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교육공학과 졸업을 앞둔 24살 멘티입니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UX 디자인, 사용자 경험이라는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흥미가 생겨 관련 블로그와 칼럼을 읽었고 더 알아보고 싶어서 Coursera와 같은 온라인 캠퍼스에서 강의(시각디자인, UX 디자인의 기초)를 듣고 있습니다. 이 강의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마음에 얼마나 설렜는지 모릅니다.
저희 과를 졸업한 선배나 동기들은 보통 전공을 살려 인사 또는 HRD 분야로 취업을 합니다. 반면 저는 조금 늦었을지라도 진지하게 UX 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UX 디자인 쪽으로 있는 분이 없다 보니 조언을 구하기 위해 멘토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비전공자가 UX 디자인 분야로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UI 개발보다는 UX 디자인, 서비스 기획 쪽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서 더 나은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는 문제 해결 과정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디자인 지식은 필요할 것 같아서 디자인 학원에 다닐 예정입니다. 시각디자인 기초와 기본 툴 클래스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생각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IT나 UX 관련 동아리에 들어가 팀 프로젝트도 참여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서 토플 공부도 병행하고자 합니다. 이 정도의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도 불안합니다. 디자인 전공자에게 밀리지 않고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을 더 하면 좋을까요? .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도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어떤 조언이든 제게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멘티님. 상당히 깊은 고민이 담긴 질문이네요. 이미 멘티님께선 잘하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전공자보다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공부할 줄 아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무 감각만 잘 키우시면 될 것 같아요.
저도 절박했던 시간이 있습니다. 뭘 가릴 처지가 아니었죠. 절박하면 사람이 생각과 태도가 단순 명료해집니다. 오히려 겁 없이 새로운 도전이나 경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되죠. 현재 멘티님도 그런 상황인 것 같네요.
공부를 완벽하게 끝내고 시작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것만 공부한 후에는 언제든 현업에 뛰어드시길 추천합니다. 일하면서도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UX는 실용 분야이기 때문에 실제 업무 경험이 중요합니다. 직접 경험해본 사람이 이론을 실전에 응용시킬 수 있답니다.
설레는 분야가 생겼다는 사실부터 축하드립니다. 보통 패스트캠퍼스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는데 해외 인터넷 강의 사이트를 언급한 멘티님은 처음이네요. 과정에 따라서는 링크드인에 수료 표시도 뜨니 해외 취업을 염두하고 계신 멘티님께 더 좋은 선택 같습니다. 학위는 훗날에 필요하다면 회사 다니면서도 공부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학위나 전공보다도 중요한 건 이력과 경력!
비전공자라는 걱정이 크신 것 같은데, 저 또한 동문과는 다른 선택을 비교적 늦게 시작했기에 그 마음을 잘 압니다. 당사자는 조급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UX 디자이너는 어떠한 자격시험도 없습니다. 오늘부터 UX 디자인을 할 수도 있단 뜻입니다. 물론 UX 디자이너 중에는 석박사 출신도 많고 전공도 다채롭습니다.
따라서 학위나 전공보다는 이력과 경력이 중요합니다. 저도 서른에 IT 회사에 처음 입사한 후 31살에 석사과정을 밟으며 UX를 공부해 33살에 비로소 UX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경력을 쌓다 보니 협업과 실무 능력이 늘더군요. 다른 부서는 UX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를 수 있기에 이들과 협업할 수 있는 실전 노하우가 중요합니다. 실무 경험을 차곡차곡 쌓기를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공학 전공을 과감하게 활용하라!
멘티님께서는 스스로 적성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개발 베이스의 UX 디자이너가 아직 많지 않아 멘티님의 배경을 어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용 패턴을 분석해서 더 나은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는 문제 해결과정에 끌린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공학 베이스가 있으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업무를 담당하면 적성에 맞으실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Product Manager라는 직무에도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UI/UX 디자이너가 상위 레벨로 발돋움하는 커리어 패스 중 하나인데 직무 특성상 개발 베이스가 있어야 유리하거든요. 현 상황에서 고민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언급해봅니다. 이 직무와 관련된 책은 <Inspired>를 읽으시면 도움 될 거예요.
디자인 학원 추천! 밸런스 있는 학습은 더욱 추천!
디자인 학원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는데요. 저도 석사 출신이긴 하지만 실용 지식을 단기적으로 학습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예 디자인 베이스가 없다면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다만 수강료가 적은 금액은 아니니까 현실적인 문제도 잘 고려해보세요. 추가 팁을 드리자면, 수업을 들으면서 프레임 워크와 이론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를 다 활용하는 디자이너도, 조직도 없습니다. 밸런스 맞춰 공부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본 툴 클래스도 들을 계획이라고 하셨는데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배우실지 스케치나 어도비 XD를 들으실지 궁금합니다. 어떤 툴이 필요한지는 조직마다 달라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GUI가 명확히 구분된 조직이라면, UX 디자이너는 그래픽 작업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각디자인 전공자처럼 그래픽 스킬이 뛰어나야 취업에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데이터 처리 쪽에 관심이 있다면 데이터 관련 툴을 익히는 것도 전략입니다.
