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학년부터 벌써 취업을 고민하시는군요. 제가 입사했을 때와도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네요. 

 ©Martin Sanchez

외국어가 우선이 아닙니다

어학 전공을 살리고 싶다면 해당 지역 언어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스펙이 있어야 합니다. 유학은 ‘일정수준의 외국어 능력’과 ‘자소서와 면접에 녹여낼 해당 지역에 대한 지식 또는 (간접)경험’을 보여줄 수 있다면 해당 지역에 반드시 유학을 가야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제가 채용업무 경험이 없어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요). 

그러나 아무리 외국어 사용이 빈번한 회사라도 외국어 능력 자체가 취업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1순위로 고려되는 대상은 아닙니다 (보통의 대기업들은 저희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류평가에서 비교우위로 작용할 수 있을지라도 (이 역시도 경쟁률을 감안하면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만) 면접에서는 외국어 능력의 중요성이 많이 줄어듭니다. 

저희 회사는 면접 중에 영어로 대답하는 것을 요구하거나 따로 영어면접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원자격에서 요구되는 일정수준의 영어말하기 성적 (토익스피킹 레벨7 또는 OPIc IH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을 가진 정도라면 무리없이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제2외국어 면접은 영어보다 비중이 낮을 걸로 압니다. 입사하는 모두가 제2외국어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죠. 

덧붙이자면 영업부서별로 특정 외국어 보유 능력자를 채용했으면 좋겠다고 HR에 의견을 주기 때문에 제2외국어 능력 보유자가 우대되는 경우가 많지만, 채용 시점마다 각 외국어 능력자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지원하는 회사의 특정 부문과 관련하여 전략국가의 언어가 아니라면 특정 제2외국어 능력이 얼마나 우대받는지는 운이 크게 작용합니다. 

 ©Samson

중요한 건 표현 보다는 내용

결국 중요한 것은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 등 '한국어' 면접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색깔로 강점을 어필하느냐가 될 것 같습니다. 영어/제2외국어 능력이 원어민 수준으로 출중하더라도 면접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철강, 에너지, 식량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에서 특정 언어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는 점에서 멘티님은 왜 멘티님 같은 분이 회사에 필요한지 자소서와 면접에서 설득을 하는 자세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저희 회사에 대해 스터디하려 하신다면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기업시민보고서(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각 부문 개요에서 멘티님께서 관심있는 사업을 찾아보시고 해당 사업을 러시아에서 어떻게 영위하고 있는지 구글링해보시거나, 찾는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해당 사업의 러시아 내 현황(주요 회사, 사업 전망 등)을 따로 찾아보시며 자소서와 면접에 쓸 컨텐츠를 따로 준비해 보세요 (한경컨센서스 같은 사이트에서 증권사 리포트를 찾아봐도 산업별 현황에 대해서 꽤 의미있는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덧붙여 종합상사들은 신사업에 대한 질문이 단골로 나오기 때문에 해당 질문을 멘티님의 지식과 경험, 회사에 대한 관심을 어필하는 기회로 여기고 준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외국어 성적 이외에 준비할 수 있는 여러 자격증들이 있습니다만 (국제무역사 등) 시간 여유가 없다면 무리해서 취득하려 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소수의 회사만을 생각하고 취준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씀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저희 회사만 하더라도 상/하반기 채용인원이 많지 않기도 하고, 취업 자체가 워낙 운이 많이 작용하기도 해서 아무리 잘 준비하더라도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까 취준 시기가 되면 많은 회사에 지원하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아무쪼록 위 이야기가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여기에 또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