 단순히 아르바이트 경험만 적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며 느꼈던 문제점이나 이에 따른 나만의 해결 방법 등을 자소서와 면접 때 제시해야 해요. 그러면 채용 확률이 많이 높아져요. 다른 지원자들과 확실한 차별점이 생기니까요.
제 답변이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많이 두려운 마음이시겠지만, 눈앞의 작은 성과부터 차근차근 이루어보시길 바라요. 자신감 가지고 꼭 취업에 성공하시길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저의 장래희망은 '현모양처'.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저의 꿈이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치열한 스펙싸움과 결국 먹고 살 일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저만의 꿈 탐색기간을 거쳐 지금은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을 구분하여
즐거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