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지난 12월에 포트폴리오 리뷰를 요청했던 멘티입니다. 채용 플랫폼을 통해 인사담당자들이 제 이력서를 확인하고 제안을 주시는데,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서류 탈락이 반복되어 좀 답답합니다.
©Kelly Sikkema
현재 속한 회사에서의 커리어와 인간관계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빨리 이직하고 싶습니다. 멘토님의 조언 대로 포트폴리오를 수정했는데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덧붙여 원래는 커리어를 탄탄히 쌓아 나갈 수 있는 회사로의 이직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이직 회사의 기준을 상당히 낮추었습니다.
네카라쿠배와 같은 상위권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추가 노력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디자인을 완성해도 프로젝트가 중도에 철수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멘토님의 좋은 답변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멘티님, 안녕하세요. 재질문을 해주셨군요. 빠르게 답변드려보겠습니다!
채용 플랫폼을 통해 인사담당자들이 제 이력서를 확인하고 제안을 주시는데,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서류 탈락이 반복되어 좀 답답한 심정입니다.
서류 탈락의 이유는 여러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보니 섣불리 예측할 수 없긴 합니다. 다만 한 가지, 인사(HR) 조직이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출 정도로 규모가 크거나 역사가 좀 있는 회사일수록, 서류 검토가 까다롭습니다.
인사(HR) 담당자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UX 담당자도 아닙니다. 따라서 디자인도 잘 모르고 UX도 잘 모르는 비전문가입니다. 대부분의 서류 전형은 이렇듯 디자인과 UX와 무관한 점들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즉, 포트폴리오보다도 이력서라든가 다른 인사 담당자 눈높이에서 봄직한 여러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대체로 디자인이나 UX처럼 포트폴리오가 중심이 되는 전형에 대해 지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거의 모든 신경을 쏟곤 하는데, 그리 현명한 준비라고 볼 수 없는 대목입니다. 아마도 원인은 이력서나 자소서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곳과 유사한 회사의 인사 담당자와의 멘토링을 통해서 조언을 받아보시면 가장 현실적이리라 생각합니다. 핵심은 내가 제출하는 모든 서류와 자료를 동등한 가치에 두고 준비를 해야 하고, 이것들 간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어긋나는 바가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Joanna Kosinska
원래는 커리어를 탄탄히 쌓아 나갈수 있는 회사로의 이직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이직 회사의 기준을 상당히 낮추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커리어를 탄탄히 쌓아 나갈 수 있는 회사'라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남들이 부러워하는 삼성전자를 떠나고 현대자동차를 떠나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할까요? 왜 들어올 때 마음, 나갈 때 마음이 달라지게 되었을까요? 휴대폰 명가라고까지 불리던 LG전자는 모바일 사업부를 접어야 했습니다. 그저 이례적 사건이라고 봐야 할까요? 이는 마치 람보르기니를 소유했다고 해서 곧 운전도 잘 하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나의 성장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은 커리어를 탄탄히 쌓아 나갈 수 있는 '자기 신념'이 저는 더 중요하다고 본답니다. 그러니까 환경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곧 '나' 자신이라는 것이지요.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고난과 역경이며, 성장은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의 역사입니다. 근육을 키우려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에게 의미 있는 성장은, 최고의 시설을 갖춘 최신식 헬스장을 등록해 매일같이 출석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근성장을 위해 근섬유를 효과적으로 파괴하고 충분한 영양공급과 휴식을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원래 커리어를 탄탄히 쌓으리라 기대되는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기준을 낮추게 되면 비록 이직에 성공을 해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모든 것을 '실패'라 여기게 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직 자체에 성공을 했지만 왠지 '실패'처럼 느끼게 되면 이직한 회사에는 들어가는 순간부터 제대로 뿌리내릴 생각이 싹틀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매 순간 모든 여정의 포인트 포인트가 다 성장의 찬스라는 것입니다.
부디, 기준을 낮췄다는 관점보다는 새로운 여정과 기회를 맞이해 냈다는 성취감과 마음가짐으로 임하셨으면 좋겠고, 또 어떤 회사를 가더라도 만나게 될 역경과 고난은 그저 성장의 기회라고 여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커리어를 구축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해 봅니다.
