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현재 제 커리어 방향성에 고민이 있어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Kelly Sikkema
1. 도메인에 대한 확신
취업 성공을 하려면 도메인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고요. 그런데 도메인에 별다른 열정이 없던 친구들이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 이 열정이 꼭 필요한가라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멘토님께서는 UX 롤 / 도메인 등 커리어 방향 설정을 할 때 어떻게 확신을 가지셨는지 궁금합니다.
2. 포트폴리오 방향성에 관한 고민
포트폴리오와 제 실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합니다. 실무에서 기획을 보조하고 UI를 주도적으로 디자인하긴 했지만, 포트폴리오로 정리하기에는 논리와 임팩트가 부족해 보입니다.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놓은 것은 콘셉트 디자인에 불과하고 문제 해결이 뚜렷하지 않아 보입니다. 앱 개발 사이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빌딩해야 할까요?
3. 대학원 진학에 관한 고민
실무를 1년여간 해보며 대학원 진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프로젝트 역량도 싶고, 리서치/기획력이 돋보이는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취업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정보 대학원이나 특수 대학원 등 실무 베이스의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멘토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적다 보니 푸념에 가까운 글이었는데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도메인에 대한 확신
도메인이 중요한 이유는 도메인에 따라 업무 프로세스, UX 역할 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핀테크 업계가 원하는 가상화폐 관련 지식과 모빌리티 업계가 원하는 차량에 관한 지식은 크게 겹치는 부분이 없는 매우 다른 영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메인에 따라 해야 할 준비 또한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딱 여기까지입니다.
결론적으로 도메인과 확신이라는 단어는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도메인에서 확신을 못 느낀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확신을 갖고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면, 반대로 열정을 가졌던 도메인이 시류에 휩쓸려 그 인기가 시들하거나 사양산업화된다면 UX 분야 자체에 대한 회의감에 빠질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장단점이 있다는 것은 그 무엇도 크게 중요치 않다는 뜻과 같습니다.
제 경우 모빌리티 도메인으로 오게 된 것은 도메인과 별개로 추천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모빌리티 업계로 전환을 희망하고 있긴 했습니다. 허나 무언가 확신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스마트폰 다음이 뭘까에 대해 하나의 유력한 대안처럼 느꼈고, 그것이 설령 틀린 방향이 되더라도 일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동을 결정했던 바 있습니다. 그러니 확신을 가졌던 적은 없었다고 해야 솔직한 답변일 것 같습니다.
2. 포트폴리오 방향성
우선, 포트폴리오에 대한 문제는 포트폴리오 없이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의사가 환자 없이는 그 어떤 약도 처방할 수 없는 것과 같다는 점 먼저 언급합니다.
확신이 없다고 하셨는데, 도메인 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만큼은 가져야 할 덕목이 확신입니다. 이를 '신념'이라고 저는 봅니다. 이 신념은 면접관이 느낄 수 있기에 중요합니다. 자기 확신이 없다는 느낌을 풍기면 모든 말과 행동이 신뢰하기 어렵고 설득력이 부족해집니다.
취업은 대체로 경쟁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언행은 불리함 그 자체가 됩니다. 내가 무조건 옳다는 자만은 피해야 하겠지만, 그동안 내가 차근차근 조사했고 차곡차곡 프로세스를 밟아왔다면 이건 크게 틀리진 않을 나의 최선이라는 마인드셋은 상당히 필요합니다.
앞으로 틀릴 수 있음에 개방적이되 지금까지의 자신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믿음, 이것이 신념입니다. 그러니 알려진 꿀팁이나 방법론도 좋지만 고객의 불편한 사항을 한땀 한땀 찾아 풀어나아가는 정성과 정연함이면, 취준 포트폴리오로써 전혀 손색없는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대학원 진학 고민
재학기간 산학이 충분하지 않다면, 원하시는 바를 아예 이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러한 기회를 원하신다면 산학 기회가 그래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가셔야 합니다. 이는 웹사이트 등을 통해서는 절대 알 수 없기에, 대학원 선택의 A-Z는 발품임을 저는 강조합니다. 관련해서는 제가 쓴 책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라는 책의 대학원 관련 파트를 보시면 자세한 이야기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첨언하면, 대학원을 나왔다고 지원자에게 어떤 프리미엄이 붙지 않습니다. 회사는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구인공고를 냅니다. 따라서 대학원 졸업 여부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내부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누가 가장 많이 가졌는가에 대한 판단입니다. 그러니 대학원을 취업을 위한 마스터키처럼 생각하시면 실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작성된 글에서의 느낌은 위의 우려가 크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다만 재차 강조하는 바, 대학원 활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기다면 그걸 명확하게 제공해줄 수 있는 곳인지를 따져보시고 선택하셨음 합니다.
감사합니다.
취준하며 생긴 고민거리들을 길게 적었는데 하나하나 다 답변해주셨어요. 여기저기서 들리는 정보들에 본질을 잊고 있던 것 같습니다. 멘토님께서 명확하게 짚어주신 덕분에 방향성 설정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저도 언젠가 이렇게 선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멘토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멘토의 응원
정보의 홍수라 여기저기서 들리는 정보들이 본질을 잊게 만드는 게 맞습니다. 모든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에요. 불안하니까 들리는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신념'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틀려도 좋으니 내 길을 가야 합니다. 어렵겠지만 유화를 그린다는 생각으로 커리어를 그려가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