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실내 디자인과에 재학 중인데 가구 디자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직 취직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준비를 하고자 도움을 청합니다. 이 직업을 가지려면 현재 대학 재학 중에 어떤 것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도움을 받고자 질문을 드려요!
멘토님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멘토님의 조언이 담긴 답변이 제게 절실히 필요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반가워요! 우선 질문 남겨주어서 고마워요. 일찍이 하고 싶은 분야를 고민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말이에요.
제가 실내 디자인학과를 전공한게 아니라서 학과를 마치는 동안 어떤 걸 어떻게 배우게 될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실내 디자인에서 공간의 사용자에 대한 연구와 인간공학적 접근, 소재에 대한 부분은 가구 디자인과 겹쳐 있어요.
실제 많은 건축가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 내부를 디자인할 때 가구까지 직접 디자인했듯이, 접근하는데 어렵지는 않을거에요.
가구 디자인 프로세스
가구 디자인은 보통 산업 디자인 전공자나 목조형학 전공자들이 많이 해요. 산업디자이너가 하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르되 디자인하는 대상만 가구라고 보면 돼요. 물론 제품마다 나름의 성격은 다르긴 하지만요. 일단 가구디자이너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설명 드릴게요.
위 그림은 디자인 프로세스를 나타낸거고요. 특히 2-4번까지가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에요. 1번과 6번은 디자이너가 아닌 경영자, 기획자, 마케터, 세일즈 쪽에서 주로 하는 일인데 연관이 있어서 간략하게 넣었어요.
1. 기획
기획단에서는 사업 구상, 브랜드 구축, 상품 기획 순으로 진행됩니다.
2. 사용자 조사
가구 디자이너는 일단 가구를 디자인하기에 앞서서 누가 쓸 것인지 (사용자 조사), 어떤 비슷한 가구가 이미 나와 있는지 (시장 조사), 요즘 트렌드는 어떠하며 어떤 방향이 좋은지 (트렌드 조사) 리서치를 먼저 시작해요.
아무래도 사용자 조사가 제일 비중이 크죠. 예를 들어 '신혼부부가 18평 정도의 집에서 함께 쓸 책상'을 만든다고 해볼게요.
신혼부부들의 생활 패턴도 조사해야 하고, 책상에 어떤 물건을 주로 놓는지, 의자를 어떻게 배치할지, 18평대에 맞는 크기는 어떤게 좋을지 등을 조사한 후 디자인을 해야겠죠. 책상의 방향이 어느 정도 추려지고 참고 사진도 수집하고 나면 3번으로 넘어가요.
3. 아이디어 구상
여기서는 스케치를 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담아요. 서랍 배치도 해보고 배선 정리할 구멍도 넣어보고 책상다리 모양도 여러가지로 해보고요. 이 때 도면 작업은 주로 Auto CAD를 사용하고, 모델링은 Rhinoceros 3D나 Solidworks 등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합니다.
Adobe Photoshop이나 Illustrator는 기본이고요. 회사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다를 수 있어요. 2번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추려보고, 그 중에 몇가지 안을 뽑아서 스케일목업을 만들어봅니다.
4. 모형 제작
¼ 사이즈의 미니어처로 (대신 비율은 정확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아니면 실제 사이즈인데 폼보드나 박스지로 크기를 잡아보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서 문제점을 잡고 디자인을 보완해 나갑니다. 3번과 4번은 반복 작업이에요.
5. 디자인 보완, 최종 결정된 안 제작
디자인을 보완하고, 최종으로 결정된 안을 본격 제작하는 게 5번 단계입니다. 이때 개발자, 공장기술자들과 함께 일합니다. 머릿속에서 모델링으로 옮겨놓은 정도의 디자인이 실제 설계로 가는 과정에서 비용과 공정이 반영되기에 조금씩 수정되는 일이 많아요.
6. 판매 / 유통
이렇게 나온 디자인으로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고, 재고 등을 사후 처리합니다.
현직자, 디자인과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참고할 것
디자인과 학생들이나 현직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를 우선 참고하는게 프로젝트 시작 전에 도움이 될 거에요.
- Behance 가구디자인 프로젝트들 : 개인적으로 여기는 그럴싸한 아웃풋 위주만 올라와서 포트폴리오를 참고하기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되네요.
- Coroflot 가구디자인 프로젝트 검색
- 가구의 브랜딩과 사용성 고민을 같이 한 가구 디자인 예시
가구 디자인 포트폴리오 만들기
포트폴리오를 준비하실 때는 과정(Process)을 많이 담아서 보여주세요. 최종 렌더링이 화려하면 일단 시선을 끄는 데 좋긴 하지만 회사에서는 지원자가 아이디어를 얼마나 명확하고 창의적으로 풀어나갔느냐를 주로 보거든요.
팀 작업을 했다면 팀에서 본인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표현해주면 좋고요. 참고로 스케치 스킬도 보는데 저는 스케치 정말 못 했어요. 가구 디자인은 전자제품과 달리 디자이너가 설계까지 하는 일이 많다 보니까 제품의 조립부나 구조 같은 것! 예를 들어 분해 조립도(Exploded View) 등을 보여주면 더 좋아요.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구조로 한 디자인이라거나 생산, 조립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채 디자인을 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고요. 인간공학적인 부분(인체치수나 사용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으면 더 좋아요.
저는 취업 전에 가구 디자인 프로젝트를 한 것은 딱히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구는 아는게 없었고요. S사(가구) 재직 중에 디자인 팀장님이 신입사원 면접을 다녀와서 하셨던 말씀을 생각해보면, 포트폴리오에서 프로세스가 잘 보여지고 설계적인 부분까지 다뤄본 걸 선호하시더라고요. 제품의 컨셉만 재미있고 구조 연구는 생략된 프로젝트는 빈껍데기 같다 여기는 것 같습니다.
실내 디자인과를 다니면서 가구 디자인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없다면, 타과에서 하는 수업을 들어보는 것도 권해요. 가구 디자인이나 산업 디자인과 수업 찾아볼 수도 있겠고요.
컨셉만 재미있는 연구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생산과 조립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인체 치수와 사용성 고려 + 가구 제작 프로세스와 설계적 부분까지 포트폴리오에 넣어 다뤄보세요!
아이디어는 경쟁력!
개인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요즘 사무가구에서 많이 나오는 건 테크놀로지랑 같이 소비되는 가구류 (예를 들면 이케아에서 나오는 무선 충전기가 내장된 테이블) 또는 건강과 작업성을 고려한 스탠딩 환경(높이 조절 책상)이에요.
국내 사무 가구시장은 사실 시장을 리드하기보다는 북미 시장을 따라가는 수준이라, 신선한 학생의 시각에서 그 다음으로 나올만한 가구를 제안하면 어떨까 싶네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중요한 건 얼마나 멋진 가구를 디자인했느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프로세스를 잘 알고있고, 어떤 프로젝트가 와도 진행할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에요.
일단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 위주로 적었는데, 더 궁금한게 있으면 얼마든지 또 질문 남겨주세요! 응원합니다.