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년차 멘토의 일기장
중요한 제안서 준비를 한다고 몇일 째 새벽까지 회사에 있다.
그런데 어째 짬이 나서, 미루고 있던 멘티의 질문에 답을 마치고도 시간이 남아
오랜만에 일기를 써 본다.
옛날에는 참 글과 시를 쓰기 좋아하는 감성 청년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자본의 노예가 되어 부동산 대출을 걱정하고 있는지...
슬프지는 않지만, 먼 훗날 젊은 날을 이렇게 보낸 걸
혹시 후회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다.
... 다시 일을 하러 갔다가 ... 새벽 3시에 집에가서 ...
다음날이 되었다.
바로 오전에 세종시 출장으로 업무 시간을 다 보내고,
지금은 5시 49분
오늘은 칼퇴를 해야지
여기 계시는 많은 멘토들은 나를 마치 자기인양 이해해주는 분들도 있으실 것이고,
여기 모이는 많은 멘티들은 사회생활이란 정녕 이런 것인가란 불안이나 회의감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새벽에 퇴근을 하는 사실이나,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남은 시간을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로지 나의 의지로, 내가 하고자 열심히 일 했고,
몸은 피곤하지만, 제안에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하루가 될 수 있다.
또 이렇게만 사는 것도 아니고, 어떤 날은 나의 짱짱한 권태로 게으름을 피우기도 한다.
물론 반복되는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닐 터.
하지만 10명에 7명은 같은 질문을 하는 멘티들을 보고 있자면,
이미 너무 어릴 때부터 시달린 계속되는 교육과 통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회의감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에 멀어져버린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직무는 모두 다르지만, 느낌은 비슷하다.
회사가 달라도 같이 일하는 사람은 비슷하다.
결혼은 다른 사람이랑 해도 사는 건 비슷하다.
모두 같은 어항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꺼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눈이 반짝 거리는 금붕어가 있고,
텅 빈 눈으로 그저 하염없이 온 길을 계속 왔다갔다 하는 붕어가 있다.
내가 쥐고 태어난 수저가 불가피하게 나를 그렇게 만들 수도 있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그 수저를 빛이 나게 닦아 줄 수도 있다.
유재석도 한 때는 힘들었지만,
그는 다른 개그맨과는 또 다른 생각으로 살았다.
나도, 우리 후배들도,
다르고 좋은 생각들로 앞 길을 닦아갔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현실이란 어항이 어떻게 보이는가는
안에 사는 금붕어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그래서 난,
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