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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포트폴리오로 석사 졸업했습니다. UX 취업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LG전자 · UX
약 4년 전
💬 멘티의 질문


멘토님 안녕하세요. 올해 2월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멘티입니다. 오랜 기간 취업 준비로 불안하고 과정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멘토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XR Expo


UX 심화 공부를 위해 대학원에서 VR서비스 사용성 평가에 대한 소논문과 VR 사이버 멀미에 대한 소논문을 대학원에서 게재하였으나 취업을 위한 UX 포트폴리오도 없고, 그동안 진행했던 작업이 불확실해 UX가 제게 맞는지 회의감이 듭니다. 멘토님께 진로 상담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가능하시다면 UX 직무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의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 변민수 멘토의 답변


멘티님 안녕하세요. 불안감을 많이 표현하고 계셔서 참 안타깝습니다. 불안감이 지속되면 취업 자존감이 하락하게 되는데 자신감이 없이 면접을 보게 되면 긍정적인 인상을 면접관에게 주기 어렵습니다. 어려우시겠지만 너무 실패와 부정적인 것에 매몰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제 역할은 이렇듯 불안해하시는 멘티님께 어떤 길을 제시하고 용기를 북돋아 드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포트폴리오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현실적으로 냉정한 조언을 해드리도록 노력하겠으니, 부디 긍정적인 의미로 여겨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경험을 살려 멘티님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Amélie Mourichon


취업은 취업. 길이 열린 곳에 포커스를 

그간의 작업에 대한 불확실성과 회의감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 혹시 알 수 있을까요? 혹시 VR 업계의 시장성 때문일까요? 이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갈팡질팡하는 것이라면 이 부분을 명확히 하셔야 근본적인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멘티님, 이미 VR 서비스 사용성 평가와 VR 사이버 멀미 관련 소논문을 쓰신 티님은 취업 시장에서는 명백히 'VR 전문가'입니다. UX 인력 채용이 많지 않은 가운데 그 중에서도 VR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아무래도 더 적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러다 보니 지원의 기회가 일단 더 적다고 느끼실 것 같습니다. 

 

취업을 위해 포트포리오를 정비하시려면 아래 둘 중 방향설정을 명확히 하시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1. VR 분야로 경력을 시작해 이 분야의 전문성을 계속 축적하기 

  2. UX 업계로 취업을 먼저 도모 후 VR 도메인에 조금씩 다가가기 

 

저의 조언은 1번보다는 2번입니다. 2번으로 어필하시는 것이 현시점에서 취업 성공률을 보다 높여 취준생 기간을 빠르게 종료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채용 자체가 활발하지 않기에 일단 업계에 발을 딛는 것을 전략으로 삼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물론 VR 경험을 놓자니 경쟁력이나 어필 포인트까지 다 내려놓는 것 같아 더 불안하게 여기실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고집을 하게 되면 지원의 기회 자체가 훨씬 더 협소해집니다. 일단 기회를 최대한 늘리는 방향이 유리합니다. 채용을 늘리는 것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입니다. 하지만 일단 광범위하게 UX 업계를 목표로 진출을 꾀하시는 것은 가능한 노력입니다. 지금은 우회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현명한 취업뽀개기 전략이 아닐까 조심스레 조언해 드려봅니다. 

 

막상 UX 분야로 들어와 경력을 쌓아가시다 보면 그 안에서의 분야 이동이나 직무 변경은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생각보다 본인의 의지로도 변화를 꾀할 여지가 제법 있다는 것도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따라서 시작에 너무 많은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VR 분야의 시장성이 더 어려워지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그때 지금의 경험과 경력을 활용해 진로를 변경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다 사라지는 게 아니란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심과 결단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욱 저는 제3자의 입장에서 더 이 부분을 강조해서 조언을 해드리고자 합니다. 

 

멘티님의 VR에 해당되는 영역만큼 자동차 UX 연구를 중심으로 석사를 마친 다른 멘티님이 계십니다. 자동차 분야의 공고가 거의 다 소진이 되어 가면서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계십니다. 차라리 이럴 거면 처음부터 부담 없이 광범위한 지원을 해봤을 것을 후회만 남을 뿐입니다. 석사도 경력입니다만, UX는 실용 분야라 회사에서의 경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Amélie Mourichon

 

포트폴리오. ‘Why’에 집중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VR은 멘티님의 독보적인 전문 영역으로 타협과 양보의 여지가 없는 커리어 핵심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 갖고 계신 프로젝트나 경험을 토대로 하되, 포트폴리오는 UX 포폴화 시키는 작업이 많이 필요합니다. 즉, 도메인보다도 UX 지원에 걸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회사의 마음을 여는 데에 더 필요한 무기라는 것입니다. 현재 보여주신 포트폴리오는 사실상 UX 포트폴리오로 보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때문에 VR 도메인을 지켜가며 포폴 준비를 하신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한다고 보시는 게 냉정하지만 맞다고 보입니다.

