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지난번에 게임 개발 관련 질문을 드렸던 멘티입니다. 먼저 이전에 상세하고 친절한 답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추가로 드리고 싶그리고 한 회사의 커뮤니티에은 질문이 생겨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1.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좋아해서 업계에 발을 들이지만, 막상 업이 되면 게임이 싫어지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도 이런 경우가 많은 편인가요?
2. 지난번에 말씀해 주셨던 ‘주 40시간 근무를 지향한다’라는 부분은 정말 고무적인데요. 멘토님이 여러 회사를 이직하시면서 느꼈던 게임 업계의 평균적인 업무 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물론 개발 부서와 비 개발 부서의 차이도 크고 교류가 활발하지 않을 수 있으니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지요?)
사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조금 복잡한데요. 임원 면접을 앞두고, 게임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이 있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제가 좋아했던 게임을 직업으로 삼게 되면, 게임을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어요.
어디서 들은 말인데요. 개발이나 사업 등의 부서는 주 4회 이상, 상시적으로 한 달에 15~17회 이상의 야근은 각오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점에서 취업 정보 사이트의 글을 읽다 보면, 게임 업계는 물론 타 업계의 어떤 회사도 가기 무서워질 정도예요. 말씀드리다 보니 고민만 늘어놓은 것 같네요.
제 얘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멘토님의 답변 부탁드릴게요.
💬 곽준원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질문에서 고민의 깊이가 느껴지는군요. 본격적인 답변에 앞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가슴 뜨겁게 시작한 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하곤 합니다. 지금 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열정이 가득하다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심사숙고하시는 모습은 좋지만, 자신의 결정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사는 변하기 마련이에요
이제 첫 번째 질문에 먼저 답변드릴게요. 막상 직업이 되면 게임이 싫어지는 경우가 많은지를 물어보셨는데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과 게임을 만들고 유통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고요. 또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저도 게임을 좋아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일은 분명 고된 작업입니다. 다만 게임이 싫어진다는 생각이 든다기보다는,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일과 취미가 조금씩 변경되는 게 아닌가 하네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열심히 게임을 즐기던 저도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긴 이후로는 자연히 게임할 시간이 없어지게 되었고, 게임 내에서의 성취 대신 가족의 화목에서 행복을 찾게 되더군요. 그렇지만 지금도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게임을 하고 싶긴 합니다.
지금은 근무 여건이 나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다음 질문은 제가 느끼는 게임 업계의 업무 강도에 대한 것이네요. 게임 개발의 업무 프로세스는 크게 보면 이런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프로젝트 선정 - 프로젝트 인원 구성 – 프로토타입 개발 - 정식 프로젝트 승인 - 인원 규모 확정 - 개발 진행 – 베타 테스트 - 개발 진행 - 오픈 - 라이브 서비스
이 중에서 가장 바쁜 시기가 언제일까요? 아시다시피 베타 테스트 기간과 오픈(런칭) 기간입니다. 이 시기에는 주 40시간을 넘기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십 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고, 대체 휴일 같은 건 엄두도 못 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건전한 조직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죠. 제가 다니는 회사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희는 특수한 상황(런칭 등)에 주말 출근을 하면 대체 휴일을 본인이 정해서 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 부서와 비 개발 부서의 차이에 대해 언급해 주셨는데요. 이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따라 다를 거예요. 비 개발 부서도 개발 부서와 마찬가지로 게임 오픈(런칭) 시기에는 바쁠 것이고 초과 업무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이 쉬지도 못하게 하면서 일을 시키지는 않습니다. 한 달에 보통 21~23일을 일하는데, 상시적으로 15~17일 야근을 하는 회사가 많지는 않을 것 같네요. 커뮤니티에 있는 글을 보며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커뮤니티보다 서적을 참고하고, 원하는 일을 찾으시길
저는 판교의 등대라 불리는 W 사와 구로의 등대라 불리는 N 사, 그리고 대기업 계열사인 S 사를 두루 다녀 봤습니다. 가장 힘든 곳은 역시 그 회사 사람들도 혀를 내두른다는 S 사이고요. (대신 연봉은 높습니다.) W 사와 N 사, 그리고 지금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 중에서는 저희 회사가 가장 워라밸을 만족시킬 수 있고, 저도 만족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정보들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마시고요.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가장 가치 있게 여기고 있는지 알아 가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회사에도 보다 잘 적응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덧붙여 커뮤니티에 관해 조금 말씀드리자면, 이런 커뮤니티에는 만족하는 글은 잘 올라오지 않습니다. 또 논쟁에 관한 논점이 모두 다르기도 하고, 간혹 횡설수설하는 경우도 있어요. 때론 본인의 하소연을 업계 전체로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죠. 그러니 커뮤니티의 내용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서적을 참고하시는 게 도움 될 듯합니다.
회사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채 억지로 다니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멘티님은 그런 사람들보다는 한결 앞서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감 가지시고 꼭 원하는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 하시면 좋겠습니다.
불확실성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거예요. 저에게도 앞으로의 삶은 불확실성 투성이죠. 여기서 오는 걱정과 불안은 우울증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를 이겨내는 방법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목표가 조금 틀어져도 다시 수정보완하여 건강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입니다. 힘내시고 험난한 취업의 문을 꼭 여시기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