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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편집자, 시작부터 지금까지!
메이드인 출판사 · 편집부
6달 전
💬 멘티의 질문


국어국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며, 출판사에서의 기획과 편집 등의 업무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현직자 멘토님께 몇 가지 질문이 있어 잇다에 글을 남깁니다.


©Daria Nepriakhina 🇺🇦


1. 멘토님께서 어떤 이유로 출판 편집자가 되셨나요?

2. 편집 업무는 시장에 부합하는 콘텐츠 획득과 개발, 전체적인 구조 기획, 원고의 가독성 검토, 교열, 교정 등의 업무가 포함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3. 출판사 업무의 장단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업계 내에서의 경험을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편집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고, 직업의 전망에 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5. 저와 같이 출판사 업무에 관심이 있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조언이나 격려를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출판사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고자 하는 저희에게 권유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 권기우 멘토의 답변

출판에 관심 있는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질문이 명확해서 답변을 작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딱 짚어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직업 선택 과정

어린 시절부터 책과 가까웠고, 중학생 시절에는 만화책, 현대소설을 끼고 살아서 책이 없으면 화장실도 잘 가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선 문예창작부, 도서부, 독서토론부 중 독서토론부를 선택했습니다. 대학교는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는데, 당시엔 IMF 외환위기 시기여서 작가가 되는 건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현직 편집자셨던 교수님의 편집론 강의를 듣고 이 직업을 알게 되었고, 책을 좋아하는 저와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들으며 교수님께 눈에 띄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교수님이 지나가는 중에 말씀하신 출판 강의(한국출판인회의 편집자입문과정)를 잊지 않고 따로 듣기도 해서 교수님과 더 가까워졌습니다. 어느 날 그 교수님과 출판 강의 교수님께서 동시에 서울출판예비학교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 이 교육과정에 지원해서 합격해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출판사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그 출판사에 취업 면접을 봤을 때 “저는 평생 책밥을 먹고 싶습니다.”라고 말했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2. 출판 기획편집자의 역량과 노력

- 기획: 새로운 출판물을 기획하기 위해 시장 동향, 독자 요구사항, 시장 상황 등을 조사하고 분석합니다. 이후 출판사의 특성, 시장성, 경쟁력, 최근 트렌드 등을 고려하여 세부적인 기획안을 작성합니다.

- 편집: 완성된 원고를 편집하여 가독성을 높이고,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합니다.

- 노력: 기획은 실무를 알아야 할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에게 기획부터 맡기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편집을 진행하며 기획회의에 참여하고 기획안부터 작성해보며 어깨너머로 사수들의 기획 마인드를 배우다가 기획력이 늘게 됩니다. 그러니 노력보다는 빠른 적응력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됩니다. 이를 위해서 열려 있는 사고가 필요한데, 역량보단 태도나 자세, 마인드일 수 있습니다. 


기획에 대한 감각을 기르려면 독자가 아닌 편집자, 기획자의 눈으로 책을 봐야 합니다. 책을 볼 때 내 눈이 책 자체를 향하는 게 아니라, 그 책을 보는 독자들의 시선을 봐야 합니다. 독자들의 시선이 어떤 책, 어떤 소재, 어떤 이슈로 향하는가를 보는 연습을 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면, 극본 작가의 시각, 감독의 시각, 그것을 넘어서 제작사의 시각까지 분석해서 ‘이들은 시청자를 이렇게 봤구나’ 하고 기획의도를 파악하는 연습을 해보는 게 좋습니다.


 ©Studio Media


3. 출판사 업무의 장단점

장점은 책 한 권을 만드는 과정을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한다면, 프로젝트 진행 일정이 2~3개월 정도로 적당하고(물론 엄청나게 빠르게 돌아가는 곳도 많습니다), 마감 일정에 촉박하게 일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이것도 잡지사나 언론사보다는 낫다는 정도입니다). 


또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책 한 권의 지식을 계속 얻어가며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출판 분야는 시장이 작고 문턱이 낮아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뒤 독립해서 창업을 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단점은 산업 전반의 성장세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디지털화 기술 도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당히 빠른 편이지만, 잘 변화하지 않아서 보편화는 다른 산업에 비해 놀랄 정도로 느린 편입니다. 그래서 다소 답답한 아날로그 방식 업무가 많습니다. 유통 시스템이나 관련 제도가 제정되어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편입니다(물론 그 제도 덕분에 작은 규모의 출판이 활성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4. 직업 유지 노력 / 직업의 가치와 발전 가능성 전망(인식)

힘들기로 소문난 두 번째 출판사에서 퇴사한 뒤 출판은 힘드니 다른 업종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몇 개월 정도 책과 무관한 일을 했는데, 인성이 나빠지는 게 스스로 느껴졌습니다. 화가 많아지고, 동료 없이 상사들만 있는 회사인데도 매일 투덜거리며 불평을 해대고 싸우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단기 아르바이트로 출판 디자이너분이 와서 며칠 일을 했는데, 저와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왜 출판 안 하세요?”라고 물으시는데, 말문이 막혔습니다. 곧바로 출판사로 이직했습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안 하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져서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가치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고, 발전 가능성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고, 이게 아니면 제가 만족하면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 일에 발전 가능성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야 합니다. 이런 사람이 설명하는 이 직업의 가치는 너무 주관적이어서 남을 설득시킬 수는 없겠지만, 여기에 무슨 매력이 있길래 이 사람은 이렇게까지 이 일을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드시는 분이 계시면 좋겠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의지가 아니라 일을 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포인트를 많이 찾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은 변할 수 있으니 즐거움을 느끼던 일도 나중에는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즐거움을 느끼는 포인트가 여러 가지 있다면 이번에는 A에서, 다음에는 B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직업에 있어서 못 쫓아가서 도태되기보다는 스스로 포기하기가 더 빠릅니다.


출판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IT, IP 등 여러 가지 확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소규모 회사들이 대부분인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면 개인의 성장은 대단히 빠를 수 있습니다. 산업의 비전보다 내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출판이라고 생각합니다.

 

5. 지망생에 대한 격려

직업으로서 출판편집자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하면 잘 맞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을 찾기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열정보다 꾸준함, 의지보다 실행, 풍요보다 행복을 찾는 분이라면 누구든 언제든 환영합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일이 즐거워서 한다.'라는 건, 가장 현실적이고도 낭만적인 직업을 유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답변에서 잘 드러난 직업에 대한 애정은 저에게도 전달되었습니다. 출판사에 다가가기 위해서 몰랐던 부분도 많은데, 취업 준비를 어떻게 할 지 감이 잡히기도 했습니다. 뚜렷하고 정성스러운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권기우 멘토
메이드인 출판사 · 편집부
전략/기획
19년차 출판기획자
자기계발/경제경영/에세이/인문/사회정치/종교/아동,청소년 등 종합출판 기획 및 편집
영상화 ip 담당 업무 진행
전자책, 오디오북 등 2차저작물 저작권 실무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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