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출판사에 취직하고 싶은 취준생입니다. 책이 좋아 진로를 출판업으로 정했는데, 막상 그 안에서 어떠한 일을 선택해야 할지는 고민입니다.
크게 관심이 가는 직무는 출판기획, 편집, 마케터인데요.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한 입장에서 출판 편집자가 가장 역량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하여 이제 제대로 된 스펙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없는 것에 비해 준비할 것은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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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준비한 스펙 목록 중에서 쳐낼 것은 쳐내고, 필요한 것을 취하고 싶습니다. 혹시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신지요?
자격증은
1. 컴퓨터 활용능력
2. 한국사 검정시험
3. 한국언어능력 시험
4. 한자시험
5. 영어시험
네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중에서 우선순위를 매겨주실 수 있을까요?
또한 자격증 마련 이후 ‘서울 출판 예비학교 출판 편집자 클래스 수강하기’, ‘한겨레출판 편집 학교 수강하기’, ‘출판사 경력 쌓기’ 등을 하려고 합니다.
정말 무베이스인 것에 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한 와중에, 조언을 얻으려고 출판계 현직자 분들에게 여쭤보아도 다들 '출판사에 취직하지 마라'라는 말만 하십니다.
출판업계가 어려운 것도 알고, 일이 힘든 것도 알지만... 책을 정말 좋아하고, 세상에 안 힘든 일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출판 편집자가 되기 위해 정진하려고 합니다.
멘토님은 다른 현직 자분들 이 왜 이러한 말을 하시는지... 그 마음을 아실까요? 정말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에게 확신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정제되지 않아 정말 죄송합니다. 마음이 복잡한 만큼 글도 정리되지 않네요. 꼭 답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잇다에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도움이 될 만한 답변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가끔은 지금처럼 어디부터 얘기를 해야 할지 고민스러워질 때도 있습니다. 다만 부디 절박함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출판사 입사에 필요한 스펙은 국문과 전공이시라면 기본적인 학업으로 출판사 편집자에게 필요한 기술은 습득을 하셨다고 보면 됩니다. 기술을 얼마나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지는 앞으로의 경험에 달려 있습니다.
말씀하신 스펙은 다른 입사자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것들, 배워두면 좋은 것들입니다. 메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순위를 매기는 게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영업자라면 액셀은 좀 다뤄야겠지만, 편집자의 경우 워드도 잘 사용하지 않으니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을 공부하기엔 시간이 아깝습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출판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공무원 시험과는 관계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언어능력시험이 KBS한국어능력시험을 얘기하시는 거라면, 이 역시 언론고시 준비하실 때만 관계가 있을 뿐, 출판사 편집자에게 필요한 정서법보다 너무 넓은 영역을 다룹니다. 한자시험은 일반 단행본 종합출판사의 실무에서는 네이버 한자사전을 찾을 수 있을 정도면 되겠습니다. 영어 독해는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영어 능력이 편집자의 메인 업무는 아닙니다.
편집자 육성기관 수강 이미 서울출판예비학교와 한겨레출판편집학교를 알고 계시다면 필요한 정보는 갖추신 듯합니다. 서울출판예비학교 채용예정자 과정은 이수한 뒤 출판사 취업까지 연결해주고 있으니 꼭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한겨레출판편집학교 또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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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출판의 결과물 (이제부터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참고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아직은 본인의 시작점에 대한 정리가 안 되셨기에 이렇게 질문하신 듯합니다. 온라인서점 베스트 순위를 보시면 종합 순위부터 나오지만, 카테고리를 보면 정말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종합출판사에서 함께 다루는 분야가 있기도 하지만, 분야 전문 출판사도 있지요. 분야가 같더라도 출판사마다 출간 경향도 있습니다. 전공을 살려 잘 아는 분야를 나의 전문 분야로 선택하는 게 유리할까요, 독자로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는 게 유리할까요? 편집자가 아무리 잘 알아도 저자의 전문성을 넘어서기는 어렵습니다. 넘어선다면 그 편집자가 책을 쓰는 게 낫겠지요(이런 분들도 많습니다만).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는 게 유리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세상에 안 힘든 일은 없습니다." 덧붙이자면, 내가 각오한 것보다 항상 더 힘듭니다. 왜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야 하냐면, 힘들어서입니다. 그 좋아하는 마음이 나를 버티게 하는 힘 중에 하나가 됩니다. 비관적이고 마음이 뒤틀린 사람의 말처럼 들릴 수 있으나,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미래를 출판계로 선택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은 직업 만족도입니다. 이미 지역 서점은 무너진 지 오래이고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의 부도와 위기 소식마저 들려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중에는 좋아질 거라는 말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출판사에 취업하겠다고 하시면 주변 어른들께서 해주시는 말씀들이 썩 좋은 내용은 아닐 거라 예상합니다. 제가 10년 넘게 출판을 해왔다고 숫자와 전문성과 경험을 가지고 출판업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그분들과 딱히 다른 내용은 아닐 겁니다. 남들 눈에는 질문하신 분이 침몰하고 있는 배에 올라타려는 모습이라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출판은 그런 미친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출판사에 오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반갑고 감사합니다. 다만 배에 타서 무언가 이 배를 끌어올리려는 노력만 하다가 지쳐버리기보다는, 본인의 성장과 미래를 위한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시작은 결국 자신 안에 답이 있습니다. 본인의 책장에 답이 있습니다. 책장에 가장 많이 꽂혀 있는 책에서 경향성을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그 책들의 분야, 그 책들을 낸 출판사를 알아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됩니다. 나에 대해서 잘 알아야 직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이미 이것에 대해 알고 있을 겁니다. 출판사에 취업하고 싶다면서 좋아하는 작가와 책 리스트를 줄줄이 읊습니다. 본인이 가고 싶은 출판사는 이미 정해져 있지요. 그래서 '그 출판사'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만약에 그곳이 너무 경쟁이 치열하거나 입사하지 못할 것 같다면, 차순위로 가고 싶은 출판사를 찾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우선 경험을 쌓은 다음 원하는 출판사로 이직할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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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준비하려 하신 것들은 엄청나게 많은 지원자가 몰려 변별력 있게 인재를 골라야 하는 대기업 조직의 선발 기준을 예상하신 듯합니다. 출판사 중 학습지 출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중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손에 꼽는 정도입니다. 오랫동안 살아남은 중견 출판사들도 알고 보면 10명 내외의 기업인 곳이 많습니다.
책은 출판의 결과물입니다. 출판업을 알아가시기 바랍니다. 바로 며칠 전에 서울국제도서전이 있었습니다. 평소 원고에만 갇혀 있던 편집자들이 밖으로 나와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그분들에게 찾아가 편집자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냐고 물어보셨다면 저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해주셨겠지요.
주절주절 넋두리 비슷한 말들을 늘어놓았습니다. 정리하자면, 편집자에게 있어서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보람 있게 만드는 일이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그외의 것들은 출판이 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책장에서 본인이 원하는 길을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두서없는 질문에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묻은 답변을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멘토님 말씀 꼭꼭 새겨서 고심해보고, 진로 결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