네카라쿠배와 같은 상위권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추가 노력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디자인을 완성해도 프로젝트가 중도에 철수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직문전문성'과 '직무적합성'으로 구분해서 표현합니다. '직무전문성'이란, 말 그대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 스킬, 지식 등을 뜻합니다. '직무적합성'이란, 소위 말하는 Fit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만약 이 둘 중에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저보고 꼽으라면 한다면 저는 '직무적합성'을 뽑을 것입니다. 아니, 대개의 전형에서 면접관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할 것입니다. 자, '직무전문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중요합니다. 허나, '직무전문성'은 남들 하는 만큼만 하거나 어떤 기준선 이상만 넘으면 됩니다. 굳이 '직무전문성' 측면에서 월등히 우월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더 중요하다고 스스로에게 가상의 질문을 던진 기준은 전형의 합불, 즉 당락 결정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실제로 행사하는가에 있습니다. 실제로 면접을 해보면, 기본기 이하인 경우는 이미 실무담당자에게 올라오기도 전에 어느 정도 걸러집니다. 혹은 통과해오더라도 그런 것은 금방 눈에 띄고, 심사위원들 간에 그리 이견도 없답니다. 판단이 쉽고 결단도 편합니다. 그러니, 이 점에 있어서는 남들 하는 만큼만 해도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고만고만한 사람들 가운데서 TO만큼의 인원을 추리거나 골라야 하는데, 이때부터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기 시작합니다. '직무적합성'이란 조직문화와의 Fit도 있지만 각 담당자마다 생각하고 필요로 하는 동료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퇴사한 누군가가 있어 이 공백을 채워줄 신규 인력을 찾는 조직이라면 아무래도 이전 퇴사자의 이모저모가 판단의 큰 기준일 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생각을 해보면, '직무적합성'이란 회사가 전형을 치루는 당시 해당 조직이나 내부 이슈에 의해 어떤 '니즈'에 의해 그 기준상이 계속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획득하게 된 이후 가장 중요한 당락 결정 요인은 '직무적합성'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이는 지원자가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는 속성의 것이 못됩니다. 그러니 어떤 준비를 통해 이룩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회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헤드헌터 등을 통해서 지원자를 표적해서 뽑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란 무엇일까요? 내가 어떤 전문성을 가진 누구이며, 어떤 디자인을 추구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이러한 사람을 찾는 회사가 나를 찾게 하거나 아니면 내가 최대한 그런 회사를 찾아 나를 어필하면서 만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마치 남여관계와 비슷합니다. 서로 만나고 싶은 상이 명확해야 맞다 아니다를 분명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라는 디자이너가 누구이며 어떤 이인지를 잘 정리하고 어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Jeroen den Otter
지난 한 달 동안 멘토님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개선해보았는데, 확인 부탁드립니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피드백을 끝으로 이번 답변은 마무리 지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직무전문성' 측면에서 드리고 싶은 조언이 몇몇 있어 이 부분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전반적인 인상이 회사 내부 상사나 경영진 등에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보고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의 포트폴리오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있었던 일들의 팩트 위주로 정연하게 정리를 하다보면 오히려 이러한 모습이 되곤 합니다.
면접관들은 프로젝트의 배경지식이 전무한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지원회사의 도메인 직결성이 아주 높지 않다면 감정이입을 해가며 프로젝트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내용은 상당히 Deep합니다. Detail하다는 것과 Deep하다는 것은 뉘앙스가 약간 다릅니다.
전반적으로 이 서비스가 어떤 서비스이며 왜 이러한 조사를 하게 되었는지 등 조금은 설명이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에서 내부 보고용 같은 인상이 들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러한 내부 사정에 해박하다는 전제가 많다는 것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면접관을 위해서 한 차례 요리가 된 결과가 아니라 회사에서 진행한 따끈따끈한 결과물을 거의 그대로 보는 듯한 인상이 듭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지원한 우리 회사를 위해서 뭔가 준비를 한 게 아니라 날 것의 문서를 거의 그대로 보여주는 인상이 들 수 있기에, 지원 회사를 정조준한 지원자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열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이후 전개되는 내용이 섬세함에 기반한 Detail이라기보다는 기술적 오류를 지적하는 부분 등은 Deep합니다. 면접관들은 포트폴리오를 통해 어떤 회사에서 벌어진 모든 이야기를 실록처럼 샅샅이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했던 실무 프로젝트에서의 일화와 디자인을 통해 지원자의 전문성을 판단하려는 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봅니다.
무엇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원회사 전형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어필하려면 이렇듯 전말을 다 소상히 밝히는 방식보다는 '전형중심적'으로 그들(면접관)이 관심가질 내용 위주의 흐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잘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의 시선과 관점에서 프로세스를 바라보며 이해를 돕는 장치나 내용이 보강이 되면 좋겠습니다.
둘째, 솔루션의 To-be가 최선인지 설득되어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화면에 정답이란 없습니다. 수많은 Variations이 있을 수가 있지만 디자이너로서 제시된 화면이 최선이라 선택을 했을 텐데, 면접관의 생각이 다르다면 바로 질문을 받거나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답이란 없기에 정답을 만들어 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선택의 과정, 근거 등을 통해서 '설득력'을 높이라는 것입니다. UX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설득력'입니다. 지금은 이 결과물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뒤에서 좋은 결과들도 있었기에 믿어야만 하는 입장입니다.
UI 디자인의 전문성을 Detail하게 보고자 하는 전형이라면 레이아웃, 버튼 위치 등 사용성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거리가 있을 수 있는 대목이 솔루션입니다. 어느 정도 문서에서 이러한 점에 미리 답변을 해주는 모습이 있지 않게 되면 면접이 혹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추가 피드백인데, 솔루션과 고도화의 구분이 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바로 이러한 부분도 내부 진행의 결과를 그대로 노출해서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렇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소 일반적인 디자인 프로세스 흐름에 맞게 약간의 '연출'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괜한 오해의 소지(우리 회사 전형을 위해 뭔가 만들거나 노력을 덜했다)가 있습니다.
잊지 않고 추가 질문 해주셔서 감사하고 도움이 되셨을까 모르겟네요. 전반적으로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할 정량적 결과나 명확한 시각적 결과물 등을 통해서 어필하신 방향성은 좋고 잘 하셨다고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너무 회사 내부의 인상까지 그대로 옮기다보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전달력이 약해질 수도 있기에 제3인 면접관의 시선에서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내용적 완충장치만 마련된다면 한결 소화하기 수월한 문서가 되리라 봤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멘토님 다시 한번 긴 글로 답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200자 제한이 있어 많은 말을 담을 수는 없지만 이직과 커리어 성장에 관하여 자신의 마인드 셋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리뷰를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보강하고 다음 회사에서 직무 전문성을 키워, 목표하는 회사로 이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