 

낙담하실 필요가 없는 것이, 비슷한 상황의 멘티님의 포트폴리오에 깊숙이 개입해서 수개월 만에 UX 디자이너로 취업시킨 경험도 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가능하기에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UX portfolio'로 구글링해 보시면 전 세계 수많은 UX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를 아주 손쉽게 살펴보실 수가 있습니다. 어떤 포트폴리오가 좋은지 아닌지 잘 모르시더라도 자주 언급되거나 추천되는 포트폴리오 한 5개 정도만 살펴보셔도 어떤 방향의 작업을 해내셔야 하는지 대략적인 감은 잡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게, 이 정도의 디자인 정리감을 가진 문서 따위가 포트폴리오냐고 싶은 그런 결과물들도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UX 포트폴리오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UX 디자이너의 역할은 대부분 '왜'를 밝히는 것, '왜'를 만드는 것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GUI 디자이너의 작업은 이렇게 '왜'가 마련된 설계안에 실제 그래픽 화면을 만들어 입히는 단계입니다. 즉, GUI와 같은 그래픽 디자인 성향이 강한 직무는 결과물의 정교함, 퀄리티 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말씀드렸듯이 UX 포트폴리오는 '과정'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GUI가 수면 위 빙산의 일각이라면 그 밑에 보이지 않는 나머지 빙산을 보여주는 문서나 자료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UX 직무에서는 결과물만 있게 되면 평가자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질문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평가자로부터 이러한 질문이 나오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왜'를 추척하고 연구한 과정이 기록되어야 합니다. 평가자의 이러한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한 문서를 만든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Persona, Journey Map, Affinity Diagram 등의 프레임워크,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 같은 프로세스, 이 모든 것들을 활용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위의 말씀드린 것을 그저 정리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멘티님 프로젝트 중에도 그러한 배경 설명이나 근거 데이터가 있긴 합니다. 문제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그러한 정보가 훨씬 더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흐름이 전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에 근거한 선택과 실험이 부족하다 보니 제가 말씀 드린 위에 프레임워크와 같은 이성적인 프로세스가 상당히 보완되어야 합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을 하게 되면, 현업 UX 디자이너 중에 디자인 전공이 아닌 분들이 상당히 많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즉, 시각적 디자인 능력이 없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포트폴리오에서 디자인과 출신으로서의 강점을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사실 UX 직무에 어필하는 데에 어쩌면 손해를 볼 수 있음을 많은 디자인 전공자들이 간과합니다. 

 

반대로 디자인 전공이 아닌 분들은 이를 매우 걱정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혹자는 UX 포트폴리오는 적나라한 과정을 보여줘야 하니 'be dirty(더러워야 한다)'고까지 표현합니다. 이 말은 디자인적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거나 감각적인 부분은 어떤 의미에서 부차적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치열한 과정을 보여주다 보면 다듬어지지 않은 스케치, 무르익지 않은 발상도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면모를 통해 지원자를 판단하려는 것입니다. UX 디자이너 직무 전문성과 적합성을 어필하려면 과정, 즉 지원자의 생각의 과정과 프로젝트 진행 방식을 보여줘야 합니다. 

 

앞서 검색해보라고 말씀드린 포트폴리오들을 보게 되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단히 과정 지향적인 문서 혹은 웹사이트일 것입니다. UX Evaluation of VR Service Platform의 경우에도, In-depth Interview의 과정과 정황, 노트, 인사이트가 도출되어 나오는 과정 등 없이 결과만 있어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다만 모든 과정을 보여준다고 하면 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결국 그중에서도 의미 있는 과정을 선택적으로 큐레이션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UX 포트폴리오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시각 디자인 전공자지만 저는 시각디자이너로 본업을 가져본 적이 없어 상대적으로는 수월한 편이었지만 매우 어려운 과정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디자인 전공자 멘티님들의 멘토링 핵심은, 가지고 있는 시각적 결과물의 비중을 대폭 덜어내고 그 자리에 과정을 발굴해 채워 넣고, 계속해서 시각적인 방식으로 문서를 매끄럽게 매만지려는 본능을 계속 억제하는 것이 8할입니다. 그 결과는 당연히 좋은 결과들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기에 확신을  가지고 드릴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Alvaro Reyes


멘티님에게 UX는 무엇인가요?