원하는 회사에 따라 준비 방법도 달라진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도 있는데요. 대기업은 한마디로 전문가를 원한다면 스타트업은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멘티님이 가고 싶은 회사에 따라 준비 방향도 조금 바뀔 수 있어요. 데이터 처리를 중심으로 하는 UX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디자인을 포함한 다른 부분은 전문가와 협업을 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내가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어요. 멘티님께서 원하는 방향을 잘 고민해보신 후 전략을 구상해보세요.
IT나 UX 관련 동아리에서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계획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회사가 부담스럽고 기회가 마땅치 않다면 그렇게라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죠. 다만,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포트폴리오로 만들 때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보이도록 준비하길 바랍니다. 팀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가 가장 궁금하거든요.
영어 성적은 당락을 결정 짓지 않는다!
멘티님 외에도 영어 공부의 필요성에 관해 묻는 멘티님들이 많이 계시는데요. 다국적 대기업은 UI 문서가 모두 영어로 작성됩니다. 해외 외주사와의 소통이 그 이유입니다. 문서를 읽을 수 있는 수준, 역할에 따라 해외 담당자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까지는 영어 실력을 올리면 좋습니다.
하지만 영어 성적이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절대 아닙니다. 만약 영어를 꼭 잘해야 하는 업무라면 통역사를 뽑으면 됩니다. 영어보다도 UX 디자인이 직무인 만큼, 영어는 감점 요인이 되지 않게만 준비하셔도 충분합니다. 극단적으로 한 명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다른 조건은 모두 같고 영어 성적만 달라서 누군가를 영어 성적 때문에 떨어뜨릴 순 있겠지만, 흔한 상황은 아니죠. 영어가 중요하지 않은 비즈니스를 하는 업계나 회사에서 UX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회사에 다니며 영어 스킬을 키울 수도 있고요.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기회를 잡아라
계획보다도 중요한 건 실제로 일이 적성에 맞는지입니다. 가고 싶은 회사가 생겨서, 회사 사무실에 들어가 보고, 회사 사람들과 대화해보고, 지원해서 면접을 보고 회사에 다니다 보면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취준을 하다 보면 절박한 심정에 시야가 아주 좁아집니다. 저도 그랬고요.
가능성을 넓게 잡고 다양한 기회를 엿보세요. 계획을 너무 꼼꼼히 세우기보다도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움직이세요. 실제로 직무가 잘 맞을지도 고민해보세요. 디자인 전공자와 멘티님 본인을 비교하지 마세요. 멘티님께서 가진 강점을 어필하면 분명 디자인 전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을 거예요.
이미 필드에는 비전공자가 많다!
심리학, 경영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등 다양한 전공자가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디자인 전공자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기업의 큰 조직은 일부러라도 다학제적으로 팀을 구성합니다. 다양한 전공에서 시너지가 나온다고 믿거든요.
즉, 전공이 특이한 게 곧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단 뜻입니다. 내가 잘하는 것과 남들이 내 전공에 기대하는 바의 연결고리를 찾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걸 알려면, 자신을 다양하게 노출해봐야겠죠. 면접이나 팀 프로젝트 등으로요.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
이성적인 문제 해결에 특화된 UX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는 문제와 해결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느낀 불편을 어떻게 알아냈으며 어떤 식으로 처리했는지 상세하게 작성하는 거죠. 개선 후 사후 설문을 했더니 만족도가 높았더라 등의 결과와 보완에 대한 이야기도 넣고요. 단순히 비주얼만 화려하다고 좋은 포트폴리오가 아닙니다. 문제 해결 과정이 잘 나타난 포트폴리오가 좋은 포트폴리오입니다. 그런 포트폴리오를 많이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질문에 절박함이 보여 답변에 최대한 애정을 담았습니다. 조언이 너무 길어져서 두서가 없어 보여 걱정이네요. 나중에라도 포트폴리오를 보내주시면 봐 드릴게요. 실제로 포트폴리오를 보내 온 멘티님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저말고도 많은 분들께 물어보셔서 다양한 정보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UX 조직의 현실이 조직마다 달라서, 답변도 다양할 거예요. 나무보다는 숲을 보면서 스스로 전략을 세우고 수정해보세요. 분명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꼭 UX 디자이너로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