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사 경험이 마케팅 분야로 이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한국리서치 · 여론조사본부

멘티 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소규모 조사회사에서 공공조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멘티입니다.


대학에선 경영학을 전공했고, 여론 형성과 정보 전달 메커니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통계 툴을 다뤄보며 리서치 직무에 매력을 느껴 입문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마케팅 리서치를 통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주로 정치·공공 부문 조사(정책 만족도, 실태조사 등)에만 참여하고 있고, 조사 설계나 분석보다는 자료 수집·관리 등 반복적인 실무가 중심이다 보니 진로 방향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Joshua Sun


이에 아래 두 가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1.공공조사 경험이 마케팅 분야로 이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소비자 관점의 인사이트 도출 경험이 없어 마케팅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고, 이를 어떻게 해석해 경력 전환에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2.곧 진행될 공공 과업에서 작년처럼 전체 실무를 단독 담당할 예정입니다. 단순 자료 수집이라 상사 분은 “조사 업무라고 하긴 애매하다”고 하셨는데, 이 경험이 커리어에 의미가 있을까요? 아니면 방향 전환을 더 서둘러야 할까요?

면접 당시 말씀과 달리 마케팅 조사는 기회가 거의 없어 혼란스럽고, 공공 리서치에서 마케팅 리서치로 전환한 사례를 찾기 어려워 간절한 마음에 질문드리게 되었습니다.


혹시 추후에도 여쭙고 싶은 점이 생기면 다시 연락드려도 괜찮을지요? 바쁘시겠지만 조언 주신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멘토 답변

<공공조사 경험, 바로 이어지긴 어렵습니다>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은 조금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조사와 마케팅조사는 조사 대상부터 설문 설계 방식,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 최종 결과물까지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기본적인 조사 구조나 틀을 이해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겠지만, 실제 마케팅 리서치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무 수준과는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력직으로 이직을 하려면 그만큼의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공공조사 환경에서는 그 수준까지 쌓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조차도 그 역할을 맡으라면 자신이 없을 것 같아요.


<전환 시점은 지금이 빠를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하고 계신 업무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애초에 기대했던 마케팅 조사 기회도 없었다면 전환을 고민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멘티님의 나이나 연차에 따라 “지금이 빠른 선택인가”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굳이 더 미룰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마음이 이미 움직이고 있고,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면 지금이 가장 빠른 타이밍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Kelly Sikkema


<흥미를 잃은 이유를 다시 점검해보세요>

하나 더 생각해봤으면 하는 부분은, 지금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정말 ‘공공’이라는 주제 자체 때문인지입니다. 현재 다니고 계신 회사가 작은 규모이고, 프로젝트마다 사이즈나 예산, 표본 수 등이 한정된 상황에서 비슷한 유형의 일만 반복되다 보니 지루함이 커진 건 아닐까요? 


혹시 다양한 유형의 공공조사, 예를 들어 국가승인통계, 부동산, 미혼모, 패널 조사 등을 경험해본 적은 있으신가요? 만약 그 정도로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셨다면, 그제야 비로소 '공공은 나랑 맞지 않는구나'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어떤 이유로 지금의 일에 애정을 못 느끼고 있는지, 그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사이트 중심의 마케팅 조사’가 정말로 흥미롭고 창의적인 일만 있는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예를 들어 멘티님이 FMCG 관련 마케팅 조사를 연간 10건 정도 맡는다고 가정해보면, 과연 그 10건이 전부 다 새로운 데이터와 창의적인 해석이 필요한 일일까요?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공공보다 더 가격에 민감하고 빠른 결과를 요구하는 클라이언트를 상대하게 될 수도 있고요. 그런 환경에서의 업무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과정 자체가 공공조사보다 지루하지 않다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워라밸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에 대한 각오도 함께 점검해봐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드리는 이야기>

지금 멘티님이 하는 일이 마케팅 리서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고민이 단순히 일의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환경이나 조직, 혹은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 때문인지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좋은 질문을 해주셨지만, 앞으로의 선택을 하기 전엔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정리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학생들 질문만 주로 보다가 오랜만에 회사 생활 중인 분의 고민을 듣게 되니 저에게도 신선했어요. 언제든지 또 이야기 나누고 싶으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부족한 답변이었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종경 멘토

한국리서치 · 여론조사본부

마케팅/MD

20살의 내가 어느새 40의 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꼈던 것들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제 삶에 또 하나의 보람이고 영광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