멘티님. 뜬금없을 수 있겠지만 멘티님께서 생각하는 UX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 UX 디자이너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정말로 궁금한 것은 어떤 교과서적인 정답이나 멋진 면접 답변이 아닙니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멘티님 머릿속에 여러 생각과 이미지가 스치시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궁금한 것은 멘티님께서 어떤 UX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신지입니다. UX 디자이너로서의 포부, 이루고 싶은 목표와 같은 멘티님 UX 커리어의 미래상 말입니다. 뜬금없는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마련하기 위한 기준점이 필요한데, 이를 수립할 핵심 물음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리 취업이 어렵고 불안하다고 하더라도 내 안의 꿈과 목표를 바꾸셔서는 안 됩니다. 

 

오해하시지 않아야 하는 부분은, 제가 현실적으로 취업 중심적인 전략을 취하라는 것이지 이러한 멘티님의 꿈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단 UX 업계에 발을 딛고 나서 꿈을 향해 차근차근 가셔도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불안감의 근원 중 하나로 이렇게 현실에 맞추는 과정에서 본래 내가 하고자 하는 바가 퇴색되는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취업은 단지 취업일 뿐입니다. 이를 분리하고 유연하게 취업 상황에 대처해 경력을 쌓기 시작하시길 바라며,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정말로 원하는 바를 점차 이루어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UX 디자이너로의 커리어 전환은 단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석사도 요즘은 취업이 어렵습니다.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취업 연계 인턴이 그나마 많이 보이고 있는데 석사의 경우는 너무 오버 스펙으로 여겨서 그런지 오히려 잘 뽑지 않습니다. 취업은 훌륭한 사람을 뽑고 부족한 사람을 걷어내는 과정이 아닙니다. 회사가 사람이 필요해서 뽑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회사가 필요로하는 일을 맡기기에 적합한 사람임을 잘 어필하셔야 합니다. 단순히 무엇을 했는지 보여주고 알리는 것으로는 경쟁력을 얻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말해, 회사의 필요를 잘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승산이 매우 높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답변이 다소 두서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포트폴리오에 대해 정교한 피드백은 말씀드린 문서 형태의 버전 없이는 너무 막연하게 다가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큰 방향성과 당부의 말씀들 위주로 작성해 드렸습니다. 현실적인 답변이 멘티님께 긍정적인 도움으로 작용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후 제 도움이 더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질문해주셔도 좋습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참 어수선한 가운데 더 많이 힘드실 줄로 압니다. 조만간 좋은 기회가 멘티님과 연이 닿아 꼭 취업뽀개기에 성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화이팅.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질문을 남겼었는데 멘토님께서 답변해주신 조언의 깊이감에 진심으로 감동하였습니다. 최근 들어 많은 생각들로 인해 복잡했으나 조언해주신 내용을 정독하며 저의 생각들 또한 정리했습니다. 멘토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변민수 멘토
LG전자 · UX
서비스 기획/UI, 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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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식 GPT 오픈! (24.09.08 업데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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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디자인 전형에 관한 질의응답은 공정성 이슈로 당분간 진행하지 않고자 합니다. ‘부지런히 현업 담당자들로부터 정보를 모으라' 했던 조언이 무색해지게 되었지만, 원칙에 우선한 자체적인 결정이니 양해 부탁 드립니다. (23.03.30 업데이트) ★★★
★★★ 질문 이외의 문의사항은 아래 링크 내 이메일 주소를 통해 공식적으로 보내주시면 검토 후 답변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내용이 멘티분들과의 내밀한 질의응답 피드백 이외의 내용들로 오염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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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략한 소개 】
◎ 전공 ➠ 시각디자인 학부 / UX Lab. 석사
◎ 경력 ➠ 12년차 UXer 프로페셔널 @LGE
◎ 멘토 ➠ '잇다' 유일 UX 전문 명예멘토 (2016.10~)
◎ 저자 ➠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집필
◎ FAQ ➠ uxqna.com
◎ 기타 ➠ litt.ly/ux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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